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미국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 박사는 원자나 분자 크기로부터 물질의 성질을 조절할 경우 그때까지 만들어진 것보다 크기가 1만분의 1 크기로 줄어든 기계적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개념은 미래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말도 함께 했다. 하지만 당시에 이를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이 없어 그 현실성을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학자들에 의해 물체를 원자배율로 관측할 수 있는 주사형검침현미경이 개발됐고 파인만 박사의 이론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개 분자나 원자의 크기를 표시하는 데는 나노미터(㎚)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의 크기며 나노기술은 이를 조작해 얻어지는 신기술을 의미한다.
분자의 크기는 수 나노미터 수준이며 수소원자의 크기는 약 0.05나노미터다. 나노산업은 이러한 분자나 원자를 조작해 새로운 소재, 구조, 기구, 기계, 소자 등을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이다.
이 나노기술(NT)은 현재 사용하는 기술의 한계를 극복, 인류에게 무한한 창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와 더불어 21세기의 3대 중요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많은 소재의 입자나 반도체 소자의 단위소자가 줄어들면 완제품의 크기를 축소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물리·화학적 성질변화에 따른 플러스 알파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테면 소재의 강도 및 화학반응성이 강해지거나 내연성이 생기고 마모성이 변화하는 등 장점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나노기술이 소자나 센서에 적용되면 소자의 작동속도가 빨라지고 전기전도성이 좋아지며 센서의 감도가 높아진다.
최근에는 전자소자 제조에 있어 나노기술이 인류문명의 한계를 극복해주는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60년대 전자소자의 집적화가 시작된 후 오늘날에는 작은 전자칩 내에 수억개의 단위 소자를 내장할 수 있는 기술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고집적화, 단위소자 소형화 등은 소자의 제작비용 상승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현재의 방법에 의한 전자소자의 제작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10년 이내에 경제적·과학적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1년 발표된 인텔 4004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회로소자 하나의 선폭은 10㎛, 이로부터 28년이 지나 발표된 펜티엄Ⅲ의 선폭은 40분의 1인 0.25㎛으로 줄었고 회로집적도는 무려 400배 이상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18∼24개월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2배로 순증한다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은 예외없는 법칙처럼 인식돼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회로소자의 선폭이 0.04㎛에 이르면 집적도의 증가는 이론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한다. D램을 예로 들어보면 16G 이상의 제품개발은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대체소자의 개념을 탐색하게 됐고 그 주요기술로 나노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나노미터 굵기의 탄소나노튜브를 개발한 후 이를 이용해 전자소자를 개발한다면 이 소자의 작동속도는 현재보다 100∼1000배 빠르고 집적도 또한 1000∼1만배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새로운 대체 소자의 개념이 제시되기 시작했고 양자역학을 이용한 소자개념은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에서 개발됐고 분자 자체를 소자로 사용하는 개념은 HP의 윌리엄스 박사와 예일대 리드 교수 등에 의해 구체화됐다.
또 올들어서는 인텔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20나노미터 크기의 트랜지스터를 개발했으며 IBM은 10나노미터 미만의 탄소나노튜브로 만들어진 컴퓨터 논리회로(LC)를 만드는 데 성공하는 등 나노 반도체시대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선진국 나노 개발현황
미국의 나노기술은 우수 과학자들이 제시한 새로운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다각도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상당 부분 산업화 수준까지 발전했다.
최근 2년간 미국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기술로는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ing), 양자연결기술(quantum cellular automata), 나노전기기계소자(nano electro mechanical system), 결함이 인정되는 연결소자(defect tolerant connection logic), 분산된 지능(distributed Intelligence) 등이 제시되고 있으며 이 기술들이 10년내 산업화되는 경우 미국은 그 지적재산권을 홀로 가지게 된다.
미국의 나노과학과 기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96년 국립과학재단(NSF)에서 세계기술평가센터(WTEC)에 의뢰, 나노기술의 연구 및 개발과 관련한 세계적 동향의 종합조사에서 시작됐다. 98년에는 12개 연방정부기관이 참여해 나노기술관련 과제를 통합한 국가나노기술 개발제안(NNI)을 대통령에 보고한 후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나노기술을 BT, IT와 함께 차세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기술로 선언하면서 본격화됐다.
2000년 2억7000만달러에 이어 2001년에는 나노과학 분야에 4억2300만달러의 정부예산이 책정, 국가적 사업으로 진행중이다.
영역별로는 기초연구, 나노구조화 소재, 분자전자공학, 스핀전자공학, 바이오센서, 양자계산, 나노바이오, 측정 및 표준, 나노스케일 이론, 나노로봇 등이 주요 연구과제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바싹 추격하고 있는 일본은 나노과학을 자국의 강한 전자소자와 전자소재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유지하고 있다. 응용 연구능력을 앞서지만 기초연구저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2, 3년 주기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지원해 현재 5, 6명의 세계적 수준의 젊은 과학자를 배출하고 있다.
타가야나기의 원자레벨 1차원 금선, 아오노의 원자레벨에서의 연결, 이지마의 나노튜브 등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정책적으로는 미국의 NNI와 유사한 나노기술개발 프로그램 추진을 위해 종합계획을 마련중이며 이 분야에 집중투자해 5∼10년 후 이를 실용 및 산업화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일본이 나노기술개발에 투자하는 정부예산은 지난해 3억2000만달러보다 24% 늘어난 3억9600만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나노기술 수준과 동향
세계기술평가센터(WTEC)가 분류한 종합평가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나노기술 수준은 우리나라 나노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점으로 환산했을 때 25점에 불과하다. 일본 92점, 유럽 90점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를 분야별로 보면 나노구조체합성, 소자, 소재에서 각각 10점을 받아 32∼37점을 기록한 미국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과 인적구성원의 세계적 경쟁력은 미국이나 일본에 크게 뒤져 있다. 세부분야를 이끌 수 있는 세계적 과학자가 없는 상황에서 나노과학·기술이 과학자들에 의해 상향식으로 전개되는 미국의 접근방식을 택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초기에는 기반기술이 없는 공정, 설계기술에 의존한 방식 위주로 나노기술 발전을 전개하면서 동시에 세계적 인재양성에 주력, 중반부터는 미국식에 접근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나노기술전문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향후 10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자, 30개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5대 나노기술 대열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1995년 이후 국책과제를 중심으로 대학 중심의 연구가 본격화하면서 최근에는 지름 0.4나노미터, 선간거리 1.7나노미터인 세계 최고수준의 초고집적 나노선 배열 등이 국내에서 개발되는 등 나노기술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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