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특별인터뷰:"여성들이 e세상 가는 길 더 넓혀야죠"

 올해 1월 29일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과제를 안고 첫 출범한 여성부는 그동안 ‘출산휴가 90일로 확대’ ‘육아휴직제 도입’ 등을 담은 모성보호 관련 법안의 개정을 이끌어 내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여성부는 특히 여성 정보화와 인적자원개발,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법적, 제도적인 지원책 마련에 본격 나서고 있다. 취임 8개월째를 맞은 한명숙 장관은 오랜 세월 여성운동에 헌신하고 민주당 여성위원장 등을 맡은 경력을 바탕으로 여성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본지 고은미 기획조사부장이 지난 9월 7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여성부에서 한명숙 장관(57)을 만나 보았다.

 

 ―모성보호법이 오는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등 여성부가 올 초 출범 후 여러 성과를 거뒀습니다. 여성부에서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여성인적자원개발’과 ‘여성권익보장’을 들 수 있습니다. 먼저 여성인적자원개발과 관련해서는 현재 전국 46개 지역에서 운영중인 ‘여성인력개발센터’를 통해 여성 인력개발훈련과 여성의 자원봉사를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또 여성권익보장의 일환으로 24시간 여성폭력 긴급전화(1366번) 서비스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비롯해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간접차별 개념을 도입하고 시정명령권을 확보할 방침입니다. 특히 모성보호법이 통과가 됐지만 앞으로 이 법이 제대로 실행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여성이 가정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도록 역점을 두고 영유아 교육시설이라든지 방과후 아동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정책과 종합적 대책을 마련중입니다.

 ― 최근 정보기술 분야에서 여성들의 신규 진출과 창업이 활발합니다. 여성부에서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지식기반사회의 핵심인 정보통신 분야는 여성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유망한 분야로 상대적으로 남녀차별이 적은 분야라는 점에서 여성의 진출이 기대됩니다. 여성부에서는 올해 여성발전기금 4억5000만원을 들여 IT분야 중 웹디자인·e-biz같은 여성친화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특화되고 집중화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여성 창업 및 관련분야 취업을 장려할 방침입니다. 또 하반기에 중점 추진할 ’e-Women’ 양성사업을 위한 웹 사이트 구축시, 여성 창업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 여성인적자원 개발을 위해서는 우선 법적·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한 여성부의 대책은 무엇입니까.

 ▲여성부에서는 국가 중장기 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국가인적자원비전 2005)의 수립에 따라 그 하부계획의 하나로 여성 인적자원개발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여성인적자원개발 및 활용제고를 위한 추진전략’을 수립 중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급 과학기술과 핵심 정보통신 분야 등 여성이 취약한 분야로의 진출 확대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여성 친화적인 과학 프로그램을 중학교에 시범교육으로 마련해 교육하고 있습니다. 여성부에서는 이를 초등학교로 연계해 여성들이 어려서부터 과학·공업·기술부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파일럿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아주 성공적입니다. 향후 이 연구를 바탕으로 가정과 직장생활의 병행을 돕기 위한 보육시설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여성부에서 IT 분야의 여성인력 양성 계획을 수립, 실행하기 위해 ‘여성정보화추진분과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배경과 역할은 무엇입니까.

 ▲정보문화센터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에 비해 여성의 정보화지수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남성의 정보화이용지수를 100으로 볼 때 여성의 정보화이용지수는 55.8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여성을 특별 대접해서라도 정보화 격차를 줄이는데 우선 노력을 해야 됩니다. 여성정보화 정책은 각 부처별로 소관 업무와 정책대상을 고려해 차별화되고 특화된 정책을 추진해야 하지만, 현재는 여러 부처에서 기초적이고 대동소이한 정보화교육만을 병렬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분야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성정보화 관련 프로그램의 기획 및 조정을 위해 관계부처, 관련기관, 학계, 여성벤처기업가 등으로 ’여성정보화추진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여성정보화 사업을 종합적으로 조정·심의하는 전문 분과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위원회는 현재 각 부처에서 산발적, 병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여성IT인력개발 분야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추진하게 됩니다.

 ― 고학력 여성 실업 문제가 심각합니다. IT분야로의 진출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데 정부내 타부처와 IT분야 여성인력 양성과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무엇입니까.

 ▲여성부에서는 하반기에 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화촉진기금 30억원을 배정받아 IT분야 여성진출 확대를 위해 ‘e-Women 양성사업’을 중점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사업은 대졸 미취업 여성과 취업을 준비하는 주부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 교육을 통해 이론 및 가상 시뮬레이션 교육을 실시하고, 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실습과 실무교육을 병행함으로써 현장에서 필요한 전문 IT인력을 양성해 취업까지 연계하는 것입니다. 정부내 ‘여성정보화추진분과위원회’ 구성도 여성 IT인력 양성과 관련해 타부처와의 협조 내지 협의를 위한 한 방편입니다.

 ― 여성경제인협회나 여성벤처협회에 이어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등 여성 기업인 관련 단체나 모임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습니다. 여성 인력간의 정보교환이나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여성부가 기획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까.

 ▲여성부에서는 향후 구축예정인 ‘Women-net’을 통해 유관 기관간 시스템을 연결하는 민·관 네트워크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또 이를 여성인력을 위한 취업정보 종합센터로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구인·구직·교육훈련·직업진로·창업 등 여성 취업과 관련된 필요한 정보를 망라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내용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 지식정보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활동하기에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지식정보 사회에서 여성들이 갖는 특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식정보 사회에서는 정보를 이용하고 가공하는 능력이 생산의 원천이라고 봅니다. 특히 여성이 가지는 섬세한 감성과 치밀함, 예측력, 상상력, 문화적인 창의력 등이 ‘3F(Feminine, Feeling, Fiction)’로 상징되는 지식정보 사회의 특성과 부합되고 있어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같이 유리한 조건 자체가 여성들에게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여성참여시대를 창출할 수 있는 겁니다. 특히 문화산업에서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문화 산업분야에 여성인력 중 50% 가 진출해 있는데, 문화 산업은 여성의 진출이라든지 참여의 폭 등을 볼 때 매우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 여성 CEO들에 대한 격려나 당부의 말씀을 해주시죠.

 ▲여성 CEO가 남성 CEO에 비해서 훨씬 더 사업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여성 CEO들이 자신감을 갖고 사업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남성들이 경영하는 적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사실을 부풀린다거나 문어발식 확장 같은 잘못된 행태를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경영하는 상당수 기업들은 알뜰살뜰해서 구조조정이 필요 없을 정도죠. 그래서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지적 능력과 운영에 있어서 알뜰함을 합친다면 남성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술마시며 접대하는 그동안의 잘못된 문화와 관행에 여성들이 젖어들지 말고 중심을 가지고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렇게 해서 여성 기업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금의 33.6% 에서 앞으로 50%에 육박하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여성부의 영문 명칭이 ‘성 평등부(Ministry of Gender Equality)’ 인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여성부가 가지고 있는 방향이나 관점 자체는 우선 남녀 평등부입니다. 단순히 남녀 차별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남녀가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남성이 남녀 차별로 인해서 불이익을 당했을때 여성부를 찾을 경우, 남성에게도 공정하게 혜택이 돌아가게 할 계획입니다. 여성부는 남녀간의 대립이 아니라 ‘남녀가 동반자’이며,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국가발전의 한 축을 이룰 수 있도록 해 나가고 남녀평등의 시대가 보다 앞당겨지도록 노력을 다할 방침입니다.

 ―장관님께서는 민주투사에서 여성학자로, 여성운동가로, 장관으로 변신한 개인사를 가지고 있고, 한 남편과 한 아이의 엄마로서 성공적인 가정생활을 꾸려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와 가정를 조화롭게 이끌어 가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뒤돌아 보면 힘든 길을 걸어 왔지만 당당하게 내가 그 시대를 살아갈 수 있었던 힘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정의감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정생활까지도 잘 할 수 있는 “슈퍼우먼”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잘 하려고 하는 것도 욕심입니다. 여성이 일에 역점을 둔다면 집안일은 남편과 자녀들이 같이 나눠해야 합니다. 나도 10년동안 이것을 위해 투쟁했습니다. 아이와 남편과 아내가 집안 살림을 나눠하도록 꾸준히 인내하면서 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명숙은 누구인가= 한명숙 장관은 지난 30년 동안 재야 여성운동에 헌신해 온 여성계의 대표적인 인사로 현장경험과 이론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1월 초대 여성부 장관으로 발탁됐을 때도 각계에서 적격이라는 환영을 받았다.

 60년대 군사독재시절 한 장관은 ‘여성문제야말로 우리 사회 각종 모순의 집합체’라는 인식아래 여성운동 현장에 투신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여성학·신학을 공부하기도 한 한 장관은 여성운동을 하면서 가족법, 성폭력처벌법 등 여성권익 보호를 위한 개혁정책 입안에 앞장섰다.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16대 국회에 진출해서도 근로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한 입법에 힘썼다. 남편인 박성준 박사(61·성공회대 강사)가 결혼 6개월만에 통혁당 사건으로 수감된 뒤 13년 동안 옥바라지를 하기도 했다.

 △평양 출생 △이화여대 여성학 박사 △한국여성민우회 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참여연대 공동대표 △민주당 전국구 국회의원 △민주당 여성위원장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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