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버 이용 슈퍼컴 수준 계산 수행 신개념 `기생컴퓨터` 개발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1600만개에 달하는 웹서버를 합법적으로 이용해 슈퍼컴퓨터에 준하는 계산 수행이 가능한 신개념의 ‘스텔스 컴퓨팅 기술’을 개발했다.

　내달 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로 발령나는 정하웅 박사(34)와 미국 노트르담대 물리학과 알베르트-라즐로 바라바시 교수팀은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 30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세계의 컴퓨터 서버를 인터넷을 통해 무단으로 이용, 6만5000여가지의 해법이 있는 수학문제를 푸는 데 성공했다”며 인터넷을 컴퓨터처럼 활용할 수 있는 ‘패러시틱 컴퓨팅(기생컴퓨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기생컴퓨터는 아주 복잡한 문제를 세분화해 작은 단위로 만든 뒤 이를 전세계 웹서버에 분산시켜 계산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 계산을 하는 컴퓨터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점에서 현재 사용되는 분산컴퓨팅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는 월드와이드웹(WWW)을 이용, 인터넷 자체가 컴퓨터 기능을 하도록 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특히 기생컴퓨터는 이용 대상 웹서버의 보안을 위협하지 않고 인터넷 연결을 위해 공개적으로 허용되는 부분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컴퓨터에 불법 침입하는 크래킹이나 해킹, 바이러스 등과는 다르며 컴퓨터 소유자의 동의 없이도 합법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PC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분산컴퓨팅인 미국의 외계인 찾기 프로그램 ‘SETI@HOME’과도 차이가 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복잡한 수학문제를 잘게 쪼갠 후 유럽과 아시아, 북미 등에 흩어져 있는 임의의 웹서버로 보내 계산토록 해 정답을 얻음으로써 기생컴퓨터가 실행 가능한 것임을 입증했다.

　네이처는 웹서버가 수행하는 임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생컴퓨터 ‘스텔스 컴퓨팅’이라고 소개했다.

　 정 박사는 “기생컴퓨터는 통신을 주목적으로 하는 인터넷과 계산을 주로 하는 컴퓨터의 중간형태”라며 “이번 연구를 발전시키면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1600만대 이상의 웹서버를 활용해 엄청난 계산능력을 지닌 슈퍼컴퓨터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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