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러 대참사가 남긴 후유증-美 IT 경기회복 1년쯤 더딜듯

 지난주 미국을 뒤흔든 공중 테러 공격의 여파로 휘청거리던 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타임스(http://www.ft.com)는 미국 IT업체들이 최근 수개월간의 가파른 수요감소 후 이제 막 회복의 조짐이 보인다고 기대를 걸고 있었으나 지난 11일의 테러 공격은 이 같은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소비자 지출이 크게 위축되고 PC와 가전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미쳐 최근 침체된 미국 IT경기를 앞으로 1년 정도 연장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동안 기업들이 침체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추진하던 고가의 소프트웨어와 서버 등 자본 투자계획에도 이번 테러 사건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새너제이에 있는 시장 조사업체 기가인포메이션그룹의 롭 엔덜리 분석가는 “앞으로 연말까지 미국에서 소비자 지출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이번 테러 사건 후 기업들이 컴퓨터 등 하드웨어 투자를 기피하고 그 대신 보안장비 확충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JP모건의 이언 모건 분석가도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보통 매 분기 말 열흘 동안에 전체 매출의 70%를 올렸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앞으로 더 큰 피해를 가져다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 등 일부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막대한 시설과 장비가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 미 항공편 결항으로 아시아의 부품 업체로부터 물량 공급이 큰 차질을 빚고 이로 인해 정체된 수요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니베일의 칩메이커 AMD의 경우 항공 운항 중단으로 독일과 텍사스, 아시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반도체 공장간의 웨이퍼 및 칩 수송이 불가능했다.

 사상 최악의 칩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AMD는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자사 3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15% 감소해 영업 적자를 낼 것으로 실적 부진을 경고했었다.

 벤처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아킨검프테크놀러지벤처스의 윌리 데니스 회장은 “최근 투자 활동이 거의 중단됐다”며 “벤처기업들의 자본유치 활동이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중심부에 있는 벤처 소프트웨어 회사 임프로브테크놀러지스의 재커리 줄리어스 최고경영자(CEO)는 “비상장 벤처 기업들은 항상 현금 조달에 목말라하는데 이번주 투자 유치 모임이 모두 최소됐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반짝 호황을 누리는 곳이 있다. 특히 전화서비스 회사들은 테러 사태후 친구와 가족의 안부를 묻는 통화건수가 쇄도해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AT&T의 경우 지난주 하루 평균 통화량이 평소(약 3억통)보다 40% 이상 늘어난 4억3100만통을 기록했다.

 또 이번 테러로 폐허가 된 IT관련 시설을 복구하는 수요를 겨냥해 벌써부터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펴는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의 찰스 힐 조사실장은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했던 기업들이 앞으로 새로운 통신회선을 깔거나 컴퓨터 등 관련 장비를 교체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IT 시장규모가 약 1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기대를 반영해 지난 14일 캐나다 증시에서 통신업체 노텔네트웍스와 JDS유니페이스 등 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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