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장하라!” “투자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항의전화번호 알려주세요.” “증권시장 휴장만이 살길.” “만약 혹시라도 당신들 어깨 위에 붙어있는 게 머리가 맞다면 어렵더라도 생각이란걸 조금 해보길 바란다.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휴장하는 것이 국내 증시와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원성투성이다. 12일 거래소 인터넷게시판은 증시 개장을 반대하는 투자자들의 주장과 항의문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그러나 정각 12시 증시는 개장했다. 예상대로 개장과 동시에 증시는 대폭락했다. 불과 30여분만에 그동안의 모든 증시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투자자들은 망연자실 파란색으로 도배한 전광판만을 바라볼 뿐이다. 예고된 폭락이지만 투자자들의 작은 힘으로는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투자자 K씨는 “미국의 테러 피습이라는 악재를 알면서도 단호하지 못한 정부의 결정에 고스란히 손해를 안아야 하는 심정을 누가 알겠느냐”며 “시장원리와 모든 호·악재를 안아야 하는 증시의 속성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특수상황을 고려하는 대책이 아쉽다”고 한숨지었다.
일본은 사건 발발 이후 주식의 가격제한폭을 절반으로 줄이는 긴급조치를 취했다. 그나마 하락하는 주가를 받치기 위해 개장을 30분 지연했다. 대만은 아예 휴장했다. 국내증시는 3시간 지연된 오전 12시에 개장했다. 물론 개장 2분만에 현행 가능한 제도인 서킷브레이커를 걸었지만 주가는 이미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개장시간 연기가 무슨 의미냐고 반문했다. 단 10분을 개장한다 해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미 폭락한 증시를 보는 투자자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그 심정을 헤아릴 줄 아는 대책은 없느냐고 하소연한다. 코스닥은 서킷브레이커마저도 없다. 증시가 급락해도 투자자들을 보호해 줄 안전판이 없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유일한 대안이다.
13일 휴장과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한 K씨는 더욱 우울했다. “뻔한 결과를 알면서 무슨 생각으로 개장했는지 도통 알 수 없다. 증시개장이 비상시국에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진정시키는 의연한 대처라고 한다면 이는 마치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밖에 안될 것”이라고 분개했다.
거래소 하한가 종목 621개, 코스닥시장 하한가 종목 591개 기록. 자판기 커피를 뽑아든 투자자 K씨는 줄담배만 피웠다. “열받아 줄담배만 피워서 담배인삼공사의 주가가 한때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더욱 씁쓸하게 한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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