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자금이 문화콘텐츠로 몰린다>(상)벤처캐피털 새로운 금맥으로 부상

 ◆벤처캐털들의 문화콘텐츠 투자열풍이 가열되고 있다.

 마치 금광을 찾아 ‘서부로 서부로’ 향했던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케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대박에 고무된 벤처캐피털들이 너도나도 문화콘텐츠를 부르짖고 있다.

 IT경기 침체 이후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벤처캐피털들이 포스트 IT로 문화콘텐츠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문화콘텐츠 열풍의 시작은 충무로에서부터 불어왔다.

 전국관객 100만 돌파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부각됐던 게 불과 수년전인데 이제 흥행작의 계보를 잇기 위해서는 4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쉬리’로 시작된 한국영화 대박 행진은 ‘공동경비구역JSA’ ‘친구’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로 계보를 잇고 있으며 7일 개봉한 ‘무사’ 역시 이들 흥행작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열풍을 타고 충무로 바닥도 이젠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 메이저 배급·제작사 등 대형 자본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충무로에는 현재 1500억원이 넘는 영화진흥기금, 19개의 영상전문 펀드로 조성된 1600여억원의 벤처캐피털 자금, 시네마서비스·CJ엔터테인먼트 등 투자배급사의 자금 300억∼400억원 등 4000억원이 투입돼 있다. 영화계에서는 제2의 ‘친구’ 신화를 꿈꾸며 몰려들고 있는 개인자금까지 합치면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영화계의 ‘돈풍년’을 투기열풍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한국 영화계의 한단계 도약을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실제 한국영화는 세계에서도 전무후무한 시장점유율 50%를 바라보고 있다. 할리우드의 공세에 밀려 미국 이외의 대부분 국가에선 자국 영화의 점유율이 10∼20%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위세다.

 이같은 영화계의 돈풍년은 주변 산업으로까지 흘러들고 있다. 가장 먼저 수혜를 입고 있는 분야가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필두로 한 문화콘텐츠분야다.

 올해 문화관광부 등 정부 주도로 결성되고 있는 문화콘텐츠 투자조합만 해도 게임조합 150억원(운영중), 문화콘텐츠투자조합 330억원(결성중), 음반조합 350억원(추진중), 디자인조합 100억원(예정) 등 총 93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KTB네트워크, 산은캐피탈 등 메이저 벤처캐피털 5개사가 평균 500억원 정도의 문화관련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견 벤처캐피털 10여개사가 평균 100억원 규모의 문화관련 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총 35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문화콘텐츠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선 향후 30개 정도의 벤처캐피털들이 평균 50억원의 자본을 갖고 문화콘텐츠분야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도 SK가 3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조성, 문화산업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한스글로벌(100억원)은 엔터테인먼트회사인 아이스타를 인수한 후 지속적인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또 한빛소프트(130억원 예정)같은 게임업체들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같은 문화콘텐츠 투자 열풍과 관련, 산은캐피탈 윤정석 팀장은 “문화콘텐츠는 분명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지만 인프라 구축 등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갖춰 나가지 않으면 흘러가는 한 때의 바람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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