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산업의 미래

  벤처위기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벤처기업의 매출액·고용증가율·경상이익률이 일반기업을 휠씬 앞지르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벤처를 보는 시각에 이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벤처산업이 우리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 본다. 우수 인력을 대거 보유한 벤처기업의 활발한 연구개발 투자가 산업구조 고도화는 물론이고 난파 위기에 직면한 한국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중소기업청이 총 8245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벤처기업 정밀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의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은 무려 44.3%로 일반 중소기업(12.5%)과 대기업(16.7%)의 매출액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또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이 중소기업(3.3%)과 대기업(0.3%)보다 훨씬 높은 4.9%일 뿐 아니라 고용증가율도 일반기업보다 6배 이상 높다고 하니 벤처산업의 미래가 그렇게 비관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벤처기업 확인 업무를 시작한 지난 98년 5월 이후 3년여가 경과된 시점에서 나온 이번 조사결과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리 벤처산업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통계지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조사결과를 12월 결산 상장·등록기업들의 상반기 경영실적과 비교해 보면 벤처산업의 미래상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4.45%가 늘어난 반면 순이익은 31.1%가 감소한 것이 상장기업의 상반기 성과다. 1000원어치를 팔아 34원을 남긴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상반기에 상장기업들이 헛장사를 했다는 말과 같다.

 물론 경상이익률이 떨어진 것은 벤처기업도 마찬가지다. 질적 성장이 외형적인 규모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99년 7.3%이던 경상이익률이 2000년에는 4.9%로 낮아졌지만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 비하면 휠씬 높기 때문이다.

 또한 “자사의 기술력이 세계 수준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대답한 기업이 99년 22%, 2000년 9%에서 올해는 44.4%로 크게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실제로 1개 업체당 평균 특허권 보유건수가 99년 0.9개에서 올해는 3.2개로, 해외 지재권이 99년 0.3개에서 올해는 5.6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R&D 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지난 99년 업체당 평균 2억6000만원이던 R&D 투자비율이 올해는 6억6000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99년 5억원이던 평균 설비투자액도 올해 8억6000만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국내시장에 안주하고 있다는 것은 개선해야 할 점이다. 자금부족, 해외시장 정보부족, 전문인력 부족을 들고 있지만 해외진출을 외면하는 기업이 41.3%나 된다는 것은 벤처기업인들이 보완해야 할 문제다. 국내시장만으로 기업이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에 나돌고 있는 벤처대란설은 벤처기업의 경영만 위축시킬 뿐,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벤처기업은 말 그대로 성공과 실패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실패 가능성이 훨씬 높은 기업형태다. 시중의 대란설을 잠재울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벤처기업인들의 몫이다.

 따라서 벤처기업인들은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개척 및 전문인력 양성 등 지금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 또는 개선해 벤처산업이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회생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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