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인디컬처:디지털엔터테인먼트>디지털AV-디지털음악 MP3

　“음질이 CD와 거의 같아요.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집에서 맘껏 골라 감상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해요.”

　주부 김정은씨(38). 그녀는 요즘 인터넷 음악사이트를 이곳 저곳 찾아다니는 ‘디지털 음악’ 여행에 푹 빠져 있다. 올해 초 컴퓨터를 배우면서 ‘MP3(Mpeg1 Layer3·오디오데이터압축기술)’ 음악파일을 제공하는 음악사이트나 음악방송 등을 통해 클래식에서부터 신세대 가요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음악에도 디지털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불과 1∼2년전만 해도 일부 대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즐기던 MP3 파일이 대중화 물살을 타고 있고, 새로운 저장매체인 MD(Mini Disk)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카세트테이프가 MP3 파일에 밀려나고, ‘워크맨’이 MP3 플레이어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요즘은 차세대 저장매체 MD가 MP3까지 위협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디지털음악시대는 CD플레이어가 본격 보급된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MP3 음악파일의 등장과 인터넷의 확산은 디지털음악을 보다 대중화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컴퓨터가 있고 초고속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면 누구든지 움직이는 디지털 음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MP3 음악파일은 개인컴퓨터로 원하는 음악을 다운로드해 CD음질 수준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처음에는 10∼20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젊은층뿐 아니라 주부 및 중년 남성도 즐겨 찾는다.

　현재 MP3 파일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수백여개에 달한다. 대형 음반사와 정보기술(IT)업체들이 제휴를 맺어 폭넓은 음원을 제공하고 있거나 인터넷 음악방송사가 대부분이다. 또 야후코리아·심마니 등 검색사이트는 물론 디지털음악을 이용한 인터넷 노래방 사이트, CD판매 쇼핑몰, 언더그라운드 발굴 사이트 등 100여개의 음악사이트가 유료 또는 무료로 음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사이트는 무료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 우리나라 음악은 소리바다(http://www.soribada.com), 외국 음악으로는 냅스터(http://www.napster.com)가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이 두 곳은 최근 저작권 침해 논란으로 법정공방이 한창이다.

　네티즌들은 사이트마다 제공하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컴퓨터에 설치하고 사용자 등록을 마치면 바로 수만가지 음악이 기다리는 세계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60년대 비틀스 음악부터 최신 랩까지, 음반도 쉽게 구하기 어려운 유럽의 프로그레시브 음악부터 요절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연주까지, 마우스 클릭 몇번이면 내 컴퓨터에까지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MP3 음악파일이 인기를 끌면서 휴대형 MP3 플레이어도 각광받고 있다. 카세트플레이어나 CD플레이어에 비해 값은 다소 비싸지만 용량이나 기능면에서 탁월해 오디오 플레이어 시장의 최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n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소니가 CD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차세대 디지털저장매체 MD도 MP3플레이어만큼 인기다. 지름이 CD의 절반 수준인 MD는 재생뿐 아니라 녹음과 편집까지 가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MP3로 대표되는 차세대 디지털음악산업은 폭발적인 성장에도 불구, 저작권 문제가 여전히 ‘아킬레스건’으로 남아있다.

　현재 미국 냅스터의 경우 저작권소송에서 일부 패소 판결을 받은 바 있고 우리나라 소리바다의 경우도 검찰이 저작권 위반 행위로 법원에 기소한 상태다.

　그동안 국내 음반업계는 P2P(Person to Person)방식의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인 소리바다가 개설된 이후 음반매출 손실액이 2000억원에 달한다며 볼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국내 최대 MP3 음악사이트인 소리바다의 형사처벌은 결코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다. 음반업계의 주장처럼 사이트 폐쇄조치가 내려질 경우 디지털 콘텐츠 유통기술 개발에 찬물을 끼얹고 국내 MP3 플레이어 산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저작권은 보호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식산업이 강조되는 21세기에 지적재산권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그 어떤 일보다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다만 뜨는 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는 선에서 공동의 합의점을 산출해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폭발하는 디지털음악산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저작권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들간의 합의가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