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장비시장에 `韓流` 열풍부나](1)설비증설 하창인 중국

 

 최근들어 중국 인쇄회로기판(PCB)업체를 방문하는 국내 PCB장비업계의 발걸음이 부쩍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내수 중심의 영업을 펼쳐온 국내 PCB장비업체들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 까닭은 국내 PCB업계의 설비투자가 올들어 격감,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대덕GDS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TV를 비롯한 차세대 정보통신기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기존 PCB업체의 신규 설비투자는 앞으로 2∼3년 동안 거의 전무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따라서 PCB생산장비업계의 일감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내 PCB업체들은 지금과 같은 세계 정보기술(IT)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 대규모 추가 설비투자에 나서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장비업체들은 설비투자가 한창인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편집자

 

 국내 PCB 설비투자가 급랭하고 있는 데 비해 중국은 현재 과열에 가까울 정도의 PCB생산설비 증설 붐이 일고 있다.

 중국 최대 PCB산업벨트로 지칭되는 주강삼각주(광저우·선전·샤먼)와 장강삼각주(상하이·쑤저우·항저우)에 몰려있는 900여개 PCB업체들은 너나할 것이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선전특구에 입주한 봉신전로판유한공사의 이성남 영업부 경리는 “현재 월 10만㎡ 규모의 단면 PCB와 월 4만㎡의 양면 PCB, 월2만㎡정도의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삼성전자·소니·LG전자·알프스 등 현지 진출 외국계 전자업체들로부터 주문이 쇄도, 내년 중순까지 생산량을 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리는 이어 “봉신은 선전특구에 있는 280여개 PCB업체 중 중상위 정도에 랭크돼 있다”면서 “여타 경쟁업체들도 최근 들어 설비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PCB업체의 설비투자 방향이 지금까지 양·단면 위주에서 MLB 부문으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것이 이 경리의 설명.

 특히 지난해부터 현지 생산공장 건설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대만 및 홍콩계 PCB업체들은 대부분 MLB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진척하고 있다. 선전에 국산 PCB 생산장비센터를 설립한 강희방 공성통신유한공사 사장은 “중국 PCB업체들의 생산설비 투자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면서 “월 10만㎡급 PCB 공장이 마치 붕어빵 찍듯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사장의 설명을 빌리지 않더라도 중국은 현재 일본·미국·대만에 이어 세계 4대 PCB 생산국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산설비 증설이 마무리되는 것과 동시에 품목 고급화가 이뤄지면 오는 2003년에는 중국의 PCB 생산량은 50억달러를 넘어서 3위인 대만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 PCB 강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야심 아래 추진되고 있는 중국 PCB업계의 설비투자 붐은 일감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PCB 생산장비업계에는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바야흐로 국내 PCB 생산장비업계에 화류(華流)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친 것이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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