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주마가편(走馬加鞭)

◆한국전자산업진흥회 김상근 상근부회장 skkim@eiak.or.kr

 

 갈증을 풀어주는 시원한 자연산 토종 청량제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세대를 이어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삼국지를 펼쳐보면 중국 중원천지를 제패한 조조도 사지에 빠져 죽을 고비를 몇 번 맞이한다. 그런 가운데 무더위가 엄습해 수하 군졸들이 목마름을 참지 못하고 험난한 사태를 일으킬 찰나 조조는 매실이야기를 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난다. 매실 이미지는 군졸들의 구강 속에 침을 그득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올해들어 수출 주요시장인 미국·일본·유럽 등의 경기가 냉각되면서 우리의 수출도 계속 줄어들어 온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연일 수출확대회의를 통해 지원책을 내놓아도 백약이 무효라는 속담이 구구절절 맞는다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 수출 갈증에 삼국지의 매실이야기라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조금만 긍정적인 관심을 기울이면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된다. 수출이 잘되는 품목 하나가 눈에 확 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휴대폰이다. 더욱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휴대폰은 우리나라가 최초로 상용화하였으며 종주국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다시 한번 수출전선을 정비하고 밀려오는 파고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용기가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산자부의 최근 수출입 실적을 보면 5개월째 전체 수출이 감소하는 등 수출 환경이 절박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휴대폰의 수출은 올해 상반기에 16.6% 늘어난 29억달러를 기록했고 하반기에는 전년동기대비 40.0% 정도 증가한 43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올해 우리나라의 휴대폰 총 수출은 30.0% 늘어난 7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휴대폰 시장마저도 경기부진의 여파로 수요 감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 휴대폰 상품의 시장확대는 국내기업의 역량을 돋보이게 하는 대목인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상반기 16.6%라는 수출실적은 종전의 고도성장에 비해서는 크게 둔화되고 있는 추세다. 휴대폰의 수출증가율은 99년 156.7%에서 2000년에는 51.3%를 기록하였으며 휴대폰 가격 또한 연평균 약 20%씩 떨어지는 등 하락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세계휴대폰시장이 기존제품의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노키아·모토로라·에릭슨 등 세계 굴지의 생산업체들마저 그간 국내기업들의 아성이었던 CDMA 단말기 사업에 착수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인데 우리 기업들은 보조금 폐지로 인해 내수시장이 정체 내지 위축되면서 부품, 단말기 재고부담과 공장가동률 저하 등의 삼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안팎의 난제들을 극복하고 기업들이 더욱더 수출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FCC, CDG, 유럽 CE 등의 인증을 획득할 때 지원을 확대해 줄 것과 해외전시회 등 시장개척 및 수출용 원자재 구입자금의 지원을 강화해 줄 것, 중국 등 주요 입찰사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외교관계를 가일층 돈독히 해 줄 것, 그리고 디지털 휴대폰의 내수기반을 위한 정부정책의 다양화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주마가편(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라는 말이 있다. 상대적으로 한정된 자원과 시간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으며 희소자원을 잘 달리고 있는 휴대폰에 효율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엄청난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최초로 상용화한 능력에 걸맞게 한국의 휴대폰이 품질·디자인·가격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 명실공히 전세계를 휩쓰는 히트 상품이 되어 세계적인 특급 브랜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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