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는 주로 전공과정만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출석이나 학점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까요.”
내년 2월 졸업예정인 부경대 4학년생 김모양은 이번 2학기 수강신청때 전체 17학점 중 14학점을 전공과목으로 채웠다.
김양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동기생들도 거의 대부분 수강과목을 전공으로 선택했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전공에 대해 소홀했던 학부생의 경우 4학년 2학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전공 과목을 듣기 위해 몰려드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유는 다름아닌 ‘취업대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요즘에는 전공과 무관하게 취업을 하는 경향이므로 인문계나 자연계 관계없이 IT 계통 및 외국 기업을 선호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선 영어나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심지어 전공과 관련있는 기업에서도 요구하는 서류가 토익이나 토플 등 영어성적이나 자격증이다보니 여기에 매달리다 보면 수업에 소홀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학점을 포기할 수 없으니 아무래도 안면이 있는 교수들이 수업을 진행하는 전공수업만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학생들의 애절한 사정을 잘 아는 교수들은 괴씸한 마음은 들지만 제자들의 앞길을 막을 수 없어 후한 학점을 주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수들은 학과에 이름만 올려둔 채 학생들이 학과외 공부로 겉도는 모습이 답답하기만 하다.
부경대의 한 교수는 “학과에 대한 관심이 자연히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기업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학생들을 맞추다보니 내가 원하는 만큼 학생들에게 요구할 수도 없어 점점 더 학과 공부가 형식에만 그치는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점점 더 대학 내에 졸업증만 취득한 채 영어 성적과 자격증만으로 취업하는 사람들이 늘게 된다면 진정으로 전공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강의를 듣는 학부생이 얼마나 될지 암담한 현실이다.
차라리 4학년 2학기에는 오히려 무용지물에 가까워지고 있는 전공과목을 개설하기보다는 영어과목과 자격증 취득을 위한 특강반을 개설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명예기자=김군성·부경대 starna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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