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는 지난 20년 동안 발전을 거듭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과 인류의 생활패턴을 바꾸어 왔으나 PC는 휴대성과 용이성에서의 한계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개인 도구(Personal Device)로서는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결과 포스트PC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고 인터넷 정보기기가 인터넷의 범용화와 함께 포스트PC의 선두주자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정보기기는 인터넷의 접속을 위한 퍼스널 디바이스로는 효용가치가 있지만 멀티 기능을 갖춘 컴퓨팅 디바이스로서 PC를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결과, 인터넷 정보기기 보다 한 차원 더 진보된 기기로서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차 가시화될 전망이다. 과거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웨어러블 컴퓨터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미국의 2개 업체가 제품을 상용화시켰으며 신기술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2003년 이후 본격적인 시장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웨어러블컴퓨터에 대해 살펴본다.◆
◇웨어러블 컴퓨터 정의=아직까지는 웨어러블 컴퓨터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가 통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IDC는 이 웨어러블 컴퓨터를 ‘착용할 수 있고, 그 상태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고안된 모든 기능을 갖춘 PC’로 정의하고 있다.
e메일 전송이나 인터넷 접속, 일정 관리와 같이 일부 기능에 특화된 다른 모바일 기기와는 달리, 웨어러블 컴퓨터는 컴퓨터에게 요구되는 일반적인 기능의 대부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 되어있는데 이것이 다른 기기와 차별화 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외형보다는 시스템이 운영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에 더 비중을 둔 것이다.
PC 인터페이스는 스마트 핸드헬드를 위시한 포스트PC의 등장으로 종전 30년간 유지해왔던 기존 체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들 제품은 ‘휴대성’과 ‘용이성’이라는 기존의 컴퓨터 모델들과는 기본적으로 다른 개념을 적용하고 있으며 웨어러블 컴퓨터의 등장은 인간 대 컴퓨터의 상호 작용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외형 역시 종래의 무미건조한 아이보리색 데스크톱에서 안경이나 액세서리 혹은 의복과 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주인을 인식하고, 주변 기기와 연동하며, 청각과 시각으로 반응하는 컴퓨터가 나올 것을 전문가들은 바라보고 있다.
◇웨어러블 컴퓨터 공급 업체=과거 멘티스 시스템(Mentis system)이 내놨던 재고품을 판매하고 있는 인터액티브 솔류션을 제외하면 지버놋트(Xybernaut)와 비아(ViA)가 현시점에서 웨어러블 컴퓨터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다.
90년에 설립된 지버놋트는 양손이 자유로워야 하는 업무 환경에서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한 ‘핸드 프리’형 웨어러블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웨어러블 컴퓨터 ‘모바일 어시스턴트(Mobile Assistant) IV’는 98년부터 개발되어 여러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친 CPU에 헤드세트 디스플레이와 IBM의 ‘Viavoice’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완전 핸드 프리 컴퓨터다. 또한 팔목에 올려놓는 키보드, 터치 스크린, 핸드헬드 키보드와 같은 다양한 입력 장치 옵션이 마련되어 있다.
이 회사는 2001년 상반기에 팬티엄Ⅲ 366㎒ CPU를 탑재한 모바일 어시스턴트 IV TC, TCS 모델을 발표한 바 있다. IBM과의 협업을 통해 2001년 하반기에 모바일 어시스턴트 V가 출시 예정으로 있으며, 계속해서 GPS, VolP와 게임을 위한 JPEG, MPEG 등의 부가 기능을 추가한 일반 소비자용 후속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좀더 인체공학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비아의 ‘ViAⅡ’는 작고 가볍게 만들어서 장시간 착용하여도 불편함이 없게끔 설계되었다. 또한 음성 명령에 의해 작동이 가능하며 핸드헬드 터치 스크린 입력 장치도 갖추고 있다.
이들은 헤드 세트보다는 핸드헬드 디스플레이가 더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하고, 이와 비슷한 성격의 펜 타블릿 시장 잠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아 역시 올 하반기에 펜티엄Ⅲ급으로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있다.
이밖에 IBM, 참스테크놀로지, 서커스시스템스 등도 웨어러블 컴퓨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IBM의 경우 2년 전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이는 상업적으로 판매되지 않았지만, 만약 됬었다면 시장의 큰 반향을 가져왔을 것으로 보인다. IBM은 더 이상 신제품 출시를 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는 지버놋트 신모델의 컴퓨팅 부문의 설계와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서커스시스템스는 올해 말 최초로 풀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컴퓨터를 출시할 예정으로 있는 유망한 기업이다. 기존 제품보다 30% 낮은 1600달러선에서 개발자용 제품을 선전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MIT 미디어연구소에서 독립해 나온 참스테크놀로지는 인터넷을 생활 속에 융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만든 제품은 엄밀히 말해 IDC의 웨어러블 컴퓨터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이라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웨어러블 컴퓨터의 일례로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편 웨어러블 컴퓨터는 사용자와의 상호 커뮤니케이션방법을 기존과는 달리 다양한 인터페이스와 디스플레이 옵션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헤드세트 디스플레이,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 컴팩트 키보드, 음성 인식이 그것으로 이중에서는 음성과 헤드세트 디스플레이가 가장 유력한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꼽히고 있다.
대각선의 길이가 2인치 남짓의 헤드세트 디스플레이는 필요 없는 기능과 부품을 과감히 줄여서 전체적으로 핸드헬드의 터치패드보다 더 가볍고 소모 전력을 줄였다. 또한 실제로 디스플레이는 일반 데스크탑 모니터를 먼 거리에서 바라본 듯한 형상을 만드는데 이 가상의 상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와 확대경에 의해 만들어진다.
음성 인식 기능은 웨어러블 컴퓨터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지버놋트와 비어 모두 음성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어휘에 한계는 있지만 ‘아래 페이지로’ ‘선택’ ‘실행취소’와 같은 한정된 숫자의 명령의 실행에 있어서는 탁월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이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업체들의 기술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과제=당분간 일반 소비자 수요보다는 기업 혹은 공공부문에서의 수요가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자의 경우 항공기 유지 관리, 필드 데이터 수집, 보험사, 병원, 군대, 경찰, 소방서, 물류 관리 관련 업계를 주요 수요처로 예측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내년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는 참스 테크놀로지가 웨어러블 컴퓨터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인터넷 월드 쇼(Internet World Show)’라는 제목의 패션쇼를 실시, 대중의 주목을 끌고 있다. 또한 비둘기가 가득한 공원에 앉아 헤드 세트의 미니 스크린이 부착된 컴퓨터로 한남자가 증권거래를 하는 IBM의 TV 광고 역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련의 프로모션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으며 IDC 역시 향후 3, 4년 동안 소비자 시장이 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사회적으로 인지도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스마트 핸드헬드 제품이 새로운 시장 창출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PDA나 고성능 휴대폰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들의 까다로워진 취향을 맞추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핸드헬드 제품들이 PC와 유사할 정도의 기능을 갖추게 되면 한층 세련된 기술과 인터페이스를 갖춘 ‘입는 컴퓨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이는 업무에 필요한 기본 사양에서 벗어나 GPS, MP3, JPEG, MPEG와 같은 함께 무선 모듈 등의 사양의 추가를 통해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수요가 창출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아직까지 웨어러블 컴퓨터 제품은 고성능 노트북의 두배에 달하는 높은 가격과 상시 착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크기, 그리고 소비자의 교육과 애플리케이션의 절대적 부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앞으로 업체들이 소비자 시장으로 침투하기 위한 지속적인 가격 인하는 신규 업체의 시장 참여로 경쟁이 심화되며 IBM의 마이크로드라이브(MicroDrive)와 같은 부품 개발을 통한 제품의 경박단소화와 맞물려 웨어러블 컴퓨터의 시장 경쟁력을 재고 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 발전이 제품의 축소나 인체공학적인 면에만 치중하고 어플리케이션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애플리케이션의 부족이 향후 범용화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전망=IDC는 지난 10년간 느린 성장을 거듭해 온 웨어러블 컴퓨터 시장이 향후 2년 안에는 관련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앞으로 10년 동안은 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기존의 조심스러운 시장 접근에서 벗어나 모바일 PC와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고 동시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무장한 신생 업체들의 참여는 시장에 활력과 경쟁을 야기시키며 대중의 호기심과 구매욕을 자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 시장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음성 인터페이스와 같은 관련 기술을 더 세련되게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궁극적인 수요처는 소비자 시장이 되겠지만 IDC는 향후 5년간은 기업 시장이 여전히 그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록 일각에서는 느린 성장이 PDA와 같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새로운 기술의 확대에 가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보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컴퓨터를 조작하면서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입는 컴퓨터’의 커다란 장점이 경쟁력을 유지시켜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웨어러블 컴퓨터 시장은 2001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1만9700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미국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 시장은 연평균 209% 성장하여 2004년에는 57만9000대에 9억달러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현 녕 선임연구원 / ㈜한국IDC eoh@idc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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