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통신망 재점검해야

 미국의 테러참사 충격파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미 우려했던 대로 우리의 대미 수출 피해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테러 이후 항공운송품과 해상운송품의 수출, 그리고 수출대금 입금 지연 등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맨해튼 일대 바이어들과의 접촉도 사실상 두절된 상태다. 미국경제는 장기간 침체에 빠져들 것이 확실하고 대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상 초유의 참극을 보면서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해 국가의 신경망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와 통신망을 비롯한 국가의 주요 통신시스템에 대한 재점검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우리는 내년 월드컵 개최를 비롯해 크고 작은 국제행사를 유치해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에 대비한 효율적인 전기 및 통신망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공신력에도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전기와 국가기간통신망의 완벽한 시스템 구축과 위기관리능력 확보는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과제다. 국가의 신경망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와 기간통신망이 제기능을 하지 못할 때 그로 인한 혼란과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한순간에 국가를 공황상태로 몰고갈 수 있다.

 1년 전 서울 여의도에서 발생한 지하공동구 화재로 인해 여의도의 도시기능이 일시에 마비된 것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 곳의 화재발생으로 인해 여의도 은행지점들의 입출금업무가 중단되고 이 일대 교통신호망이 불통됐으며 위성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이에 앞서 94년 서울 동대문 지하통신구와 97년 잠실 지하공동구 화재로 인한 피해사례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먼저 전국의 월드컵 경기장이나 금융기관 등의 주변 공동구에 대한 철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국가기간전산망 등 주요 통신시스템에 대한 완벽한 보안책을 강구해야 한다. 비록 가정이긴 하지만 월드컵 경기장 주변 통신구에 테러분자가 침입해 방송이나 통신 등의 장애가 발생할 경우 이로 인한 파문은 엄청날 것이다.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일이다.

 금융이나 교통·방송·상수도 등 국가 주요 기반시스템은 거의 IT기술을 기반으로 운용되고 관리된다. 만약 이런 국가통신시스템이 테러로 인해 불안정할 경우 사회적 혼란은 대단할 것이다.

 정보사회는 각종 정보인프라 구축 못지않게 통신망의 안정적인 운용과 위기관리 능력이 완벽해야 한다. 전기와 주요 기간통신망의 기능이 마비되면 국가의 기능이 정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이번 미국의 테러참극을 교훈삼아 국가차원에서 재난발생시 전기와 주요 통신망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지 등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통신망을 단순히 데이터 전달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테러 방어망, 재난구제시스템, 국가비상연락망 등 종합시스템으로 인식해 혁신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유무선망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계획함으로써 유선망 손실시 무선활용도를 높이고 반대로 무선의 비안정적 성격은 유선으로 커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번 미국의 참극을 국가위기관리 능력을 배양하고 기간통신망을 재점검해 미비점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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