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바로보기 위해서는 중국 현지에서 땀흘리는 우리 기업인들의 경험담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좌충우돌 속에 하나둘씩 쌓아올린 생생한 현지 경험이야말로 중국 진출을 원하는 국내 기업에는 금과옥조다. 21세기의 중국은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인가. 중국에서 우리는 과실을 따 먹을 수 있을 것인가. 과실을 따기 위한 도구는 무엇일까. 그 도구가 지금 우리에게 있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전자신문사는 중국 현지에서 각계 각층의 분야별 전문가를 초빙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전자신문사 디지털경제부 김경묵 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서는 SK그룹 중국법인의 고한석 총감, 삼성전자 중국법인의 우종근 부총경리, LGEDS베이징의 이재성 총경리, KTB네트워크베이징의 배한석 수석대표, 중국 IT클럽 김경호 부회장, e넷 중국사무소의 김도완 수석대표, 오픈타이드의 남용식 총감, 안박사유한공사의 김승환 수석대표, 삼성TSED의 이재엽 중국구시장총감 등이 참여해 자신들의 눈에 비친 중국을 이야기했다. 편집자◆
사회 : 전자신문사 디지털경제부 김경묵 부장
참석 : SK그룹 중국법인 고한석 총감, 삼성전자 중국법인 우종근 부총경리, LGEDS베이징 이재성 총경리, KTB네트워크베이징 배한석 수석대표, e넷 중국사무소 김도완 수석대표, 오픈타이드 남용식 총감, 안박사유한공사 김승환 수석대표, 삼성TSED의 이재엽 중국구시장총감
◇사회=한국에서는 지금 중국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선 중국 진출을 원하는 본국 기업들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경험 중심으로 간단히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합니다.
◇우종근=중국이란 나라의 정책 결정은 우리 기업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느립니다. CDMA사업을 실제 진행하는 데까지 정책 발표 후 7년이 걸렸습니다. 입찰방식도 감을 잡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어떤 룰이 있으면 좋은데 명쾌한 것은 없고 ‘빽과 술’이 우선한다는 느낌입니다. 정치적인 논리가 많이 작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CDMA의 경우 기술적으로 보나 경제성으로 보나 중국에 적합하고 자신들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음에도 무조건 미루다가 올해에서야 비로소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고 황당한 것은 일단 정책이 결정되면 업체들에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밀어붙인다는 점입니다. 모레부터 입찰심사를 할테니까 자료를 가져오란 식입니다. 더군다나 항상 들러리를 세우고 이런 저런 루머를 조장해 업체간 경쟁을 유도하고 가격도 무조건 싸게 요구합니다. 중국에서의 사업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김도완=중국이 과연 세계를 제패할 것인가에 의문이 듭니다. 중국은 우리 생각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너무 느리게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일처리하는 것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기술은 잘 모르면서 의심부터 합니다. 중국내에도 우리를 능가하는 일부 기술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IT분야는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특히 B2B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실적을 요구합니다.
◇이재성=중국은 분명 경쟁력 있는 국가입니다. 연상집단의 총재는 61살, 그리고 그 후임자는 38살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게 중국이다. 그리고 중국의 잘 나가는 회사는 의사결정 속도도 매우 빠릅니다. 같이 세미나를 하고 저녁식사를 한 다음에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미팅을 합니다. 경영진들은 주중에는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경영진들끼리는 주말에 워크숍을 합니다. 물론 국유기업들은 체계가 다소 잡혀 있지 않지만 선진업체들은 우리 기업 이상입니다.
◇김경호=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기업에 따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시각차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변화하는 중국을 너무 모릅니다. 그럼에도 어줍잖은 중국 전문가는 너무 많습니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 거 아닙니까. 물론 중국 사람에게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중국 접근에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조선족 통역을 앞세운 중국 접근은 많은 오해를 낳고 있습니다. 중국을 후진국으로 여기는 한국인의 잠재의식은 중국을 너무 쉽게 보고 쉽게 결정하게 합니다. 한국인끼지 서로 치고 받는 것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를 여과하고 결집할 수 있는 조직체가 필요합니다. IT클럽(중국에 진출한 IT기업들의 모임)도 이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대화를 조금 구체화하기 위해 과연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무엇인지를 논의해 보도록 합시다. 중국 진출시 애로사항과 해결하는 과정은 본국 업체들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승환=안철수연구소가 중국에 진출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인지도 문제입니다. 한국내 인지도는 중국에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 인적 네트워크가 없다는 점도 사업 초기 큰 벽이 됐습니다.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간단한 문제들도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가 없었을 때는 막막했으니까요. 초기 정착단계에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정보 부재입니다.
◇배한석=그렇습니다. 인적 네트워크가 빈약하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네트워크가 로비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합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앞서 진출한 업체들의 경험을 얻거나 경험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서도 인적 네트워크는 필수적입니다.
◇김도완=한국 기업들은 중국 현지기업과 비교할 때 중국내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끼리 뭉쳐야 합니다. 일본은 자연스럽게 일본촌이 형성됩니다. 일본촌에는 변호사, 컨설턴트, 기업들이 상부상조하면서 살 길을 찾습니다. 우리나라는 모임이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벤처기업들은 사실 홀홀 단신으로 들어오는데 좌충우돌하다 보면 진이 빠집니다. 기반 조성을 위해 현지 진출 기업들이 서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합니다.
◇김경호=그렇습니다. 중국내에 일본촌은 있지만 한국촌이 잘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일본인들은 일본촌을 형성해 놓고 있어 중국 진출을 원하는 일본 기업들은 이 곳에서 모든 정보와 인력을 얻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도 이제 주체가 누가 됐건 이런 역할을 수행해 주는 작은 조직이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중국 진출을 원하는 국내 기업에 일정 수준의 돈을 주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진출을 원하는 국내 기업들 역시 정보를 돈을 주고라도 사겠다는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용식=오픈타이드는 대기업내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안철수연구소와 달리 큰 어려움 없이 중국내에 터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회사 설립을 위해 뛰어다닌 적도 없습니다. 또 삼성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업을 하다보면 많이 느껴집니다. 중국 시장은 정말 넓습니다. 그리고 경쟁도 치열합니다. 한국에서 다국적기업과 싸워 이겼다고 해서 중국 시장에서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물론 한국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중국 시장에 적용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한국에서 실패한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한국 1등 기업도 성공하기 힘든 시장이 중국입니다.
◇김도완=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에서의 영업은 중국인이 가장 잘 합니다. 따라서 성공비결은 중국인을 어떻게 관리하는냐에 있습니다. 저는 중국인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정말 가족처럼 대했는데 배신을 하고 다른 회사로 떠났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다른 기업들은 중국 인력을 어떻게 찾고 관리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사회=한국에서도 그렇지만 타지인 중국에서는 더욱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인력관리가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있는 기업들도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인력문제를 조금 논의해 보도록 합시다.
◇우종근=삼성도 인력문제로 골치가 아픈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삼성이 사관학교처럼 돼 있습니다. 중국 기업에서 경력쌓고 한국 기업에서 업그레이드하고 그 다음에 모토로라, 노텔 등으로 옮겨갑니다. 가족처럼 대한다는 것만으로 이같은 분위기를 막는 것은 어렵습니다.
◇고한석=저는 1년간 좋은 사람 고르는 데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금은 이들 가운데 우수 인력 한두명이 거의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략만 가르쳐주고 혼자 책임을 가지고 일을 하게 했더니 효율이 매우 놓습니다. 중국 현지인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국식으로 술먹고 밤샘하고 우리 사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재성=LGEDS는 5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중국법인을 만들었습니다. 법인 설립단계에서 제일 걸림돌이 된 것이 문화의 차이로 특히 인력관리는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저는 LG의 이념처럼 인화를 강조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한번도 부하직원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몇 명이 다른 곳으로 이적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키우기보다는 회사에 맞는 인재를 스카우트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인에게 많은 권한을 주면서도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영업부장을 현지인으로 하고 부장이 법인장에게 보고하는 형태로 조직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할 뿐 아니라 현실성이 없습니다.
◇김경호=대기업의 경우는 말단직원과 책임자의 생각이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중국인의 경우 자신이 영업조직을 키워나갔다면 그 조직은 자신의 조직이고 자신이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한 경우 관련 데이터까지 모두 자신이 가져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배한석=중국 진출업체 가운데는 현지법인장이 결정권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중국인들조차 법인장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지법인장에게 결정권과 권한을 최대한 부여하는 것도 현지 인력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성=우리 회사는 해외 파견근무 기간이 5년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중국을 확실히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임기를 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김도완=기업의 브랜드도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 등의 다국적기업인 줄 알고 찾아왔던 현지인이 한국 e넷이라는 말을 듣고 그냥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경험이 있습니다.
◇사회=지금까지 중국 현지 상황과 어려움 등을 전반적으로 논의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장을 상대로 어떻게 전투를 치르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해 봅시다.
◇김도완=일단 중국시장에는 최소 생존자금이 있는 회사가 들어와야 합니다. 그리고 제품은 눈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시연회를 열거나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중국인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술개발은 미국이나 한국에서 하되 제품 자체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중국용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제품 버전 관리도 중국 상황에 맞게 진행해야 합니다. 중국 진출시 가능하면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힘을 모아 조직적으로 들어오는 것이 좋습니다. 공동으로 로비스트를 활용할 수 있고 인력 채용시 공동으로 면접을 봐서 위험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업종이 다르므로 같은 고객을 놓고 영업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을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1년은 시장조사를 하고 2년째는 기반을 조성하고 3년째부터 본격 진출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재성=진출시 가장 우선 생각해야 하는 것은 먹고 살 것이 있는냐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LGEDS의 경우는 LG그룹 관련 중국 전산을 모두 수주해 당분간 사업거리를 마련해 놓고 진출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어느 정도 사업 진행할 거리를 마련해 놓고 회사는 그 이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승환=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중국산 제품과는 가격 경쟁이 안되고 다국적기업 제품과는 인지도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틈새시장은 존재합니다. 현지 딜러들에게 마진을 가능한 한 많이 주면서 일단 인지도를 높이고 장기전을 도모하는 것이 효과적인 진출 방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재엽=유통시장의 경우 깨끗한 물에는 인재들이 잘 모이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현지 직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회계상에 소소한 문제가 있어도 대세에 지장이 없으면 넘어가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많은 부분 인내심을 갖고 양보해야 합니다. 현지 총판과는 절대 외상거래를 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채권이 발생하면 칼자루 쥐고 있는 사람이 바뀌게 되기 때문이죠. 또 합리적인 목표를 배당하고 딜러에게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김경호=중소·벤처업체들에는 삼성전자의 모니터 성공모델이 참고가 되기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인지도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삼성은 마케팅이 앞서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앞서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 중국 진출을 원하는 벤처기업에 필요한 것은 정보입니다. 삼성은 외상거래를 절대 안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브랜드력이 있기 때문이고 벤처업체로서는 외상이건 어음이건 다 받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정보, 예를 들면 청뚜이 후위 피아오(은행보증수표)를 속지 않고 받는 방법, 납품 후 대금을 회수하는 효과적인 방법 등을 짚어줘야 합니다. 중국의 은행보증수표는 침만 묻어도, 글씨가 삐뚤어져도 현금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종근=우리의 기술력이 앞서 있는 분야도 있고 떨어지는 분야도 있습니다. 다국적기업과 비교해 기술력은 비슷하지만 진출이 늦은 경우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GSM단말기는 중국에서 후발로 참여했지만 성공을 거뒀습니다. 제품력이 가장 큰 마케팅력입니다. 우리가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고급 제품이 필요합니다. 미국과 유럽 상품은 선진국 제품이라는 프리미엄을 갖습니다. 한국은 그런 프리미엄이 적습니다. 같은 제품이면 우선 30% 정도는 밑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도, 기술력도 없는 애매한 중간급 제품으로는 중국에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기술력만 뺏기고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남용식=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분명 환경이 다릅니다. 중소기업은 비슷한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서로 다른 업종 업체들끼리 연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는 이미 진출해 있는 대기업의 힘을 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현지에 진출해 있는 기업을 통해 우선 프로젝트를 따내고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e넷도 LG전자를 통해 사업거리를 마련해 놓고 들어온 경우입니다. 만약 첫 프로젝트가 큰 마진이 없다고 해도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 또는 우리 기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딴 다음 들어오는 것이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한국에서 3위권에 드는 한 솔루션업체는 오픈타이드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해 중국에 무혈입성했습니다. 한국에서 일단 성공을 거둔 벤처기업들은 중국에서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단 중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선발그룹의 노하우를 활용해야 합니다. 코브랜드, 코프로젝트 같은 모델이 필요합니다.
◇이재성=한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과의 계약 성과를 앞세워 중국을 공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LGEDS는 상하이까르푸와 시스템 계약을 했습니다. 중국에 있는 67개 까르푸가 앞으로 우리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계약은 한국에 있는 까르푸와의 계약한 경력이 힘을 발휘했습니다. 우리는 또 중국에서 까르푸와 계약한 실적을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힘을 얻게 됐습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벤처기업에는 이런 실적이 대기업에 비해 더욱 힘이 될 것입니다.
◇김도완=중국 고객들은 외국 기업을 사무실 위치와 규모, 자동차 종류 등으로 판단합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현지에서 딱 뿌러지게 평가할 만한 것이 없기도 하구요. 따라서 가능하면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그들에게 보여지는 것에는 투자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총경리 명함을 들고 다니면서 차도 없다고 하면 그 기업을 평가 절하해 버립니다.
◇이재성=미리 진출한 업체들이 한국이란 나라의 이미지를 잘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 기업끼리는 어떤 형태로든 서로 도와야 합니다. 중국인들은 삼성과 LG라는 각각의 브랜드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이들 브랜드는 모두 한국 브랜드로 인식됩니다. 삼성이 좋은 기술력을 발휘하면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이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제품을 사용해서 만족하면 LG 제품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LGEDS는 중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금융 등의 분야는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역별로 중국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중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벤처기업의 힘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분명 생길 것입니다.
◇사회=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 협력관계 구축이 가장 효과적인 벤처기업의 중국 진출 방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군요. 그러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과 협력할 때 다소의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일종의 먹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중소·벤처기업들에는 존재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성공모델이 많이 나와주어야 할텐데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도완=사실 e넷의 경우는 중국 시장에서 우선 실적을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에 코브랜드건, OEM이건 대기업과 협력할 의향이 있습니다. 대기업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지명도도 높일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서로의 조건만 맞는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 않을까요.
◇배한석=아직 중국에서 이렇다 할 만한 대기업과 중소·벤처의 협력모델을 꼽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대기업 상사의 경우는 자체 상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 제품에 많이 목말라 있는 상태입니다. 같은 업종도 아니고 상사를 통한 협력관계 구축은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상사 입장에서는 큰 인력투입 없이 기준 구축된 망을 활용해 중소기업 제품을 하나둘씩 엮어 나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좋고 벤처기업도 자신들의 네트워크로는 불가능한 사업도 기획할 수 있어 윈윈을 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협력할 경우 대기업에 먹힌다는 생각은 제 견해로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김승환=대기업과 협력하면 많은 정보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막연한 고정관념 때문인지 막상 대기업과의 협력을 생각하면 불안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성공모델이 나와준다면 이런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내 한국 이미지도 한층 좋아질 것 같습니다. 대기업과의 협력뿐 아니라 중소기업끼리도 서로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벤처기업은 많은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데 이때 먼저 진출한 같은 규모 업체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됩니다.
◇사회=역시 대기업과 벤처기업, 다양한 업종의 분들을 초대하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여러 각도의 중국 현황과 진출 방법, 애로사항 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고견은 중국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인들이 중국에 대한 수업료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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