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트레이딩 시스템 `전자인증 도입` 급물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증권협회에서 눈길을 끄는 모임이 하나 열렸다. 대신·대우·LG·신영증권 등 11개 증권사의 전산담당 실무자로 구성된 ‘증권업계 공인인증 적용추진 실무반’ 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회의 모습은 여느 회의와 다르지 않았지만 내용은 회의제목에서 보듯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증권사들은 대우증권측 실무자를 실무반장으로 정하고 앞으로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사이버트레이딩 시스템의 전자인증을 공동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다음달중으로 세부 추진계획안을 마련하고 희망 증권사부터 순차적으로 전자인증 서비스를 도입하도록 하고 연내에 전 증권업계로 확산시키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증권업계에 전자인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자인증 현황=증권업계에서 전자인증을 도입한 곳은 지난 7월부터 한국증권전산을 통해 인증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신영·건설증권 등 두곳이며 최근 신흥증권이 새로이 인증서비스 계약을 체결해 다음달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은 단순한 ID/PS체계로 웹트레이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들은 패스워드 입력오류 허용횟수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어느 증권사도 최근 모 증권사에서 발생한 고객계좌 해킹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자인증을 도입한다고 해서 해킹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는 공개키기반구조(PKI) 전자인증체계가 가장 우수한 대책이라고 보고 있다. 송수신 자료의 암복호화와 변조 유무 확인 등의 절차를 통해 본인이 아닌 타인의 불법 거래시도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정보통신부와 금융감독원도 전자인증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도입의 걸림돌=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사이버트레이딩의 비율이 높아지고 현 보안체계의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자 올초에는 전자인증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실제로 전자인증체제를 도입한 곳은 두곳에 그치고 있다.

 증권사들이 전자인증 도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처리속도. 주문처리 속도가 생명인 사이버트레이딩에서 타 증권사에 비해 1∼2초라도 늦어질 경우 고객의 외면은 불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증권사들은 아직 전자인증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공동도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전망=전문가들은 이같은 일부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최근 해킹사건에서 현 사이버트레이딩 보안체제의 허점이 또한번 드러난 이상 전자인증 도입은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속도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신영·건설증권의 전자인증 운영 결과 실제 속도저하는 우려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나타난 점도 전자인증 도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고객이 사이버트레이딩시 처리 지연을 느끼는 시간은 10분의 1초 단위지만 전자인증 도입으로 인한 속도저하는 100분의 1초 단위라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선 증권사들이 공동으로 전자인증 도입을 추진한 후 속도문제는 지속적인 기술개발작업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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