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이통산업 경쟁력 비교

◆LG전자 김종은 부사장 jameskim@lge.com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우리 이동통신산업의 진화속도는 21세기에 접어들어 정보기술(IT)산업의 어느 분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급속한 기술발전은 향후 10년 안에 이동통신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와 우리의 생활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의 참극으로 기록될 이번 미국 테러사태에서도 이동통신은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건물붕괴 잔해에 묻혀 있던 희생자들의 구조신호는 휴대폰을 통해 전파됐고 붕괴 직전의 건물 안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가족들과 함께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휴대폰이 단순한 통신수단에서 벗어나 위급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안전장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이동통신기기는 이제 단순히 IT산업분야 중의 하나라는 산업분류적인 정의를 넘어서 의식주처럼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이동통신산업은 IT분야 타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기저(基底)산업으로 변모하면서 이동통신산업 경쟁력이 IT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동통신산업의 경쟁력 확보는 시급하고 당면한 과제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몇가지 관점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상용화 기술’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CDMA제품 경쟁력은 세계 제일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경쟁력은 원천기술의 조기확보와 함께 상용화 노력을 남보다 먼저함으로써 형성된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 96년 CDMA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함으로써 여느 선진업체에 뒤지지 않고 CDMA 종주국으로서 제품개발을 주도해 왔다. 이러한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앞으로 다가올 차세대 이동통신(3G)에서도 세계 상용화 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해나가야 할 것이다. 즉 IMT2000과 같은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3G)를 조기 상용화함으로써 CDMA에 이어 차세대 이동통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열린 경쟁을 통한 기술개발환경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이동통신시장 환경에서 선두업체의 시장영향력은 상당한 반면, 후발업체나 수많은 이동통신 벤처업체들에 주어지는 기회는 무척 제한적이다. 이러한 제한적인 경쟁상황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기술의 개발이나 제품 및 서비스의 출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벤처업체들에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여 최고의 기술, 제품, 서비스가 시장에 살아남고 이를 선도기업들이 활용함으로써 함께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열린 경쟁은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이는 곧 상호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수순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기업상호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한 수평적 교류가 원활히 이뤄져야 하겠다. 특히 산업의 성장주기상 도입기나 성장기의 경우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각 기업들이 개별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에 치중하기보다는 참여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파이(pie)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우리는 세계시장을 목표로 경쟁해야 한다. 자본과 브랜드, 기술력을 보유한 세계 경쟁자들과 싸우면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해외마케팅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이 밥이나 옷처럼 없어서는 안될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는 성공적인 이동통신산업 정책으로 우리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경쟁력이 유지되고 더욱 발전, 확대될 수 있도록 이동통신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 노력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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