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러 쇼크` 증시 `와르르`

 전세계 주식시장은 ‘뉴욕테러’ 소식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유럽을 비롯, 한국 등 아시아시장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테러 이후 휴장에 들어간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시장은 주가폭락에 대한 우려로 개장시기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세계경기의 동반둔화와 회복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사태가 주식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정보기술(IT)주는 경기불황으로 바닥권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악재가 불거져나와 장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임홍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테러사건은 전세계 IT산업에 대한 외부 환경 변수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세계 IT산업의 성장이 미국투자에 의해 주도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IT 관련 애널리스트들은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반도체와 통신장비주가 이번 사태로 가장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는 국내 업체들의 주 수출지역인 북미시장의 수요마비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9월 실적악화가 우려된다. 현대증권은 12일 이번 미국 테러사건의 시장영향에 대한 긴급 코멘트를 통해 “반도체는 이번 사태로 4분기 성수기에 대한 기대감이 상실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전통적인 성수기(9∼11월)에 악재가 터져 소비가 다시 위축되면 4분기 수요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무선업종을 중심으로 한 국내 통신장비주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선장비는 내수시장의 대부분인 반면 이동통신단말기 등 무선장비는 미국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 컴퓨터 등 수출관련 IT주도 이번 사태로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증시전문가들은 뉴욕테러 쇼크가 국내 증시에 어느 정도 파괴력을 발휘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기적으로 급락사태를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언제까지 지속되고 하락폭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12일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500선과 60선이 동시에 붕괴되자 벌써부터 종합주가지수 400선과 코스닥지수 50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돌고 있다.

 엄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가 미국경제에 어떤 충격파를 던지고 그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지난 걸프전과 비슷한 파장이 미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혼돈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벌써부터 달러화의 약세와 금값의 폭등, 국제유가의 급등 조짐이 가시화되는 등 불안요인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경제가 근간부터 흔들리며 장기불황으로 치달을 경우 세계경제의 연쇄불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사태가 단발성 테러공격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응징과정을 통해 장기화될 경우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경기둔화와 수익악화 등 펀더멘털이 여전히 좋지 못한 상황에서 그동안 세계주가 대비 견조한 흐름을 보인 한국주가의 단기하락폭은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세계 각국이 불황에 대비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불황타개책을 준비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예상보다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이 일시적인 충격에 국한되거나 오히려 세계적 불황을 극복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면 국내증시에 대한 충격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향후 조치에 따라 시장의 충격은 달라질 것”이라며 “주식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장관리자들의 냉철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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