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개학 시즌이 침체된 컴퓨터 산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로이터는 델, 컴팩, HP, 게이트웨이 등 주요 컴퓨터 업체 관계자들의 말과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설문결과를 인용해 개학(back-to-school) 시즌에 컴퓨터 수요가 기대만큼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전망은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이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데다 특별히 수요를 자극할 만한 신제품이나 응용 소프트웨어 등이 없으며 최신 펜티엄4 PC의 수요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부모와 1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증가세를 보여왔던 개학시즌 총 구매액 규모가 올해 4%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설문에 참여한 부모들 중 단지 2%만이 자식들에게 컴퓨터를 사줄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대부분이 컴퓨터를 반드시 갖고 있어야할 품목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AG에드워즈&존스의 PC 분석가인 브레트 밀러는 “사람들이 (PC를 구매할) 돈이 없는 것 같지는 않다. 많은 어린이들이 이미 PC를 갖고 있으며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PC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컴퓨터업체들도 이같은 상황에 공감하고 있다.
애플컴퓨터의 CFO인 프레드 앤더슨은 “줄곧 개학 시즌에 약간의 수요 반등이 있었지만 올해는 이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세계 1위의 컴퓨터 업체인 델컴퓨터의 CEO인 마이클 델은 3분기에 소비자용 제품 판매가 다소 늘어나겠지만 3분기 PC 시장이 전분기보다도 5∼1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위의 컴퓨터 업체인 컴팩컴퓨터도 이번 분기 판매가 약간의 개선은 이뤄지겠지만 경기침체로 예년만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특히 판매가 소폭 늘어나는 것은 오히려 경영측면에서는 마이너스가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컴팩컴퓨터의 CFO인 제프 클라크는 “이번 분기의 위험요소는 개학시즌 대소비자 판매에 있다”며 “개학시즌 판매는 마진이 아주 박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업체들이 개학시즌에 유일하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대학생 대상 판매다.
게이트웨이의 교육부문 판매담당 부사장인 톰 피츠제럴드는 “현 경제 상황이 컴퓨터를 소유하고픈 학생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대학생을 겨냥해 내놓은 번들제품 판매대수가 20∼30% 신장됐다”고 밝혔다.
한편 컴퓨터 업체들은 개학시즌 판매 역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XP용으로 설계된 ‘XP레디 PC’와 XP업그레이드 보증 상품 등의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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