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자사주매입 테마` 뜨나

 

 코스닥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자사주 테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매달 10여개에 불과했던 자사주 매입 공시가 이달 들어서만 29개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미국 테러참사 여파로 코스닥시장이 폭락하면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미국 테러와 보복공격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이르면 다음주부터 기업들이 자사주를 제한없이 살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어서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업체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도 자사주 매입에 화답하고 있다. 델타정보통신, 3소프트, 파인디지털 등 미국 테러사태 이후 자사주 매입에 나선 업체들의 주가가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등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전문가들도 코스닥시장이 정보기술(IT)산업의 침체속에 미국 테러사태마저 발생, 투자심리가 극도로 냉각된 상태에서 자사주 매입은 주식시장의 활력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유통물량을 줄임으로써 추가하락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형태나 규모에 따라 그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자사주 매입은 크게 직접 매입방식과 신탁계약 매입방식으로 나뉜다. 기업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매입 완료전까지 주식을 팔 수 없기 때문에 주식물량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신탁계약을 통한 매입은 계약기간에도 매도가 가능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신탁계약을 통한 자사주 매입은 주가시세 조작이 가능해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탁계약은 기업 주식투자의 한 형태로 주가방어보다는 이익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자사주 매입 공시만 보고 매수에 나설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신탁계약을 통한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고 있다. 기업이 단독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손해를 보게 되면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만 신탁계약으로 인한 손해는 대차대조표에만 반영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신탁계약은 손해를 보더라도 기업의 손익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실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실제 올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신탁계약을 통한 자사주 매입은 81건인 반면 기업의 직접 매입건수는 32건에 불과하다. 배윤탁 삼테크 재무실장은 “최근들어 투자자들의 자사주 매입요구가 많아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절차가 까다로운 직접 매입보다는 신탁계약을 통한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자체가 주가부양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엄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주가부양 차원이라기보다는 방어차원의 성격이 강하다”며 “최근 코스닥시장의 자사주 강세 현상은 주가가 단기간에 폭락한 상황에서 재료를 찾으려는 투자심리가 반영됐을 뿐 자사주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경기불황으로 영업환경이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경우 재무구조의 악화가 우려된다”며 “임시방편의 주가부양책보다는 실적개선을 통한 주가살리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