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휴가철이 끝나가면서 벤처업계에 직원단속령(?)이 내려졌다.
휴가를 보내고 난 직원들의 이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올 상반기 내내 계속되던 경기침체로 이·전직을 고려중이던 직원들이 휴가기간을 이용, 헤드헌팅업체 상담 등 적극적인 새 일터 찾기에 나섬에 따라 다음달부터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벤처업계 경기침체와 맞물려 기업 컨설팅·홍보 등 주변업계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 활로 모색과 함께 직원단속 업무로 더 바빠지게 됐다.
인터넷 솔루션 업체 A사의 L사장은 최근 하계 휴가를 다녀온 개발팀 5명 가운데 2명으로부터 사직서를 받고 놀랐다.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잠시 쉬고 싶다는 것이 이유지만 L사장이 그들의 내심을 알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경제한파가 워낙 매서운 요즘이라 많은 복지혜택을 주지는 못하지만 단 며칠이라도 휴가만큼은 보장해주고자 했던것이 오히려 직원들의 이직 준비기간으로 활용된 것이다.
한사람 한사람이 아쉽고 중요한 벤처인지라 L사장은 어떻게든 설득해봤지만 결국 언제 또 있을지 모르는 그들과의 재회(?)를 기약해야 했다.
인터넷 콘텐츠 업체 B사도 이달 초 경기여건 악화에 따라 50명에 달하던 직원들을 30명선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생존전략이라는 대의명제에 대부분 직원들이 공감하면서도 구조조정으로 침체된 사내 분위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사기진작을 위해 직원들끼리 이틀씩 돌아가며 휴식을 갖도록 했지만 휴가의 순환 사이클이 끝나가던 최근, 이 회사 사장의 책상에는 남아있던 마케팅팀장의 사직서가 올라왔다.
정보통신장비업체 D사, CRM솔루션업체 E사, 정보기술(IT)전문 홍보대행사 F사도 최근 휴가를 갔다온 일부 핵심 사원들이 이직의사를 표명,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한 벤처기업 CEO는 “회사 생존차원에서 제 살 깎는 마음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오히려 꼭 필요한 인력들의 마음이 더 흔들려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제는 스톡옵션나 각종 인센티브 등으로 직원들을 붙잡아 둘 수 없는 만큼 직원들과 신뢰와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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