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교육 어디까지 왔나>(3)교재 및 기자재 부족

 교재와 실습 기자재 부족이 리눅스 교육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실제 교육현장에 있는 교수들도 이 문제해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전문대학전산소장협의회 하계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리눅스 교육을 도입할 때 발생하는 애로사항 가운데 교재선정의 어려움과 실습실 부족이 절반이 넘는 52%를 차지했다. 리눅스 교육을 하려해도 검증된 교재가 없고 할 시설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리눅스 표준 교재는 리눅스 교육의 해결과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제기된다. 리눅스 강의를 하고 있는 대학들은 강의시간마다 적당한 내용을 교수가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교수의 재량에 맡겨지기 때문에 교재의 질도 천차만별이고 강의가 끝난 후 인쇄물을 제대로 모아놓지 않으면 학생들이 다시 공부를 할 때 어려움이 발생한다.

 한국전문대학전산소장협의회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96%가 표준 리눅스 교재가 있을 경우 이를 도입한다고 말해 표준 리눅스 교재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교재 문제가 리눅스 보급을 더디게 만들면서 리눅스협의회에서는 리눅스 표준 교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수원여자대학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로 9월 말까지 초안을 마련한 후 이를 수정해 일선 학교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표준 교재가 만들어지면 올해 안에 모든 작업을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표준 교재에 의한 강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표준 교재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리눅스는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업체마다 운용체계의 종류가 약간씩 다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어떤 업체의 리눅스 기반으로 표준 교재를 만드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표준 교재에 익숙해진 사용자는 앞으로도 그 리눅스 운용체계를 고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리눅스 배포판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업체는 표준 교재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표준 교재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업체마다 다른 리눅스 운용체계의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재문제 못지않게 기자재 문제도 심각하다. 리눅스를 정식 과목으로 강의하고 있는 서울 S대학의 경우 학교에 있는 800여대의 PC 가운데 리눅스가 설치돼 있는 PC는 45대에 불과하다. 리눅스 강의를 듣는 학생이 200명이니 실습에 필요한 PC는 5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수업이 4교대로 진행돼야 함은 물론 학생들이 수업 이외의 시간에 리눅스 실습을 하려면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여야 한다.

 이 대학의 관계자는 “리눅스 이외에 대부분의 컴퓨터 강의가 윈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PC에 리눅스를 설치할 수 없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PC를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백업 프로그램을 이용해 리눅스 수업을 할 때는 리눅스를 설치하고 수업이 끝나면 PC를 다시 윈도 환경으로 바꾸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 방법은 한정된 PC에서 리눅스와 윈도 환경을 모두 갖출 수 있지만 설치에 필요한 인력과 설치시간이 많이 걸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지경이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고 있다. 하나의 PC에서 여러가지 운용체계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멀티 OS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엔프라넷이 판매하고 있는 OS셀렉터는 하나의 PC에서 최대 99개의 운용체계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을 이용하면 윈도환경 PC의 하드디스크에 가상의 벽을 만들어 윈도와 리눅스를 같이 쓸 수 있다. 사용자는 PC를 부팅할 때 원하는 운용체계를 선택하면 된다. 리눅스 관련 사이트에서 OS셀렉터와 유사한 멀티 OS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또 리눅스 전문기업의 교육센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효과적이다. 리눅스 전문기업의 교육센터는 리눅스 기반의 PC는 물론 빔프로젝터 등 강의에 필요한 제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리눅스 전문기업의 교육센터에서 강의가 없는 시간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기자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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