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고속 성장을 계속하던 전세계 통신업계가 지난해부터 경기가 급랭, 최근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곤혹스러운 것은 이 불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존 로스 회장(CEO)을 전자우편을 통해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 69년 노텔에 합류한 후 30여년 동안 통신 외길을 걷고 있는 통신업계 ‘산 증인’이다. 최근 통신업계 현안에 대한 원인진단부터 불황탈출을 위한 처방까지 들어봤다.
―현재 세계 통신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세계 통신기기 시장은 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과 이동통신의 급격한 보급 확대, 광통신망 등 인프라의 확충에 힘입어 매년 높은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통신기기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무선통신 분야와 인터넷관련 장비 부문에서의 수요가 격감했다.
무선통신 분야의 경우 3세대 서비스 이전의 과도한 경쟁으로 사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돼 신규 시스템 장비 투자가 지연되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무선통신 분야에서 예상됐던 신규 투자수요의 감소 내지 지연을 야기하고 있다.
인터넷관련 장비수요도 크게 감소했다. 90년대 중반 인터넷붐과 미국의 통신법 개정에 따른 통신 및 방송 산업의 규제완화는 기존 통신회사간 경쟁을 촉발하면서 동시에 신규 통신회사들의 대규모 시장진입을 유발했다.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과도한 경쟁은 통신 인프라의 과잉공급과 그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가져왔고, 결국 서비스 사업자들의 추가적인 신규 투자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닷컴기업들의 몰락은 네트워크 장비의 최대 수요처가 붕괴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언제쯤 통신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세계 통신 시장이 언제 완전히 회복될지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이었던 무선통신 시장이 회복된다면 전반적인 통신 시장도 회복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무선통신에 대한 신규 투자수요 발생이 이루어지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상용화 시점에 달려있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가 발생한 후 그 동안 가졌던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마저 희미해지는 것 같다. 이번 테라사건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등 경제에도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곧 경제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제를 조금 바꿔보겠다. 노텔네트웍스가 주력하고 있는 광통신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언제쯤 광통신 시장이 90년대 말과 같은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최근 몇 년 동안 인터넷 이용증가로 데이터 통신용량이 폭증하고 전세계 통신회사들의 대역폭, 즉 용량 전달 수요도 급증했다. 통신망은 단순히 지역간 전화를 연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자우편, 웹페이지, 비디오 등을 세계 각지에서 주고받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인터넷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광통신 시장도 그 흐름을 타 이른 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
광통신 시장이 지금 약간의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저는 현재 로컬 트래픽을 위해 전자전송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전체 통신망이 언젠가는 완벽하게 광통신망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노텔네트웍스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권 시장에서 최근 잇달아 대규모 장비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노텔이 최근 한국과 중국 시장에서 거둔 성과와 앞으로의 전망은.
▲노텔네트웍스는 한국을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에서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투자가 미래를 위한 가장 안전한 투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놀라운 속도로 인터넷 세계에 적응하고 있다.
노텔네트웍스는 최근 한국 광전송 시장에서 잇달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두루넷은 서울과 경기 지역의 수많은 사용자들이 고성능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텔네트웍스의 DWDM 솔루션을 설치했으며, 한국통신도 총 인터넷 사용자(2100만명)의 25%가 몰려있는 서울지역 인터넷 환경의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노텔네트웍스의 옵테라 메트로 5200 멀티 서비스 플랫폼을 설치했다.
노텔네트웍스는 또 지난 30년간 중국의 이동통신과 옵티컬 인터넷, IP와 ATM 핵심기술 시장에 고루 진출했다. 이동통신 관련 분야에서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등의 고객회사들과 중국 17개 성으로부터 10억달러에 해당하는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또 올해 안에 중국 이동통신 산업의 핵심이 될 연구개발(R&D) 센터를 열 계획을 갖고 있다.
―노텔은 특히 삼성전자의 cdma20001x 단말기를 노텔네트웍스의 전세계 마케팅망과 연결해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한국의 통신업체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통신업체들의 기술력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가.
▲한국은 최초로 CDMA 기술을 상용화한 국가로서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노텔네트웍스는 한국 통신업체들의 단말기 기술뿐만 아니라 무선 인터넷, 더 나아가 IMT2000 분야에서 협력해 상호 발전을 도모하고 이러한 기술을 전세계에 내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텔은 한국 부품업체들로부터 연간 2억∼3억달러 어치의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 주로 어떤 부품을 구입하고 있는가.
▲인쇄회로기판(PCB), 광소자, 프로그래머블로직디바이스(PLD) 등 다양한 부품을 한국에서 구입하고 있다. 노텔은 앞으로도 전략적인 파트너인 한국에서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부품을 더욱 많이 발굴해 수입을 꾸준하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10Gbps 옵티컬 백본 솔루션과 같은 미래 산업에 투자했던 비전이 오늘날의 노텔네트웍스를 만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회장으로서 갖고 있는 비전은 어떤 것인가.
▲노텔네트웍스의 전략 방향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위한 인프라, 즉 고성능 인터넷을 구축할 고객들을 확보하는 것이다. 2001년부터 노텔네트웍스는 고성능 인터넷을 실현시키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도전은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고객들에게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시 말씀드리면 노텔네트웍스는 진보된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좀 더 신뢰할 수 있고, 신속하며 효과적인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해 모든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안전한 인터넷을 실현시킬 것이다.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세계적 기업들이 새로운 경제적 변화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가장 효과적인 구조조정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구조조정이 단지 인력 감축의 문제가 아니라면 저부가가치의 비즈니스를 정리하거나 제조설비를 아웃소싱하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최근 전세계 통신, 네트워크 업계에서 구조조정이 시행되고 있는 것은 북미경제가 침체됨에 따라 통신사업자의 설비투자 축소가 줄어들었으며 이에 따라 통신, 네트워크 업계 시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노텔네트웍스는 전세계적인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우선 비용절감 및 수익회복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과 함께 지출, 재고, 자산, 미수금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을 중점 관리함으로써 매출 극대화와 고객 만족 효과를 노리고 있다.
두 번째로 노텔은 5대 핵심 사업 분야인 옵티컬 메트로, 옵티컬 롱홀, 무선인터넷, 인텔리전트 인터넷 그리고 음성데이터통합(VoIP)에 비즈니스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밖에도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스톡옵션 교환 프로그램을 통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으며 앞으로 고성장 시장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제품 개발에 더욱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혹독한 국제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계획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원칙들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노텔네트웍스의 가장 핵심적인 성공 요인은 우리가 끊임없이 고객을 최우선으로 했다는 점이다. 우리의 역할은 테크놀로지를 억지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혁신적이고 가치 창출적인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고객의 개인적인 요구에 부흥하는 엔드 투 엔드 솔루션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세계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는 경제 환경에서는 좀더 장기적이고 글로벌한 고객 관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노텔네트웍스는 고객과 시장 상황에 맞춰 조직되고 있다. 우리는 제품, 기술을 비롯한 모든 결정을 고객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목표에 따라 구조조정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원리만 지킨다면 문제없으리라 본다.
<정리=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존 로스 CEO 그는 누구인가
존 로스 회장(CEO)은 지난 69년 노텔에 합류한 후 이 회사를 100여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통신 거인인 미국 루슨트를 능가하는 초일류 통신업체로 키운 1등 공신이다. 로스 회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노텔의 주력사업이 된 무선 이동통신 사업을 이끌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로스 회장은 캐나다의 명문 맥길대학에서 전기공학(석사)을 공부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30여년 동안 통신 외길을 걷고 있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 CEO에 오른 것은 지난 97년 10월.
로스 회장은 또 캐나다를 대표하는 통신기업을 이끌고 있는 만큼 온타리오 주의 기회 접근 프로그램 자문단(ATOP) 의장과 캐나다 총리를 위한 과학과 기술산업 자문위원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98년에는 캐나다 경영학회가 주는 올해의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했다.
◆노텔네트웍스는?
인터넷 혁명의 중심에 노텔네트웍스가 서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북미 대륙에서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정보의 75%, 또 유럽 내 인터넷 정보 소통량의 50%가 노텔네트웍스의 광통신 장비를 통해 전달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노텔네트웍스가 경쟁회사보다 먼저 인터넷관련 기술연구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노텔은 지난해 연구개발 예산(37억달러) 중 약 80%에 해당하는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인터넷 프로토콜 개발에 쏟아부었다.
시장조사 회사 헤셸쇼스텍어소시에이츠와 양키그룹은 10년 앞을 정확하게 예측한 노텔네트웍스의 차세대 무선 인터넷 전략을 높이 평가해 최근 노텔을 광통신 분야의 세계 최고 유망 업체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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