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는 법이다. 수천명이 죽어가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IT기술은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꺼져 가는 인명을 살리는 이동전화에서 기업의 데이터를 온전히 보존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상처받은 서로를 엮어주는 라디오에 이르기까지. 뉴욕 대참사를 통해 더욱 빛이 난 IT분야를 짚어본다. 편집자
<위치추적서비스 및 인터넷전화>
이동전화를 이용한 위치추적서비스는 이번 대참사 발생직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차세대 통신서비스 중 하나다. 위치추적이란 이동전화가입자가 어떤 기지국을 통해 전화서비스를 받느냐를 역추적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으로 기지국이 밀집돼있는 도심 한복판의 경우 100m 반경까지도 추적이 가능하며 기술적으로는 10m 반경 내의 추적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붕괴 직후 몇몇 매몰자는 이동전화를 통해 육성으로 구조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이후 본격적인 구조활동에는 이동전화의 위치추적도 상당부분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이동전화의 위치추적서비스는 이동전화가입자 대상의 타깃마케팅을 위한 솔루션 등으로 일부 활용되고 있으며 청각·시각장애인용 위치확인, 미아방지 시스템에도 속속 적용되는 추세다. 여전히 인권침해의 논란이 존재하지만 공익차원의 이동전화 위치추적서비스는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또 이번 사태는 인터넷망의 밀집성이 통신인프라로서 훌륭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사태발생 당일 뉴욕 맨해튼지역은 물론이고 미국전역의 전화망은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통화트래픽을 처리하지 못해 불통되는 사태가 잇따랐다. 일시적 통화량 과다로 발생한 문제이지만 유선전화망으로서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이용자들은 인터넷전화와 e메일을 이용해 서로간 통화를 만들어냈다.
인터넷망은 일부구간이 단절되더라도 우회성이 뛰어나고 전화망처럼 물리적 안정성은 없더라도 통신완료율은 전화망을 능가했던 것이다.
국내에선 이미 기업용 인터넷전화시장이 도약대에 올라선 상황이다. 비상상황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통화의 안정성만 보장된다면 경제적인 인터넷전화를 도입하겠다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의 경비축소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인터넷전화 도입 바람은 더욱 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김규태 star@etnews.co.kr>
<보안시스템>
이번 미국 테러사태로 가장 가광받고 있는 제품은 무엇보다 보안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 보안시스템 중 특히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은 수출 효자상품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왜냐하면 DVR는 기존 주력 보안시스템이던 아날로그 방식의 CCTV시스템을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한 차세대 보안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 DVR은 폐쇄 회로 카메라를 통해 포착한 화면을 실시간 확인하며 MJPEG, MPEG1, MPEG2, H.263, 웨이브렛 등 다양한 압축방식을 이용, HDD에 저장할 수 있는 보안장비다.
특히 이 제품은 네트워크 기능이 강화돼 인터넷을 통한 원격지 감시와 원격지 저장이 가능한데다 초당 480프레임 정도의 화면 재생 기능을 발휘한다. 특히 DVR는 HDD만 추가하면 반영구적인 녹화가 가능하며 녹화 영상의 관리도 용이한 게 장점이다. 여기에다 국내 업체 중 상당수가 주력 수요처인 미국의 바이콘, 펠코 등 대규모 보안장비 업체에 OEM방식 공급을 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DVR 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안에 대한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기존 CCTV로 구축된 기존 보안설비를 DVR시스템으로 교체하는 대체 시장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세계 DVR시장은 약 1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급이 더욱 활성화, 내년에는 3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업계의 전망이다.
이미 3R·아이디스·LG전자·니트젠·휴노테크놀러지등 국내 주요 DVR업체들은 이번 사태를 수출 확대의 절호 기회로 보고 생산 설비 확충및 대미 마케팅 전략 수립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정보보안>
미국의 본토 테러사건을 계기로 그 중요성이 전세계적으로 부각된 산업이 정보보안 분야이다.
이번 테러가 미국의 정보망을 비롯해 보안검색, 관제탑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뚫고 행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며, 물리적 보안과 네트워크 보안, 시스템 보안 등 국가차원에서 전 보안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지난 7월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을 제정해 국가의 안전과 국민생활의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정·국방·금융·통신·운송·에너지 등의 업무와 관련된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을 지정과 이에 대한 보호 대책을 위해 취약점 분석평가에 대한 지원업무를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정보보호전문업체를 지정을 앞두는 등 정부차원에서 보안 부분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대다수 전문인력들이 위성해킹·GPS해킹 등 고난도의 사이버 테러나 정보전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내의 정세가 화해의 분위기로 돌아서고는 있지만 사이버테러나 정보전은 비단 북한만을 상대로 한다기보다는 우방국과 적국 차원을 초월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 육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은 지금이라도 빠르게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지난해부터 국내 정규 대학 과정으로 신설된 정보보안 관련 학과 지원자들도 이번 테러 사건을 계기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현재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보안 관련 전문인력들의 몸값 또한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미국 IT산업 경기 침체와 나스닥 주가 하락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미국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자들은 이번 테러사태로 회생의 끈을 잡았다.
대형업체들이 입주해있던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사상 초유의 사고로 주요 데이터의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나면서 원격지 백업에 대한 수요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업체 모건스탠리가 건물붕괴 직전에 초고속망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백업, 피해 규모를 줄일 사례가 소개되면서 대형업체들이 데이터 백업과 코로케이션, 별도의 백업센터 설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재난피해에 대비해 시설물 안전 대책을 세우고 있는 IDC가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어 이번 테러 사태의 수혜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라디오>
미 테러사건의 영향으로 일반인들의 뉴스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휴대기기 구입시 라디오 수신 기능을 찾는 이들이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최근 휴대폰·MP3플레이어·디지털녹음기·CDP 등 휴대형 기기을 구입하면서 라디오 수신 기능이 있는지를 묻거나 그런 제품이 나온다면 언제 출시되는지를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MP3플레이어 전문쇼핑몰인 엠피메이트(대표 박종권 http://www.mpmate.co.kr)에 따르면 최근 미 테러사태 이후 MP3플레이어에 대한 문의시 라디오 기능 내장여부를 묻는 이들이 두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MP3 CD플레이어나 디지털녹음기에 대해서도 라디오 기능을 주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FM의 경우 음악방송이 주이기 때문에 뉴스방송 채널은 거의 전무하고 짬짬이 뉴스가 전달될 뿐인데도 이처럼 라디오 기능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테러참사 후 뉴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데다 전쟁발발이 코앞에 닥쳐 실시간 뉴스청취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휴대형 카세트 오디오에는 대부분 라디오 기능이 내장돼 있지만 최근 출시되는 휴대형 디지털가전 제품들에는 라디오 기능이 내장된 제품이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세원텔레콤의 초소형 휴대폰 카이코코와 디지탈웨이의 엠피오·엠피맨닷컴의 엠피맨 F-60, 프로넷과 아이엔디의 일명 사오정 전화기, 아이리버의 MP3 CD플레이어(iMP-250), 카미정보통신의 무전기(KR-4411), 삼성전자의 프린터(MJC-970AD) 등이 전부다.
그러나 세계정세가 전쟁의 공포와 혼란으로 치닫는 와중이라 앞으로는 휴대형 기기에 라디오 기능 도입은 필수조건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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