[집중탐구-AMD 제리 샌더스 회장](2)모방은 싫다

 【iBiztoday.com=본지특약】 제리 샌더스 회장은 사업을 구상한 끝에 반도체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그는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기준으로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그 결과 AMD(amd.com)를 창업하고 업계 선두주자였던 인텔(intel.com)의 제품을 모방하기보다는 그만의 독창력을 발휘해가며 빠른 속도로 명성을 쌓아 나갔다.

 모두들 그를 보고 “현란하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최고경영자(CEO)는 “당시에는 반도체 업계 지도자들이 대부분 내향적인 성격의 엔지니어 출신이었기 때문에 샌더스의 스타일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샌더스는 베이 지역(샌프란시스코만 주변의 실리콘밸리)에서 최고의 연봉을 받는 경영자 중 한 사람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를 ‘항상 초과 지급받는’ 회장이라고 불렀다.

 샌더스 회장이 AMD 이사회로부터 승인받은 연봉은 CEO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던 당시 관행에 비춰보더라도 가히 기록적인 수준이었다.

 그는 지난 79년부터 베벌리힐스에 사무실을 두고 벨에어와 샌프란시스코 러시안힐에 있는 자택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샌더스의 자택은 콜로라도 아스펜과 남부 캘리포니아 해변에도 1채씩 더 있어 그는 모두 4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이밖에 롤스로이스의 최고급 승용차인 벤틀리 2대, 벤츠 2대, BMW 1대 등 모두 12대의 자가용을 갖고 있다.

 그는 “이만큼 부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지만 그러나 그만큼 열심히 일했으며 공짜로 번 돈은 한푼도 없다”며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는 데 성공한 사람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샌더스 회장은 그러나 “내가 소유한 자동차 때문에 나의 가치가 빛나는 것은 아니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며 “내가 만일 유명해졌다면 그것은 나의 발언과 행동이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바로 직원들이다. AMD는 실리콘밸리에서 처음으로 이윤배분제도를 시행한 회사다. 샌더스는 지난 74년 회사 설립 5주년 기념으로 TV 1대, 10단 자전거, 바비큐 등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으며 지난 80년 직원 한명을 무작위로 뽑아 20년간 매달 1000달러씩 지급키로 했다.

 샌더스 회장은 어떤 경우에든 항상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제스처를 연출하는 데 능한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역사가인 마이클 멀론은 “그는 윙크를 하지 않고는 못사는 사람”이라고 그를 표현했다.

 반도체 업계의 베테랑이며 샌더스의 동료였던 반도체산업협회(semichips.org)의 조지 스칼리스 회장은 그의 제스처를 “상당히 과장되고 현란한 행동”이라고 불렀다.

 스칼리스 회장은 “뛰어난 리더십과 공정성에 대한 탁월한 감각이 그만의 자산”이라며 “그는 그를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매우 공정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바로 이 공정성에 관한 문제가 AMD를 인텔과의 싸움으로 몰고 갔다. 샌더스는 인텔과의 싸움을 ‘800파운드 고릴라와 가상 고릴라의 싸움’에 비유한다.

 지난 82년 AMD와 인텔은 인텔이 AMD에 인텔 기술을 제공하고 AMD는 인텔의 계열사인 것처럼 자사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2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인텔은 AMD를 2차 공급원으로 확보하게 됐고 AMD는 이를 통해 판로를 확보,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난 87년 AMD가 인텔 칩과 호환하는 제품을 내놓고 예상밖의 대성공을 거두자 인텔은 AMD가 2차 공급계약을 부당하게 이용했다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했다.

 이때부터 이 계약을 둘러싼 양사의 소송전과 비방전이 이어진 것이다. 샌더스 회장의 성격으로 볼 때 AMD가 인텔과 법정에서 맞선 것은 계약위반보다는 그가 중시하는 ‘신뢰의 붕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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