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생체인식산업 활성화

◆인하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김학일 hikim@inha.ac.kr

 1900년대 초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범죄수사 목적으로 사용돼온 지문인식 기술은 미국 FBI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경찰청을 중심으로 대규모 지문영상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자동지문인식시스템(AFIS)으로 발전해 왔다.

 90년대 후반,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보보호 및 개인인증이라는 기술적 요구와 반도체 형태의 소형 지문센서, 패턴인식 기술의 상용화에 따른 기술적 압력에 따라 지문인식뿐만 아니라 얼굴·음성·홍채 등 여타의 생체인식 기술의 상업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영국에서 ‘지문이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 수도 있으나 같을 확률은 상대적으로 극히 희박하기 때문에 지문을 인정한다’는 이론이 법적으로 인정받는 데 50여년이 걸렸던 것처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문을 포함한 생체인식 기술들이 요즘의 이동통신 기술처럼 보편화된 가전기술로서 인정받기 위하여 지난 10년 가까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정부 및 공공기관의 주도 아래 생체인식 기술을 적용하는 파일럿 프로젝트 사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시도함으로써 기술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동시에 사용자들의 적응성을 확대해 왔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등 7개 주요 도시의 공항에서는 항공 여행객들의 신속한 탑승을 위하여 손모양(hand geometry)을 이용하여 신분을 확인하고 있고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복지수당의 이중 혜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문을 이용한 신분확인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처럼 자동차 면허증에 지문영상을 싣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체인식 기술도 경찰청의 지문감식 업무를 중심으로 삼풍백화점 붕괴 및 KAL기 괌 사고 변사자 확인 등에 활용되었으나 민간분야의 기술과는 분리되어 있어 대부분의 상용화 기술들이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외국에서조차 검증되지 않은 기술들을 무리하게 현장에 적용해 사용자들로부터 생체인식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야기시켜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월 한국생체인식협의회가 결성됨으로써 외국의 기술표준을 신속히 국내 기업에 소개하고 국내 고유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며 우리의 생체인식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생체인식 기술은 정보가 힘인 시대에서 정보보안 및 개인인증을 위해서 반드시 활용될 정보기술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이 기술은 출입통제 또는 컴퓨터 로그인과 같이 독립된 응용분야에 활용될 수도 있지만 전자서명이 단지 PKI 기반의 암호키뿐만 아니라 ‘모든 전자적인 형태의 정보’로 인정되면 (미국, 일본, 독일은 이미 전자서명법이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기존의 전자서명 기술과 연동하여 보다 강력한 보안 및 인증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체인식 기술의 활성화와 시장의 확대를 위하여 각 기술관련 구성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점들을 당부하고 싶다. 먼저 일반 사용자들은 생체인식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신분이 완전히 노출될 수 있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생체인식 기술은 생체정보의 소유자가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등록된 생체정보가 입력된 것과 동일한가를 판단할 뿐이다. 생체인식 기술의 목적은 개인 프라이버시의 노출이 아니라 그 보호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둘째 관련 기업체는 외국 기술의 수입에만 의존하지 말고 생체인식 기술의 신뢰도 향상과 고유 기술 개발에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생체인식 기술의 특성상 무분별한 기술 활용의 확대보다는 기술의 성능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는 단순한 자금지원보다는 다양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기술의 개발과 함께 시장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특히 경찰청은 세계 최대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범죄수사에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민간분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봄직하다.

 수년 내에 무거운 열쇠꾸러미와 22개의 패스워드가 사라지고 이 모든 것을 손가락 하나로 대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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