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등 선진국 주도로 이뤄진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해 유전정보 후진국으로 취급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DNA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의 기능과 작용을 연구하는 인간프로테옴프로젝트(HPP) 연구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또다시 프로테옴 후진국으로 전략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7월 HPP 공식 참여를 선포한 한국프로테옴기구(KHUPO)는 설립 1개월만에 연구 지원금을 확보하지 못해 HPP참여 불투명설에 휩싸이고 있다.
설립 후 임원진과 자문단을 구성한 KHUPO는 연구자금 확보를 위해 국가와 민간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나 단백질체학(프로테오믹스)에 대한 정부 및 민간 투자자들의 인식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백융기 KHUPO 회장은 “기구 설립 후 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프론티어 사업을 통해 100억원 정도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산을 집행하는 기획예산처에서 인간프로테옴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예산 책정이 오리무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과기부는 물론 보건복지부 등 많은 부처에서 바이오기술(BT)에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인류사적인 프로테옴프로젝트 예산배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미 미국·독일·일본 등 바이오 선진국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책정하고 단백질 정보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과기부 연구개발기획과 관계자는 “내년 프론티어 사업의 후보로 올라온 25개 과제 중 프로테오믹스 분야가 포함돼 있다”며 “올해 말까지 과제의 중요성을 파악해 25개 중 5개 사업에 예산을 책정할 예정으로 있는 만큼 아직 정확한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연구를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KHUPO가 설립 당시 취지는 좋았으나 연구개발자금 확보 등 기본적인 사항에 신경쓰지 않고 설립에만 급급했으며 예산이 없다고 연구를 그만두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미성숙한 과학자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발표된 미국 시장조사·컨설팅기관 프로스트&설리번의 ‘프로테오믹스 시장 프로필’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신약을 개발 수단으로 프로테오믹스 시장은 지난해 9억6300만달러에서 오는 2006년에 56억달러 수준으로 급속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프로테오믹스가 단백질지도의 제공과 주요 단백질의 존재 확인, 단백질의 생화학적 과정 규명 등을 통해 신약개발 과정의 부가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것이며 독성평가를 위한 단백질 분석을 통해 개발을 중단해야 할 약물을 조기에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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