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중국 시장을 알아보고 사무실도 얻었다면 물건을 팔러 나갈 ‘전투병’을 뽑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중국 시장 진출의 성패 여부는 대부분 여기서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용물과 포장이 아무리 좋아도 파는 사람이 엉터리라면 결과는 자명하기 때문이다.
◇중국어로 무장하고 인력도 한족으로 채워라=중국 진출을 위한 사전준비에서 가장 필수적인 모든 기술자료나 회사소개서 등 기초적인 문서를 중문으로 작성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영어에 대해 일종의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비즈니스 용어도 중국어로 통용되며 IT 관련 용어도 중국어화해 사용하는데 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라우터는 ‘루요우치(路由器)’, 플래시메모리는 ‘산뎬네이춘(閃電內存)’ 등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최고책임자를 제외하고 실질적인 중국 현지업무를 추진할 인력으로 중국의 주류민족인 한족을 채용하는 것이 현지화에 가장 유리하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언어 소통이 편하다는 이유로 조선족을 선호한다. 그러나 중국에는 우리말을 할 수 있는 조선족이 20만명 이하며 기술을 전공한 인력을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또 조선족들은 현지에서 비주류를 형성하고 있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인력은 200만명 이상이며 교육 수준이 높은 인력도 상당수 된다.
◇채용은 신중하게=합작기업을 설립했다면 현지 합작파트너로부터 인력 수급에 대해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합작파트너가 동종업계가 아니거나 독자진출일 경우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럴 경우 전문 리쿠르트지·인력박람회를 이용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공개채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지만 이것도 고급인력이 필요할 때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실질적인 능력을 검증할 방법이 없으며 웬만한 대학 출신들은 졸업 전에 기업들이 선택하기 때문에 인력시장에 나온 사람들은 ‘수준 미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력 채용도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친분이 있는 현지 기업인들로부터 소개를 받거나 현재 관련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에게 직접 연락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정수준의 실력을 갖춘 인력을 채용하려면 급여문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현채인들의 급여에 대한 거품이 생겨 중급 수준의 엔지니어도 국내 직원의 월급과 맞먹는 급료를 줘야 채용할 수 있다.
현지에 진출한 인터넷기업의 한 임원은 “시나닷컴이나 소후닷컴 등 유명 인터넷기업의 고급 엔지니어들은 월 2만∼3만위안(300만∼400만원)을 제시해도 쉽게 옮기려 하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행히 최근 중국 인터넷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해 많은 인력이 쏟아져 나오면서 임금 수준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고급 엔지니어들은 여전히 고임금을 고수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저임금의 초·중급 엔지니어를 뽑아 기술교육을 시키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 방법에도 단점이 있다. 막상 고급기술을 가르쳐 놓으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용계약서에 최소 근무기간을 명시하기도 하지만 법적 대응이 어려워 효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관리도 현지화=직원 구성을 끝냈다면 이들에 대한 관리도 중국식으로 해야 한다. 중국은 지역별 특성이 워낙 강한 데다 한국과는 크게 다른 관습이 많아 아예 사고방식을 그들에게 맞추는 것이 편하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미디어링크 중국사무소의 현영배 지사장은 “중국은 출신 지역별로 엄청난 성향 차이를 보인다. 대체로 베이징 출신들은 거세고 상하이 출신들은 차갑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 사이에서는 ‘상하이 출신 직원 관리는 꼭 상하이 출신에게 맡겨야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출신지별 팀원 구성도 효과적인 인력관리의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때 국내 업체들이 부딪히는 문제가 사내 공용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영어를 내부 공통언어로 정하고 중국어를 제2언어로 선택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안철수연구소 중국사무소의 김승환 지사장은 “사무소 개설 초기에 조선족 직원과 한국어로 농담을 하면서 이국 생활의 적적함을 달랬는데 중국인 직원들이 이를 시샘해 조선족 직원에게 한국어를 쓰지 말라고 압력을 주더라”며 “그 다음부터 사무실에서는 모든 용어를 중국어로 통일했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직 대비 인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하라=현지인을 채용한 다음에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인력관리시스템’이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관계자들이 이를 두고 ‘중국 진출의 제2단계’로 표현할 정도로 안정된 사업 운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업체들이 그동안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현채인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고 평가한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은 직장 이동이 상당히 자유로워 직원들의 이직을 염두에 두고 신규인력으로 대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충고한다.
직원들의 이직에 대비해 업무의 문서화와 영업활동·교육·마케팅 등의 데이터베이스화가 중요하다. 예컨대 모든 업무를 자료화해 신규인력을 채용해도 큰 부담없이 적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마련하려 해도 중국 직원들이 문서화 작업에 익숙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중국 직원들은 보고서 작성도 ‘서술형’이 일반적이어서 수치와 도표가 들어가는 내용의 문서화는 결코 쉽지 않다. 결국 이 문제는 중국 직원들의 응용력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목 잘치는 사장이 유능하다=어느 정도 기틀을 잡았다면 그 다음에 신경써야 할 부분은 적절한 인력 교체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 사이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인력을 교체하는 사람이 가장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은 현지 진출 기업들은 중국인 직원들의 업무 습득력이 현저히 낮아 곤란을 겪고 있다. 이네트 중국법인의 이진혁 지사장은 “중국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면 가장 자주 듣는 대답이 ‘난 못해요’여서 가끔 답답하다”며 “여유를 갖고 교육을 시키면 일정수준까지 따라오는 직원들도 있지만 ‘해답 없는’ 직원들도 상당수”라고 토로했다.
현지 진출 업체들은 이처럼 해답 없는 직원들은 곧바로 해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새로운 직원을 뽑아 재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중국 베이징에 진출한 중소IT기업 중 메디다스 중국법인의 지병철 지사장이 단칼에 중국인 직원 40여명을 해고한 경력이 있어 ‘목 잘치는(?)’ 능력이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 지사장은 “팀장들에게 해고자 명단과 함께 명확한 의사를 전달하면 팀장들이 알아서 해고한다”고 자신의 해고 노하우를 밝히며 “이때 가장 유의할 점은 서약서를 받는 것이다. 자칫 해고된 직원들이 부당해고로 신고를 하면 크게 낭패를 보게 된다”고 충고했다.
또다른 해고의 명수라면 안철수연구소 중국사무소의 김승환 지사장을 들 수 있다. 김 지사장은 “능력이 부족한 직원은 과도한 업무 지시를 내려 스스로 나가게 하는 것이 경험상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직원에게는 정당한 해고 사유를 최소한 3개 이상 만들어 놓고 조용히 통보하는 방법도 쓴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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