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멕시코 현장을 가다](1)프롤로그

 멕시코 정보기술(IT) 시장이 열리고 있다. 세계 많은 국가들이 정보화를 제1의 추진과제로 선정해 IT를 기반으로 한 국가 기반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추세에 발맞춰 멕시코도 정부차원에서 ‘e멕시코(MEXICO EN @CCION)’라는 국가정보화 프로젝트를 마련,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본지는 정보강국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멕시코의 현지취재를 통해 이 프로젝트의 추진 현황과 배경 등을 자세하게 알아본다. 편집자

 

 ‘e멕시코’ 프로젝트는 멕시코 국가전략 핵심 브레인들에 의해 이미 3∼4년 전부터 시작됐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조약으로 엮여 있는 미국과 캐나다를 뛰어넘는 수준의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목표 아래 70여년 만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빈센트 폭스 대통령이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본지 8월 9일자 1면 참조

 폭스 대통령이 이 프로젝트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것은 낙후된 멕시코 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보화를 통한 국가 기간산업 인프라를 구축해 미국 등 인근 선진국이 몇십년에 걸쳐 이룩한 성과를 5년이라는 단기간내에 따라잡겠다는 야심에서 비롯되고 있다. 물론 이 배경에는 △대국민서비스 향상 △경제활성화 △대외 이미지 향상 등 다각적인 효과가 숨어있다.

 멕시코는 지난 94년까지 세 차례의 경제위기를 맞는 동안 세계 각 지역 유수기업들의 현지진출과 현지화를 통해 국가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수립, 경제활성화를 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사회·경제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단순 조립생산 기지국이나 소비국가의 위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미국과의 교역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미국 의존형 경제’라는 점이 이같은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24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와 석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성장경제에 대한 절박성이 없었던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엄청난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석유정제 시설이 단 한군데도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멕시코는 한해 석유로만 벌어들이는 달러화가 20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미국내 멕시코인들이 송금하는 금액만 하더라도 100억달러에 달하는 등 자금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행정예산으로만 매년 40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액 규모도 현재 60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폭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멕시코는 더욱 달라지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의 성공으로 외국인 투자비중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상품수지 역조와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고 있다. 정부 또한 국가 기간 인프라 구축사업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사회간접시설 구비에 여념이 없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e멕시코’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석유·철강 등 중화학 위주의 산업과 조립·유통·농업 등 생산성이 낮은 산업이 복잡하게 어우러져 있는 경제구조를 정보화를 앞세워 일거에 개선하겠다는 것이 여기에 담겨 있다.

 ‘e멕시코’의 그림이 최하단까지 완벽하게 그려진 것은 아니지만 멕시코정부는 이를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확정된 e정부(전자주민카드)를 비롯해 e비즈니스·e러닝·e뱅킹·e헬스·e무역·e국세·e관광 등의 사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고 있다. 올해 말까지는 국가비전을 담은 ‘e멕시코’ 청사진을 완료하게 된다.

 멕시코정부는 이를 위해 10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전자주민카드 구축사업을 중심으로 한 e정부사업에만 5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확정해 놓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남미지역을 커버하는 ‘정보고속도로 건설’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수립해 놓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싱가포르·독일 등 전세계 유수기업들이 e멕시코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활발한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현대정보기술과 디지털무한, 데이콤이 멕시코 현지기업인 ‘e시글로21’과 공동으로 프로젝트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지금 당장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멕시코내 현지기업의 활약과 우리기업의 기술력을 기준으로 할 때 이 프로젝트의 수주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우선 폭스 정권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했지만 70년 이상 누려온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고 세계 경기부진에 따른 멕시코 경기불안도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프로젝트 참여업체간 역할분담도 정리돼야 하고 정보통신부·외교부 등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우리의 상황이 어떻든 멕시코의 이 프로젝트는 추진될 수밖에 없다. 정보화와 각종 사회간접시설의 구축 등 선진적인 국가기간망을 단기간내에 구축하겠다는 멕시코정부의 의지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멕시코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얘기다. 전자신문이 기자를 파견해 ‘e멕시코 현장을 가다’를 연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멕시코시티(멕시코)=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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