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한국전자전>세미나요지-가전산업의 화두 중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중국시장 동향·진출동향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상무

 중국경제는 아시아 외환위기때인 98년에도 8% 가까이 성장했고 세계경제 전체가 불황인 올해도 7%대의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지난해 GDP 1조달러를 돌파하면서 중국은 이미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고 가전생산은 세계1위로 한국의 4.5배나 된다. 중국은 암울한 세계경제에 한가닥 희망을 안겨주는 오아시스이며 전세계의 투자를 한없이 빨아들임으로써 경쟁국을 불안케 하는 블랙홀이기도 하다.

 중국경제의 성장을 주도해 온 것은 가전산업이다. 80년대 이후 중국의 소비 붐은 재봉틀, 라디오, 자전거(80년대 전반), 컬러TV, 냉장고, 세탁기(80년대 후반), 에어컨, 컴퓨터, 자가용(90년대) 등 소위 ‘3신기(神器)’가 주도해 왔는데, 신기의 대부분은 가전제품이었다. 중국은 이미 AV기기(TV, VCR, DVD), 백색가전(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복사기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명 또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WTO 가입과 올림픽 개최 등을 계기로 중국 가전산업의 도전은 더욱 거세질 것이며, 국내기업은 중국 내수시장은 물론 수출시장에서도 중국의 로컬기업에 밀리게 될 것이다.

 차이나쇼크는 분명 두려운 것이지만 한국의 가전산업이 ‘사라지는 기러기(vanishing goose)’가 될 수는 없다. 한국을 반도체, PC, 휴대폰 강국으로 키운 것도 가전산업이 아니었던가. 기존 제품에서는 우선 가치사슬의 혁신이 필요하다. 브랜드, 디자인 등 무형자산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한편, 상품기획·마케팅·판매후 서비스 등을 강화해야 한다.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 납기를 단축시키고 작동을 단순화해 고객친밀도를 높이는 일도 첨단기능을 부가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PDP TV, LCD TV, 프로젝션TV, 양문냉장고, 자동온도조절 냉장고 등 고가시장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로컬업체들과 차별화해야 한다. 구매력이 큰 대도시 부유층이나 첨단기술에 적응이 빠른 20∼30대가 주요 타깃으로 될 것이다. 최근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방송프로그램이나 스포츠대회를 후원함으로써 브랜드이미지를 강화하는 것 등은 선결과제다. 장기적으로는 ‘소프트의 덩어리’라는 디지털가전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소프트 비중이 높은 디지털제품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나 복제도 그만큼 어려울 것이다.

 해외생산법인의 현지화도 시급하다. 부품의 현지조달, 시장특성을 고려한 설계 등은 물론 경영과 의식의 현지화도 요구된다. 각 현지법인에 흩어져 있는 기획·설계·개발기능을 한군데로 집약해 글로벌 R&D의 거점으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현지인 간부와 임원의 비율을 늘림으로써 원가도 줄이고 현지인의 사기와 참여의욕을 극대화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국내업계 동향·정부지책

-산업자원부 디지털전자산업과 천영길 사무관

 

 국내 가전산업은 정보통신산업에 비해 성장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은 최근 5년간 평균 수출증가율이 30%를 웃돌고 있는 반면 가전은 마이너스0.3%로 오히려 감소세에 처해 있다.

 올해 가전제품의 수출은 전자제품이 경기에 민감한 대표적인 소비재임을 감안할 때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미국테러의 영향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 가전제품의 수출은 작년에 비해 10% 이상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기술적으로는 디지털 가전제품이 기존 아날로그 제품을 빠르게 대체하는 한편 부품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실제 TV의 경우 디지털제품이 전체생산의 2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부품수도 21인치 기준으로 97년도에 1300개 달했던 것이 현재 500개 수준으로 크게 축소됐다.

 국내 가전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원천기술력 부족문제를 들 수 있다. 가전제품의 평균 부품국산화율이 70% 정도로 상당히 올라섰으나 시스템온칩(SOC) 등 핵심 칩세트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원천기술부족이 초기 기술표준제정 그룹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국내업계의 로열티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 신규제품 발굴 및 시장개척에 있어 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전산업의 동향과 문제점을 바탕으로 정부에서는 가전산업의 첨단화, 고부가가치화라는 기본 철학하에 연구개발 지원 및 여건조성, 조세, 관세 등 제반 세제혜택 부여, 제조물책임법, 폐가전 리사이클링 등 각종 규제대응, 해외전시회 지원강화 등 공급과 수요 양측면에서 제반 경쟁력 강화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에서 특히 역점을 두는 것은 가전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라 할 수 있는 디지털가전제품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 10년간 HDTV, 차세대 DVD, 대화형 디지털방송 등 핵심분야 연구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또한 내수기반 조성을 통한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PDP 제조장비 및 제품에 대해 할당관세 및 특별소비세를 인하한 바 있으며, 연말 실시를 앞두고 있는 디지털방송 제작이 원활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제작장비에 대해 관세를 감면해주는 등 수요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향후 제조업의 승부수는 원가절감 및 온오프라인 실시간 유통기반 구축에 있다고 보고 98년 이후 산업자원부가 중점 추진해 오고 있는 e마켓 등 전자상거래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감으로써 기업의 글로벌 아웃소싱 및 실시간 유통체제 구축을 적극 후원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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