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통신업계 구조조정 `바람`

 일본의 종합 통신서비스 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다. 2위인 KDDI가 휴대폰과 PHS 등 이동통신 자회사 2개사를 매각하기로 했고, 일본텔레콤은 보다폰이 경영권을 완전 장악한 뒤 일부 유선통신 부문의 정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대 그룹인 NTT는 베리컴·KPN 등 해외 투자로 인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이 부문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

 

 ◇KDDI=KDDI는 올 봄 휴대폰 자회사인 투카 그룹의 매각을 결정, 추진해 온 데이어 최근 경영간부회의에서 PHS 자회사인 DDI포켓도 매각하기로 방침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6000억엔 정도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며, 이 후 이동통신의 경영자원은 휴대폰 서비스인 ‘au’ 브랜드로 집중한다.

 이 회사의 이같은 매각 방침은 올 가을부터 3년간 제3세대(3G) 이동통신에 들어가게 될 1조엔 정도의 신규 투자비를 조달하는 동시에 2조엔을 넘은 부채를 경감하기 위한 것이다.

 투카에 대해선 미국의 미공개주펀드(PEF)인 뉴브리지가 매수 금액으로 3000억∼4000억엔을 제안했고, 프랑스텔레콤 계열의 영국 휴대폰 사업자인 오렌지도 매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DI포켓도 PEF가 매수를 타진중이다.

 

 ◇일본텔레콤=보다폰은 17일 일본텔레콤 주식의 공개매입(TOB)에 나설 뜻을 공표하고, ‘최대 21.7%를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미 2대 주주사인 JR동일본이 매각할 의향을 비춰 이번 TOB는 한 달 이내 이뤄질 것으로 확실시 된다. 이에 따라 보다폰은 일본텔레콤 지분율을 현재의 45%에서 66.7%로 높여 경영권을 완전 장악, 합병·사업 매각 등 중대 사항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TOB 이후 이동통신 전문 업체인 보다폰은 일본텔레콤의 유선전화 부문 정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쿄, 오사카 등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장거리망을 중심으로 한 유선통신망의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전체 매출을 볼 때 일본텔레콤은 유성전화와 이동통신(J폰)의 비율이 1 대 3으로 이미 이동통신 중심으로 돼 있다. 또 보다폰이 세계 20여개 나라에서 휴대폰에 사업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서도 유선전화 정리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NTT=NTT는 해외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 일환으로 우선 산하의 장거리·국제전화 사업자인 NTT커뮤니케이션스가 지난해 6000억엔을 쏟아부어 인수한 데이터통신 사업자 미 베리오에 대해 감원과 시설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베리오는 미 IT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로 이달 마감하는 상반기 결산에서 4000억엔 정도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인 ‘i모드’의 세계화를 겨냥,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해 온 NTT도코모도 해외 사업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4000억엔을 투자해 자본제휴 관계에 있는 네덜란드 KPN. 이 회사는 경영체질의 개선을 위해 추진해 온 벨기에 벨가콤과의 합병이 무산, 여전히 경영 상태가 불안하다. 또 1조엔을 투자한 미 AT&T와이어리스도 주가 하락으로 손실 규모가 수천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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