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뜨거워지는 표준경쟁

　지난 80년대 초반 TV를 녹화하거나 영화를 재생하는 VCR라는 새로운 전자제품의 탄생을 두고 일대 표준전쟁이 벌어졌다. 표준전쟁의 대리인은 일본의 양대 가전업체 소니와 마쓰시타. 소니는 그 당시 베타 방식을 지원했고 마쓰시타는 이에 맞서 VHS 표준을 제안했다. 성능이나 기술에서는 소니의 베타 방식이 앞섰지만 결과는 경쟁 전자업체들의 협력을 이끌어낸 마쓰시타의 승리로 끝났다.

　표준전쟁의 전리품은 시장선점과 막대한 로열티 수입이다. 최근까지도 마쓰시타나 JVC 등 원천기술업체들은 전세계 VCR 제조업체들로부터 제조원가의 5% 정도의 로열티 수입을 챙겼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와 같은 표준전쟁이 다시 야기되고 있다. 제품도 VCR와 흡사한 DVD 기록장치다. VCR는 영상신호를 기록하는 데 그쳤으나 DVD 기록장치의 경우 영상신호뿐만 아니라 PC의 데이터 등 향후 전개될 다양한 디지털기기의 저장매체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VCR 표준결정 때보다도 더욱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또 일본·미국·유럽·한국 등 각 대륙에서 모두 DVD 기록표준에 관여해 표준경쟁이 국제적인 대결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떤 표준이 있나=DVD 기록방식 표준을 둘러싸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은 대략 3종류. 히타치·마쓰시타·도시바·삼성 등이 지지하는 DVD-RAM(Random Access Memory) 진영, 파이어니어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DVD-RW 진영, 그리고 필립스·리코·HP·델컴퓨터가 앞장서고 있는 DVD+RW 진영이다.

　이 중 DVD-RAM의 경우 DVD표준화단체인 DVD포럼에서 지난 97년 가장 먼저 DVD 기록규격으로 인정된 바 있으나 이후 DVD-RW, DVD+RW 방식이 새롭게 주장되면서 규격경쟁이 시작됐다.

　현재 DVD포럼내에서 DVD-RAM과 DVD-RW는 표준규격으로 인정돼 규격화됐으나 DVD+RW는 DVD 기록규격에서 제외된 상태다. 그렇다고 DVD+RW가 표준경쟁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다. HP가 최근 정식으로 DVD+RW 제품을 출시, 바람몰이에 나섰으며 세계 최대 PC업체 델컴퓨터도 이에 대한 지지의사를 지난 7월 열린 PC엑스포에서 밝힌 바 있다. 　

　DVD 표준은 결국 시장에서 누가 많이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어느 누구도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현재 기록형 DVD 제품은 도시바·마쓰시타·파나소닉·파이어니어·HP 등이 상용제품을 출시했으며 대략 가격은 400달러에서 600달러 사이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표준화 활동=DVD 기록방식을 둘러싸고 LG전자·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도 예전과 달리 표준화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생산기준으로 1, 2위의 광저장장치 제조업체지만 원천기술을 구비하지 못해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 수익성측면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DVD 롬 원천기술업체들은 국내 제조업체에 제조원가의 20% 수준까지 로열티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DVD-RAM 활성화를 위해 지난 4월에 구성된 기록형 DVD 회의의 의장사로 뽑힌바 있다. LG전자는 DVD 기록장치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지난해 히타치와 합작회사인 HLDS를 발족시켰다. DVD-RAM 원천기술업체 중 하나인 히타치와의 제휴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또 국내업체들은 DVD 기록방식이 어느 것으로 결정될지 아직까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경쟁방식에도 참여하는 등 보험을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DVD-RAM에 주력하지만 DVD-RW에서도 표준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LG는 협력회사인 히타치에는 DVD-RAM을, 자신은 DVD-RW에 대한 표준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DVD 기록장치 시장전망=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지난해 DVD 기록제품은 58만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했으며 내년에는 210만대, 오는 2004년께는 1381만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TSR는 지난해 39만대의 DVD 기록장치가 판매된 데 이어 올해에는 119만대의 기록형 DVD기기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