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제너럴일렉트릭(GE), 소니 등의 성공사례에 고무돼 국내 기업들이 6시그마 품질경영 혁신에 뛰어든 것은 99년경. 2년여가 지난 지금 각 사업장에는 유단자 중 유단자인 마스터블랙벨트(MBB)들이 품질경영과의 전쟁을 치러내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비상경영의 기치가 높이 올려진 급박한 상황. 품질실패 비용을 한푼이라도 줄이는 것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현실에서 품질명장인 이들의 존재는 더욱 빛나고 있다.
삼성SDI 정기회 소사장, LG이노텍 한준호 팀장, 삼성전기 허원석 팀장은 모두 불혹의 나이에 MBB의 자격을 획득했다. 이들이 길러낸 제자(?)만 해도 손으로 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품질실패 비용을 최소화해 ‘세계 최고 부품기업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사관학교의 교관으로, 전장의 사령관으로 1인 2역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삼성SDI 수원사업장 제조2그룹 코팅소사(小社) 정기회 소사장(41)은 SDI가 추진하고 있는 ‘강소사업장 추진전략’의 선봉이다. 작지만 강한 사업장, 즉 좋은 품질의 제품을 불량없이 최고의 효율로 뽑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17인치 다이나플랫(DF) 평면브라운관 코팅 2개라인을 관리하고 있는 정 소사장은 스핀코팅 직행률을 98% 달성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13억원의 이익을 회사에 안겼다. 일정한 표준이 없고 일관성이 없던 작업을 여러번의 실험으로 적정치를 찾아낸 것. 건조 타이밍·압력·RPM의 적정치, 세정시 자동시스템 적용, 급기 및 배기를 조절해 현장 먼지의 최소화, 코팅액을 떨어뜨리는 높이 조절 등 정 소사장이 2개 라인에 들인 정성은 지극하다. 이 프로젝트는 선전, 말레이시아, 부산의 SDI공장에도 전수됐다.
“그래도 사람관리가 최고의 품질을 보장한다”고 강조하는 정 소사장은 요즘도 매일 6시에 서둘러 출근한다. 3교대로 이루어지는 야근조의 퇴근시간이 7시이기 때문. 정 소사장은 “칭찬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생일, 입사기념일 등 기념일은 꼭 챙겨준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정 소사장만의 비법인 셈. 이런 노력이 눈에 띄었는지 정 소사장은 상복도 많다. 이달의 SDI인상을 받고 올해의 SDI인상을 거머쥐는가 싶더니 모범상공인상(상공회의소)과 대통령표창까지 받았다.
LG이노텍 한준호 팀장(41)은 LG그룹에서 경영혁신 활동을 위해 각 계열사에 구성한 슈퍼A팀의 수장으로 광주공장 4명의 MBB중 하나다. 한 팀장은 지난해 1월부터 팀을 맡아 130여건의 개선사례를 기록했다. 한 팀장은 최근 표면탄성파(SAW) 필터 공정에서 가스의 압력, 전압 및 스피드 조정, 설비의 특성 등을 개선해 회사에 100억원 이상의 개선이익을 남겼다. 이를 통해 제품의 수율을 선진사 수준인 95%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제조 부문에 품질개선의 포커스가 맞춰져 왔지만 그보다 중요한 설계 단계부터의 품질개선에 나서는 것이 LG이노텍의 계획입니다.”
LG이노텍은 본사의 스태프조직 일부를 광주공장으로 이전하고 김종수 사장도 일주일의 절반 가량을 광주현장에서 밀착관리하는 현장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따라 한 팀장의 발길도 한층 바빠졌다. “공장장 등 상급자들도 앉아서 보고를 받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프로젝트를 확인한다”는 한 팀장은 “불량을 줄이는 것이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라는 점에 큰 긍지를 느낀다”고 말한다.
삼성전기 소재부품사업부 고객품질팀 허원석 팀장(43)은 탄탈콘덴서 화성공정에서 유전체 피막의 불균일성에 의한 산포를 줄이는 프로젝트에 성공해 불량률을 3%에서 0.35%로 줄이는데 성공해 2억원 정도의 개선효과를 얻어냈다.
탄탈콘덴서의 경우는 원재료인 탄탈륨 분말이 전량 수입품인데다 수입량이 한정돼 있어 불량 개선효과가 중요한 부분. 이와함께 허 팀장은 칩저항 부분의 품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기 6시그마추진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허 팀장은 사범격인 MBB답게 140명 정도의 그린벨트를 키워내기도 했다. 삼성전기 품질전도사인 “과거에는 품질관련 검사 및 교육을 비용으로 생각했지만 6시그마의 정착과 함께 문제 발생시 감당해야 하는 손실이 더 크다는 공감대가 자리잡았다”고 평가한다.
허 팀장은 잠시 후방 사관학교로 물러났다가 전방 사령관으로 다시 복귀했다.
“지금까지 3년차 정도의 전사원을 대상으로 6시그마 교육에 주력해 왔지만 최근 비상경영 체제로 챔피언(임원급)과 함께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허 팀장은 앞으로 전해콘덴서 생산라인의 공정개선 프로젝트에 주력해 회사에 또 하나의 성과를 안겨줄 것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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