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한 옛날에….’
호랑이가 담배 피던 그 시절 이야기를 해주시던 할머니. ‘어흥’하는 익살맞은 할머니 호들갑에 손주 녀석은 잠겨가던 눈을 화들짝 놀라 뜨곤 한다.
이런 정겨운 모습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다. 산업화에 등떠밀려 대도시에 상경한 40대 중년층은 자신들의 아들딸에게 이런 운치를 전해주지 못해 아쉽다. 그 틈새를 타고 한 질에 몇십만원하는 동화책이 호황을 맞기도 했다.
정보화 물결을 타고 있는 30대들은 새로운 형식의 옛날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동화 e북이 바로 그것이다. 동화 e북은 플래시를 이용해 움직이는 영상과 음향효과 등을 넣은 멀티미디어 e북이다.
우선 맛보기는 북토피아가 운영하는 어린이 세상 ‘키즈토피아(http://www.kidstopia.com)’에서 보여주는 ‘흥부야 놀부야’.
첫 페이지를 열면, 아니 클릭하면 낯익은 흥부와 놀부하고 제비가 나온다. 컴퓨터 화면에 등장한 이들은 걸어다니고 말을 한다. 제비는 날아다니고 흥부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엄마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컴퓨터를 켜고 맞장구만 치면 된다. ‘저런, 구렁이가 제비 둥지로 올라가네, 어쩌면 좋지’ 하고 맞장구를 치고, ‘박을 타세, 박을 타세’ 흥에 겨운 노래라도 불러주면 할머니만큼은 못해도 n세대 엄마의 동화 읽어주기로는 손색이 없다.
동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동사모(http://www.dongsamo.co.kr)’에서 선보이는 페스탈로치의 외국 동화 한 편도 호기심을 끈다. ‘가장 소중한 보물’은 마녀, 까마귀, 고래가 나오는 동화다. 페스탈로치의 이야기도 아이들의 마음을 사라잡지만 아르카디오 로바토의 섬세하고 정감있는 그림이 더욱 아이들을 끌어들인다. 컴퓨터 앞에서 동화책을 읽는다는 것이 차가운 디지털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런 따뜻한 그림 앞에선 마냥 정겹다.
이웃집 같은 마녀나라에서 밭일을 열심히 하는 마녀랑 익살스런 고래를 보며 아이들은 동화가 보여주는 상상의 세계에 눈을 뜬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동화를 보면서 영어를 배울 순 없을까.
와이즈북닷컴(http://www.wiesbook.com)이 내놓은 매직스토리 시리즈는 이런 엄마들의 욕심을 채워준다. 1편 ‘Who Am I’를 열면 귀여운 강아지가 앞서 뛰어가고 한 꼬마가 뒤따라 간다. 강아지를 놓친 꼬마는 멈춰 서서 말한다. ‘Where Is My Dog?’ 물론 원어민의 음성으로 녹음돼 있고 영어 자막도 따라 나온다.
또 보이스북(http://www.voicebook.co.kr)의 영어 동화 시리즈인 ‘고양이 가족의 모험’ 이야기를 보거나 조이북닷컴(http://www.joybook.com)에서 조이북애니동화나 ABC영문동화를 즐길 수도 있다.
동화 e북은 저렴하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다. 통상 한 질 단위로 판매되는 종이 동화책의 경우 몇십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동화 e북은 권당 2000∼4000원에 불과하다. 아예 1만∼1만5000원을 내고 한 달 내내 읽어볼 수도 있다. 알뜰파 엄마들에게 안성맞춤인 셈이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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