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모씨는 최근 한달간 사이버 포커 머니를 구입하느라 등록금을 날린 것도 모자라 친구에게 빚까지 졌다. 도박성 게임에 중독돼 가상 공간에서만 통용되는 판돈을 현찰을 주고 사기에 이른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을 가장한 한 베팅 사이트는 ‘1만원 입금에 3억원짜리 아파트 당첨 기회’라는 제목을 내걸고 네티즌을 유혹해 단기간에 수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오프라인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즐기던 ‘금지된 문화’ 도박이 ‘즉시 접속’이라는 인터넷의 특성에 편승해 시공간을 넘어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행심을 조장하는 도박 사이트가 사회적인 이슈가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최근들어 그로 인한 폐해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도박성 사이트는 이용자에게 회비를 받고 사이버 머니를 제공해 인터넷 도박판을 벌인 뒤 적립한 사이버 머니를 순금메달이나 상품권 등으로 지불해주는 곳부터 외국 복권의 거액 당첨금을 과장 광고, 판매하거나 경품을 건 고액의 베팅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외국 도박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전문 도박 게임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각종 카지노 게임을 즐기고 신용카드로 돈을 정산하는 사이트도 판을 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비밀리에 회원제로 운영되는 15개 사이트 외에도 외국 사이트 600여개를 접속할 수 있다고 한다.
이같은 도박 사이트의 확산이 문제시되는 것은 우선 도박 중독이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데 있다.
사이버 머니에 대한 네티즌들의 집착은 상상을 뛰어넘어 판매상을 통해 현찰을 주고 사이버 머니를 사거나 아예 사이버 머니를 해킹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이버 머니에 목말라하는 네티즌들의 심리를 악용한 판매상이 전문 해커를 고용해 게임업체 사이트의 사이버 머니 생성기에 들어가 사이버 머니를 만든 뒤 이를 네티즌에게 현금을 받고 파는 식이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에게는 이같은 조직적인 범죄의 우려보다 도박 중독증의 후유증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각종 인터넷 콘텐츠 중에 도박 중독증은 그 어떤 콘텐츠보다도 빠져나오기 어려운데다 가상현실에 대한 중독증이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심리적으로도 도박 사이트 중독자가 도박을 하지 않고 있을 때는 불안감을 느끼거나 이같은 증상이 악화될 경우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도박성 게임에 중독돼 밤을 지새거나 사이버 머니가 모자라 현금으로 이를 구매하는 사례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불건전한 도박 사이트로 인한 폐해를 막을 만한 장치는 아직 없다고 볼 수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나 사이버경찰수사대 등이 도박 사이트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대부분 사후 감시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네티즌이 외국 카지노 사이트 등에 접속해 도박을 할 경우 이를 현재의 기술로는 추적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외국의 서버 운용업체를 통해 도박을 한 국내 네티즌의 IP자료를 넘겨받아 이를 일일이 역추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도박성 사이트와 관련한 정확한 법적 정의 역시 허술한 실정이다. 최근 법원은 경찰이 일부 온라인 게임 운영자를 대상으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정한 장소를 제공하지 않고 회원간에 연결을 시켜준 것만을 놓고 도박장 개장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관련 법령의 조속한 마련과 함께 도박 사이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사이버 교육이 우선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혼자 접속해 즐기는 도박 사이트의 경우 인터넷에 대한 맹목적인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주변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반도체 R&D 주52시간 예외…특별연장근로제로 '우회'
-
2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3
LS-엘앤에프 JV, 새만금 전구체 공장 본격 구축…5월 시운전 돌입
-
4
“TSMC, 엔비디아·AMD 등과 인텔 파운드리 합작 인수 제안”
-
5
“1000큐비트 양자컴 개발…2035년 양자 경제 선도국 도약” 양자전략위 출범
-
6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7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8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공정위, 이통 3사 담합 과징금 1140억 부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