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한가위-알짜만 골라봐도 하루해가 짧다

 “이 많은 특집 프로그램 중 뭘 볼까?”

 올 추석처럼 연휴가 긴 명절에는 쏟아지는 지상파 방송사의 특집 프로그램을 제대로 챙겨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영화부터 쇼·드라마·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매년 비슷한 특집물 중 볼 만한 알짜 프로그램을 골라보자.

 명절때마다 가장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은 단연 영화다. 이번 한가위 특집 영화들은 단골 메뉴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외에도 최신 한국영화가 대거 선보여 한국영화 열풍을 입증한다.

 KBS의 특집영화 중에는 임권택 감독의 최근작 ‘춘향뎐’(9월 30일 1TV 밤 11시 20분)을 추천할 만하다. 이몽룡과 춘향의 사랑을 담은 춘향전 원작을 국창인 조상현의 춘향가와 함께 극화한 이 작품은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이다.

 특히 민속학자와 사학자가 고증작업에 참여해 옥사에서부터 요리까지 조선조 당대의 생활상을 실감나게 재현해 볼거리도 풍성하다.

 MBC가 29일 새벽 방영하는 ‘강원도의 힘’은 TV에서는 자주 접하기 어려운 홍상수 감독의 수작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적나라하리만치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리얼리즘의 극치를 통해 한번쯤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SBS의 추석특선 대작은 ‘반칙왕’(10월 2일 밤 10시 55분) ‘공동경비구역JSA’(3일 밤 9시 45분)와 같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영화 대표작들이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관람하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블록버스터만큼 좋은 장르가 없다.

 KBS는 연휴기간 내내 ‘애너미 오브 스테이트’ ‘멘 인 블랙’ ‘아마게돈’ 등 할리우드 흥행작을 대거 선보이며 MBC는 로버트 드 니로와 장 르노의 연기대결이 돋보이는 액션스릴러 ‘로닌’ 등을 방영한다.

 어린이에게도 추석은 기다려지는 명절이다. 특히 이번 추석에는 일본 인기 만화영화들이 줄줄이 선보인다.

 SBS는 3일 오후 5시 30분 ‘포켓몬스터’를 3편으로 묶어 70분간 특별 방영한다. 99년부터 방영된 이 작품은 현재까지 180여편이 제작, 방영됐으며 만화 시청률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탄탄한 극적 구성과 호쾌한 무술신이 돋보이는 ‘드래곤볼’(SBS 2일 오후 5시 20분)이나 MBC의 ‘짱구는 못말려’도 어린이들의 시선을 끄는 작품들이다.

 영화나 만화 같은 인기 장르 외에도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골라보는 재미는 남다르다. 연예인들의 가요 청백전이나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추석 드라마에 질렸다면 조금은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에 눈을 돌려도 좋을 듯싶다.

 MBC에서는 ‘생방송 어린이 퀴즈가 좋다’(1일 오후 4시 35분) ‘2001 전국 알까기 제왕전’(3일 오전 9시 50분)을 특별 방영한다. ‘생방송 어린이…’는 제목 그대로 MBC 인기 퀴즈쇼인 ‘생방송 퀴즈가 좋다’에 어린이들이 출연한 것.

 이 프로그램에는 예심을 거친 초등학교 5, 6학년생 9명이 출연해 2000만원의 최종 상금에 도전하는 과정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알까기의 인기를 반영하는 ‘알까기 제왕전’은 전국에서 몰려든 2000여명의 접수자 중 최고의 알까기 지존을 선발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프로그램을 보며 가족끼리 재미삼아 바둑알이나 장기알로 직접 알까기를 해보는 것도 괜찮은 놀이가 될 것 같다.

 SBS의 ‘여인천하 추석선물 애니월드’도 색다른 시도다. 여인천하의 강수연·전인화가 진행자로 등장해 국내 최초로 컴필레이션 성인용 가족만화를 선보인다.

 세편의 성인용 가족만화를 보여주는 중간에 두 탤런트의 해설이 곁들여지는 형식이 신선하다.

 뮤지션을 꿈꾸는 10대와 그 부모라면 SBS의 ‘영재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이 다가올 법하다.

 최정상 인기그룹 god부터 댄스 신동 구슬기에 이르기까지 가요계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박진영의 스타 발굴기를 좇는다. 그의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10명의 아이들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KBS 김훈의 테마기행 ‘자전거 타고 고향에 가다’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휴먼 다큐멘터리.

 산문작가 김훈과 사진작가 송정근이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는 고향 풍경과 여행길에서 느낀 단상을 잔잔하게 전한다.

 옥구 염전·심포항·진도·태백·속초 등을 지나며 담은 서정적인 영상과 거기에 담긴 넉넉한 고향 인심이 더없는 푸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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