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P협동조합, 탄생 뒷 배경은

 ‘정보통신부가 양자를 받아들인 이유는 뭘까.’

 지난 20일 한국ASP협동조합(이사장 남동희)이 정통부를 주무관청으로 정식 설립인가를 받고 본격 활동에 들어감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서비스제공(ASP) 분야에서 정통부는 사실상 두개의 산하기관을 거느리게 됐다. 본지 9월 20일자 12면 참조

 지난해 초 정통부 주도로 결성된 ASP산업컨소시엄(회장 김홍기)이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산하에 사무국을 두고 활동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수용’이다. 특히 ASP협동조합은 설립 준비당시부터 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 등 정통부의 경쟁부처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터라 새로운 둥지틀기는 주변의 의구심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정통부는 이미 ASP산업컨소시엄이 있지만 설립목적이 다른데다, 무엇보다 주무관청 신청절차상 하자가 없다면 승인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통부 황철증 과장은 “양 산하기관의 위상이 일부 중복의 우려가 있지만 나름대로 각자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봤다”면서 “주변의 시각을 감안해 협동조합 승인에 따른 조건도 일부 달았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의 사업계획서가 공동구매·공동입찰 등 조합성격에 맞는 활동을 강조하고 있고, 컨소시엄과의 마찰도 가급적 피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황 과장은 “조합측이 가장 큰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 프로젝트 수주에는 알려진 것 만큼 혜택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주무관청 선정이유에 대한 협동조합측의 설명은 거리가 있다. 당초 설립준비시기부터 정통부로부터 워낙 강력한 ‘구애신호’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만일 산자부·중기청을 주무관청으로 삼았다면 사실상 ASP 시장 정책을 관할하고 있는 정통부로부터 갖은 견제를 받을 우려가 있다”면서 “또한 향후 부처간 마찰이 생길 경우에도 나름대로 운신의 폭이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ASP 정책 주도권과 부처간 갈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인 셈이다. 실제로 정통부도 ASP란 그늘 아래 두개의 산하기관을 둘 경우, 정부지원사업 분담문제 등 역할중복에 따른 각종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한 결과라 ASP산업컨소시엄과의 적절한 위상배분을 놓고 고심중인 상태다. 활동력이 미약한 ASP컨소시엄을 아예 독립법인화시키려는 구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정작 산업의 당사자인 ASP업계는 정부나 산하기관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게 정보기술(IT) 정책을 둘러싼 냉엄한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하기관이나 이익단체의 역할은 무엇보다 건전한 시장발전을 도모하는데 있다”면서 “지금까지 관례를 볼때 컨소시엄은 물론이고, 협동조합도 업계의 부담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업계는 산하기관들에 정부지원사업 따내기에만 급급한 한계를 벗어나 ASP시장의 특성에 맞는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한 업체의 S사장은 “여전히 대다수 오프라인 기업들에 ASP는 생소한 개념”이라며 “공단 등 기업현장을 대상으로 각종 캠페인이나 교육·홍보활동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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