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컴팩 합병 전망과 반응 `시너지효과 적다` 주가 동반 하락

 3일(현지시각) HP의 컴팩 인수합병이 공식발표됐다. 이 메머드 합병은 즉각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쳤으며 발표된 지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합병과정의 뒷이야기는 물론 업계에 미칠영향 등 향후 전망에 대한 분석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유럽연합(EU)의 합병사 독점 여부에 대한 조사가 발표되는 등 미 언론을 통해 주목할 만한 사실도 소개되고 있다.

 ◇합병이 어떻게 시작됐나=지난 6월 중순, 피오리나는 카펠라스에게 전화 걸어 HP의 유닉스 제품에 대해 상호 라이선스하는 문제를 꺼냈다. 이에 대해 카펠라스는 유닉스 버전뿐 아니라 다른 제품도 하자고 제안해 합병의 신호탄이 오르게 됐다. 이후 두 대표는 합병을 염두에 두고 통합 조건 등을 극비리에 추진하면서 세계적 컨설턴트업체인 액센추어와 매킨지에 통합 문제를 의뢰했다.

 이어 한달 뒤인 7월 중순, 양사는 기관투자은행가들을 초청해 250억달러에 이르는 주식 교환 방식을 통한 양사 합병을 설명했다. 이후 양사의 합병 작업은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 등 완벽한 보안 속에 진행되다가 마침내 미국시각으로 9월 3일 저녁 양사는 전격적으로 합병 사실을 공식화했다.

 합병사는 HP를 사용하고 본부는 HP 본부가 있는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에 위치한다. 대신 컴팩의 본부가 있는 휴스턴에도 상당한 정도의 시설을 남겨 놓을 예정

이다.

 ◇월가 반응=250억달러 규모의 양사 합병이 발표된 지 하루 뒤인 4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의 반응은 싸늘했다. 양사의 주가는 이날 모두 폭락, HP가 전날보다 18.7%, 그리고 컴팩이 10.28%나 떨어졌다. 양사의 주가 추락은 기관투자가들이 합병사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월가 등 미 금융권과 시장전문가들은 컴퓨터 수요가 위축된 현 상황에서 양사의 시너지 효과가 효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또 양사의 조직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통합 작업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는 HP와 컴팩이 희망하고 있는 것처럼 합병사가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US밴코프의 애널리스트 파이퍼 재프리는 “양사가 중복 부분이 상당해 보완적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올해초 세계적 PC업체들의 통합론을 처음 주장해 화제를 모았던 베어 스턴스의 앤드루 네프도 “양사가 직면하고 있는 현재의 현실과 단점을 고려해 볼 때 양사 조직이 순조롭게 통합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력 문제=올들어 컴퓨터 경기 위축으로 양사는 이미 HP가 6000명, 그리고 컴팩이 8500명의 해고 방침을 천명하며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양사의 조직이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앞으로 또 다른 감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피오리나와 카펠라스는 “양사 합병으로 총 직원의 약 10% 수준인 1만5000명 정도가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감원은 합병사의 통합이 완료 되는 내년 2분기 이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과 비용절감 효과=HP와 컴팩은 합병으로 인해 상당한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사에 따르면 우선 2002년 회기에 3억9000만달러, 그리고 2003년 회기에 20억달러, 2004년 회기에 24억달러의 비용절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합병사는 조직 유사에 따른 총 매출 감소도 불가피한데 이에 대해 HP 최고자본임원 로버트 웨이먼은 “앞으로 2년간 합병사 매출이 각각의 매출을 더했을 때보다 5% 정도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델과의 경쟁=애널리스트들은 합병사가 미국 소매시장의 81%나 차지 할 만큼 거인임에도 불구하고 델만큼 PC를 저가에 공급하기 힘들기 때문에 델을 완전히 제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HP는 현재 컴퓨터 생산을 거의 100% 아웃소싱하고 있는 상태고 컴팩은 지난 수년간 델을 본받아 주문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찰스 러스파인은 “합병사가 델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소리가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무리한 소리”라며 “델은 저가PC 공급면에서 너무나 탁월하다”고 언급했다.

 ◇MS와의 관계=HP와 컴팩이 그동안 MS와 매우 다른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합병사와 MS와의 새로운 역학관계도 주목이 되고 있다. 그동안 컴팩은 MS에 있어 최우등에 속하는 파트너였다. 하지만 HP는 오랫동안 MS에 대해 독립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에따라 시장전문가들은 당분간은 MS가 합병사와의 관계에서 이전보다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점 문제=미국과 EU는 합병사에 대해 독점혐의를 두고 조사할 방침이다. 4

일 이미 EU 집행위는 대변인 아멜리아 토레스를 통해 “합병사들의 EU내 매출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집행위가 이를 조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U는 합병기업들의 매출 규모 합계가 세계시장에서 50억유로, 그리고 역내에서 2억5000만유로를 넘을 경우 독과점규제 위반 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 EU는 앞서 450억달러에 달했던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하니웰의 합병을 불허하기도 했다. EU 합병 전문 변호사들은 GE-하니웰 합병이 전자항공 등 특수 시장과 관련돼 있지만 HP-컴팩 합병은 상황이 달라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변호사들은 두 회사 합병규모가 크기 때문에 일부 부문에서 EU 독과점 규제에 저촉될 수 있으며, 이 경우 EU는 두 회사에 일부 사업부문 매각을 합병 승인 조건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 당국은 아직까지 입장 표명을 않고 있는데 독점문제 전문 조지 매이슨대 교수는 “미 정부가 PC, 서버, 프린터 등에 대해 합병사의 독점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