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의 90%는 위장병 및 위암 등 위장질환의 원인균에 감염되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성인들은 크고 작은 위장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여러 암질환 가운데서도 위암 사망률이 가장 높다.
이러한 위장관련 질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국내 최초로 완전 해독하는 데 성공한 경상대 의대 이광호 교수(51). 이 교수는 과학기술부가 21세기 프론티어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의 프로젝트를 통해 위장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중대한 단초를 제공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내 최초로 단일 생명체의 유전체 염기서열 완전해독이라는 또 하나의 의미를 갖는다. 이 교수가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 연구에 걸린 시간은 공식적으로 1년. 하지만 이 교수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감염차단을 위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15년전이다.
88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염, 십이지장궤양뿐만 아니라 위암을 유발하는 세균이라는 위암원인론을 세계 최초로 제기해 세계 의학계의 인정을 받은 주인공이다. 전세계적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한 나라는 현재 미국뿐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연구의 어려움은 이 세균이 다른 균들과 달리 전통적 미생물학적 연구방법의 적용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환자로부터 분리된 균주마다 서로 다른 유전체구조를 가졌다는 점이다. 즉 나라마다 다른 성질의 유전체구조를 가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를 밝히는 연구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번 분석된 한국 균주는 유전자 수나 염기쌍 수에 있어 외국에서 보고된 결과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가 연구한 한국 균주의 염기서열 해독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유전체의 구조적 다양성을 상세히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함과 동시에 위암의 조기 예방법 개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과정에서도 이 교수는 외국 균주 2개에 대한 연구자료가 공개된 마당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유전체 분석연구를 계속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균주의 구조가 외국 균주의 구조와 상이하므로 국내 균주에 대한 연구가 꼭 필요하다는 당초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연구결과로 이를 증명해 보였다.
이 교수는 서울대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얻은 서울대 의대 조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의과대학이 신설된 고향인 경남 진주 소재 경상대학교 교수로 옮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세계 의학계에서도 위질환 원인균 연구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이 교수는 현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본질적 특성으로 한국 균주간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어 10균주 정도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이 추가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자신의 연구성과가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겸손해 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이를 토대로 균주 판별법이 확립되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으로 인한 발병과정이 밝혀지면 한국인뿐 아니라 인류를 위장질환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치료 및 예방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며 15년간 이어진 연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어떤 일 하나>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단장 유향숙)은 99년 12월 과학기술부가 추진중인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시범사업단으로 선정돼 ‘게놈기능 분석을 이용한 신유전자 기술개발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인간 유전체의 기능분석 및 활용을 통해 2010년까지 국내 성인의 대표적 사망원인인 위암·간암의 진단 및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현재 10∼30% 수준에서 60% 이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위암 및 간암 등 난치성 질환의 진단, 예방 및 치료기술을 개발하고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3단계 목표를 설정해 제1단계(99년 12월∼2003년 6월)에서는 핵심기반기술 및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제2단계(2003년 7월∼2006년 6월)에 이르러서는 신규유전자의 정밀 기능을 분석하고 관련 응용기술을 개발하며, 마지막 3단계(2006년 7월∼2010년 6월)에서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진단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는 2009년께에는 2∼5종의 항암제 및 면역치료제, 신경질환치료제와 2∼5종의 유전자치료제 및 세포질환치료제를 개발해 위암, 간암 등 한국인 빈발질환의 조기진단 및 치료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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