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완의 애니월드>(21)인기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기획될 때

60년대 일본 최초 TV 애니메이션으로 청소년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은 ‘철완 아톰’은 데스카 오사무의 인기 출판만화였다. 이후 일본에서는 출판만화 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만 하면 도에이동화사와 같은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판권을 미리 선점하는 사례가 일상화됐다. ‘캔디 캔디’와 ‘마징가 제트’의 사례도 동일하다. 이처럼 70∼80년대 국내 TV에서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출판만화 원작에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TV 시리즈 애니메이션과 극장용 장편이 대개 출판만화의 인지도와 인기에 많은 부분을 기대어 온 것이 사실이다. 국내 최초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인 ‘달려라 하니’도 만화가 이진주의 원작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머털도사’ ‘아기공룡 둘리’ 등도 모두 이런 사례다. 극장용 장편에서도 95년 개봉된 ‘붉은 매’, 96년의 ‘헝그리베스트 5’ ‘아마게돈’, 현재 제작 중인 ‘꼬마대장 망치’ 등 모두가 출판만화를 토대로 작품 기획을 진행한 사례다.

 그러나 이런 출판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는 데는 창작 시나리오의 애니메이션 제작보다 더욱 정교하면서 체계적인 준비를 필요로 한다. 시나리오의 분석과 재작성, 캐릭터의 동영상식 개발, 주인공 캐릭터의 성격 재설정 등 차별적인 전략이 모색돼야 한다.

 우선 원작 시나리오를 동영상 콘셉트에 맞는 역동적인 이야기 구조로 전환시켜야 한다. TV 시리즈의 경우 20분에 한정된 시추에이션의 특별한 사건 설정이 매회 필요하며, 극장용은 80분에 맞는 새로운 시나리오의 구성이 필수적이다. 이런 노력 없이 만화 원작을 극장용으로 그대로 적용할 경우 원작에 매몰돼 극장용 시나리오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결국 극장 영화의 드라마성이 출판만화 원작의 나열식으로 정리돼 지루한 다큐멘터리가 돼 버릴 위험성이 있다.

 출판만화에서 빅히트를 한 ‘붉은 매’와 ‘아마게돈’이 극장용 장편에서 흥행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영화로서의 복선구조와 흥미요소를 새롭게 개발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출판만화 원작은 만화로서 성공한 것일 뿐이며 전혀 다른 장르인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으로서 성공해야 한다. 원작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은 자칫 원작의 스타성까지 축소시키는 역설적 상황을 연출할 수 있음에 기획자는 주목해야 한다.

 최근 인기만화인 ‘오디션’과 ‘힙합’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성공하는 모델로 시장에 남아줘야 다음 인기만화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연계돼 시장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 이미 ‘리니지’ ‘바람의 나라’ ‘레드문’ ‘아마게돈’ 등 출판만화 원작이 온라인 게임으로 제작돼 평균수익률 이상을 선도하는 인기게임 상품이 돼 있다. 국내 시장처럼 협소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계에서는 출판만화의 인지도가 애니메이션과 게임, 그리고 캐릭터사업으로 연동될 때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게 된다. 보다 활성화된 인기출판만화의 부가사업들을 기대한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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