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미디어 혁명은 인터넷에서 시작된다.’
2년 전 인터넷업계의 화두로 등장했던 ‘제4의 미디어론’이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전의 인터넷 미디어론이 인터넷 시대를 이끌어갈 ‘비전’이었다면 최근 불어오는 미디어론은 침체된 인터넷산업을 회생시키고 기존 미디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왜 인터넷이 새로운 미디어이며 대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가. 그 원론적인 의문을 풀어보자.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텔레비전·라디오·인쇄매체 등 3대 미디어가 전성기를 누리던 90년대 중반 인터넷은 기존 미디어와는 차별되는 특성을 지닌 새로운 미디어로 등장했다.
미디어로써 인터넷이 갖는 특장점은 양방향성과 거리의 제약을 뛰어넘는 것에 있다. 양방향성은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가 실현되는 것으로 이용자 참여가 극히 제한적이었던 기존 미디어와 가장 큰 차별성을 갖는다.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로 발전하면서 드러난 새로운 현상은 미디어 소외계층들이 주역으로 등장하거나 소비자들의 성향과 입맛에 맞는 정보제공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이용자들이 콘텐츠의 생산은 물론 중계와 공급까지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인터넷 미디어는 ‘모두의 미디어’(media of everyone)로 지칭되기도 한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이용자가 개발과 보급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인터넷이 최적의 ‘커스터마이제이션 미디어(customization media)’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한다. 기존 매체가 제공자 중심의 서비스로 발전했다면 인터넷은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미디어로 자리잡는 것을 뜻한다.
거리의 제약이 없어졌다는 인터넷의 본질적인 특성도 미디어로써 갖는 ‘매력’ 중 하나다. 지구촌의 뉴스가 실시간에 가깝게 전달되며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도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여기에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라는 장점이 더해지면 그 위력은 기존 미디어에 익숙한 이용자들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동일한 선상에서 인터넷이 전자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 미디어로 부각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존 미디어를 통한 정보(뉴스)에 대해 대부분의 독자들이 ‘관망’에 그쳤다면 인터넷 미디어는 이들을 참여자로 끌어들여 ‘제4의 권력’으로 자리잡게 했다. 이같은 사이버 공동체의 발달은 비정부기구(NGO)의 활성화를 촉진해 많은 시민단체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네티즌들도 동참내지는 독자적인 의지를 가지고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역기능도 심각=인터넷이 미디어로 그 기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나타나는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음란화, 개인화, 지적재산권 침해, 언어와 문화의 종속 등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는 인터넷 미디어의 폐해는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그 여파가 심각하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급속한 음란화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음란사이트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란사이트들이 인터넷 기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또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적절하게 제공하는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성’이라는 상품 하나로 인종과 관습 등을 파괴하고 이용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인터넷 미디어의 특성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계속 발전하는 반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터넷 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권력의 등장은 자칫 새로운 이기주의를 양상할 수 있다. 일정 사안에 대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에 부합될 경우 발생하는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인기 연예인이 위법으로 구속되자 팬클럽에서 항의 메일을 띄워 인터넷 사이트가 마비된 사례나 특정 정치권 인사에 대한 음해성 정보를 흘리는 등 부정적인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또 인터넷 미디어가 상업화되면서 지적재산권 침해가 점차 늘어나는 반면 ‘무료’에 익숙한 인터넷 이용자들과의 문화적 충돌도 인터넷 미디어로 인해 등장한 새로운 사회문제다. 이밖에 인터넷의 주요언어인 영어를 기반으로 한 서구의 미디어 제국주의에서 야기되는 언어와 문화에 대한 종속 우려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인터넷 언어의 90%를 차지하는 영어로 무장한 미디어 제국주의는 뉴스 통신사 독점과 할리우드 영화의 세계적 배급, 다국적기업 광고 등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불균형 심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는 제4의 미디어가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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