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인디컬처:디지털콘텐츠 강국 코리아>유무선 콘텐츠 동향

 “한쪽에서는 금싸라기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천덕꾸러기인 콘텐츠에 더이상의 미래는 없다.” 

 유무선 통합이 인프라 차원의 미래상으로 부각되면서 이를 타고 전달되는 콘텐츠의 속성에서도 유무선 차별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광대역 인터넷 1등 국가답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콘텐츠는 초고속 유선망을 통해서만 전달되고 활용되는 무형의 창작물이나 아이디어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 이동전화 서비스의 망 고도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무선 인터넷, 모바일 콘텐츠와 같은 신개념 서비스 아이템이 빠르게 자리잡았고 얼마 안가 무선이 유선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으로 가는 징검다리라 할 수 있는 cdma2000 1x 서비스가 일단 대중적인 세몰이에 성공한 것도 무선 인터넷 및 모바일 콘텐츠의 전성기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망이 진화하고, 그에 따라 단말기까지 기술발전을 일방적으로 좇아간다 하더라도 무선이 유선망의 수요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따라서 망에 실려 오가는 콘텐츠에 있어서도 앞으로 무선 콘텐츠의 입지가 유선의 그것에 비해 훨씬 강화될 수는 있을지라도 유선 콘텐츠의 특성과 입지를 무선 콘텐츠가 ‘완전히’ 갈아치우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여기서 유무선 인프라 통합의 실질적인 내용이기도 한 유무선 통합 콘텐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유선과 무선이라는 환경적 제약을 뛰어넘어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가 필요할 때 어느 때고 꺼내서, 가장 최적의 환경을 선택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대적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선에서 무선으로=그동안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와 인터넷 포털 사업자는 각자의 사업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서로가 유선상의 콘텐츠 아성을 구축하는 일에 사활을 걸다시피하며 경쟁을 펼쳐왔다. 우리나라의 유선망 진화가 콘텐츠 발전에 따라 계획되고 수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속도지상주의’로 치우친 것도 이런 과잉경쟁을 부른 화근이 됐다.

이러한 경쟁은 일면 양질의 콘텐츠를 양산하는 장치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유선부문의 콘텐츠가 실속 없이 머리만 굵어지고 덩치만 커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됐다. 유선부문의 콘텐츠가 무선환경과는 점점 거리를 벌리는 형상으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당연히 동영상 및 다중 그래픽과 같은 콘텐츠는 유선에서 활짝 꽃피기는 했지만 이것이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무선환경으로 곧바로 연결되기에는 너무 비대해지는 꼴이 벌어지고 말았다. 태생적으로 비대해질 수밖에 없는 유선 콘텐츠는 무선환경에 맞지 않도록 상황적 조건이 굳어졌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선 콘텐츠의 발전이 전혀 무익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선 나름의 환경적 발전에 발맞춰 그 내용물이 진화됨에 따라 이용자의 콘텐츠 문화도 성숙됐고, 콘텐츠의 질 또한 향상될 수 있었다.

 문제는 유선 편향적인 시각에서 콘텐츠의 진로에 얽매인다면 유무선 통합 콘텐츠의 개발과 육성은 언제까지나 요원할 것이라는 점이다.

 유선 콘텐츠들에 무선 지향성을 가미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듯이 유선 콘텐츠의 몸집과 무게를 줄이고 가볍게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설령 그것이 무선에 바로 실려 활용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런 지향점에 발을 딛고서 유선 콘텐츠의 무선환경 동화를 하나둘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유선부문에서 축적된 콘텐츠 개발 노하우와 원천기술이 무선 콘텐츠 개발부문에 접목될 수 있는 기술결합도 촉진해야 할 과제다.

 

 ◇무선에서 유선으로=무선 콘텐츠를 유선에서 활용하는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기술적 차별성을 무시하고 단순 이용면에서 현재의 무선 콘텐츠를 유선망에서 쓴다고 가정하면 흡사 어린아이에게 완전히 성장한 성인의 정장을 입히는 것과 같은 어색한 꼴이 연출될 것이다.

 이 부분 해결과제의 초점은 무선단말기를 통해 유선에 접속해 어떻게 필요한 콘텐츠를 100% 활용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무선으로 유선 콘텐츠를 활용하는 문제는 콘텐츠의 문제이기보다 망 속도와 그 콘텐츠를 실행 또는 구현하는 단말기에 달린 문제로 압축될 수 있다.

 유선 콘텐츠가 덩치를 줄이고 무게를 가볍게 하는 만큼, 무선부문에서는 그 콘텐츠를 전달하는 기본장치의 새로운 변환이 필수적인 것이다. IMT2000이 상용화되면 일정 정도의 유무선 콘텐츠 동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전송속도에 있어 144Kbps는 현재의 유선 콘텐츠만 갖고 따지더라도 턱없이 모자라는 속도일 수밖에 없다.

 물론 압축과 플랫폼 기술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동영상 압축이나 유무선 송수신에 필요한 플랫폼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새롭게 짜여지지 않는다면 ‘유선 콘텐츠의 무선 구현’이라는 화두는 수년 안에 실체를 잡기 힘든 신기루에 머물 공산이 크다.

 단말기의 발전 및 기능 향상은 콘텐츠를 진화시키는 동력과도 같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더라도 그것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단말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무선단말기는 이동전화와 개인휴대단말기(PDA), 노트북 등이 모두 결합된 복합형 단말기로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이용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콘텐츠의 발전 또한 이러한 방향의 단말기 발전을 끊임없이 추동하고 있다.

 그동안 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리속에 깊이 묻혀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방향으로 인터넷 콘텐츠의 유료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인류사에서 유료 콘텐츠 이용 전면화를 이끌 가장 큰 힘은 바로 단말기에 있다.

 콘텐츠가 이용자의 요구에 맞고 그 콘텐츠를 실행할 수 있는 단말기가 이용자의 손에 쥐어져 있다면 그 이용자는 거금을 주고서라도 단말기를 구입해 콘텐츠를 쓰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콘텐츠와 단말기의 발전은 같은 방향으로 도는 바퀴의 안쪽 면과 바깥쪽 면의 관계에 있음이 분명해진다.

 ◇유무선 콘텐츠 통합의 핵심은 무선=인류의 통신역사는 현재의 무선통신 서비스 구현을 향해 수천년 이상을 달려왔다. 무선 다음의 통신환경이 어떤 것이 될지는 지금 당장 가늠할 수 없지만 당분간 무선에서 인류 통신문화가 꽃필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유선 콘텐츠가 무선환경과 결합되는 유무선 콘텐츠 통합에 있어서도 주제는 역시 얼마나 자유로운 무선환경에서, 얼마나 수준높은 콘텐츠를 이용하느냐의 문제다.

 무선통신이 종종 자유의 의미로 비유되듯이 유선을 통해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까지 만들어낸 인류가 무선을 통해서 얼마나 자유롭게 가상의 인터넷 바다를 유영하느냐가 유무선 콘텐츠 통합 및 연동 활용의 핵심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유무선 콘텐츠의 통합은 곧 인간의 통신자유 의지와 깊은 연관을 갖는다. 유선이 필연적으로 무선으로 진화하고 발전하듯이 유선 콘텐츠는 무선환경과의 통합을 통해 유선적 제약을 뛰어넘으려 할 것이고, 무선 콘텐츠는 유선과 만남으로써 그 짜임새와 수준 높은 영상, 현실감 등을 수용하려 할 것이다.

 내년 이후 콘텐츠의 승부는 그것이 얼마나 무선환경을 관통하고 적절히 수용했느냐의 점수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다. 유선 콘텐츠들도 그동안 제한적으로 이동전화에 연결됐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면적으로 무선환경과 결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다.

 아직까지 텍스트 중심에 머물렀던 모바일 콘텐츠도 혁신적인 변화를 거듭할 것이고, 그것을 구현하는 단말기 수준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할 것이다.

 유무선 통합 콘텐츠가 막연한 미래시점의 일이 아니라 한발 한발 현실속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유무선 통합 콘텐츠 활용의 실험적 단계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동전화상의 무선 인터넷으로 유선 포털에 접속해, 제한적이지만 각종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이 그 중 하나다.

 이동전화도 유선전화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초창기 음성통화가 주된 목적이었던 것에서 점차 데이터 통신, 인터넷이 사용의 주된 목적으로 진화되고 있다. 지금 당장 인터넷 활용을 위한 단말기로는 PC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동전화·PDA 등이 인터넷 활용의 주력 단말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인터넷주소체계(IPv6)가 확립되면 모바일IP도 빠르게 확산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이동전화단말기는 인터넷 접속을 위한 가장 대중적인 단말기가 될 것이다.

 그러면 유무선 환경 어디서나 즐기고 활용할 수 있는 유무선 통합 콘텐츠로는 어떤 것부터 등장하게 될까.

 우선은 음성인식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작동하고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 제일 먼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유선부문에는 음성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많은 종류와 장르의 콘텐츠가 등장했다. 무선부문에서도 역시 이동전화의 음성기능을 일부 활용함으로써 콘텐츠를 검색하고 선택, 시작할 수 있는 단계가 곧 보편화될 것이다. 특히 비디오 중심의 콘텐츠보다는 오디오 중심의 콘텐츠에 이러한 경향이 우선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만국공통어 아라비아 숫자에 기반을 둔 콘텐츠의 개발과 운용, 개별 활용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다. 현재의 콘텐츠는 대부분 영문을 기본으로 개발되고 제작되지만 앞으로 숫자 코드를 이용한 인터넷 도메인 설정이나 접속기술 등이 일반화될 수도 있다. 숫자가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이동전화단말기의 필수 키(key)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요즘 콘텐츠의 가장 큰 특성은 유무선을 통틀어 네트워크성과 연결성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무선 통합 콘텐츠의 모습도 네트워크성의 범주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콘텐츠 자체가 이용자와 내재적 연동성(interactivity)을 갖고 움직이듯이 개별 콘텐츠들도 다른 콘텐츠 및 다른 단말기들과의 연동성과 네트워크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진화될 것이다.

 유무선 통합 콘텐츠의 진로 중 또 하나의 중요한 경향이 될 것은 가상의 현실화 진전일 것이다. 이미 인간이 만들어놓은 가상공간은 실생활로의 접근성을 높이며 현실공간 코앞에까지 다가와 있다. 이미 가상의 캐릭터가 현실로 들어온 지 오래이며 콘텐츠속의 가상성도 이후 현실공간으로의 접근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유무선 통합 콘텐츠의 활성화가 곧 ‘현실속의 가상구현’ ‘가상의 현실진출’로 규정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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