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가전업계는 복잡하면서도 빠른 환경의 변화를 주도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업종을 초월한 파트너십을 결성해 신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전과 IT, 소프트웨어, 심지어 의류업계와 같은 전혀 다른 업종간에도 미래사회의 복합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연합하는 것이다. 가전과 IT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홈네트워킹은 이러한 파트너십의 좋은 예다.
전자업계와 IT업계는 홈네트워킹의 표준방식을 제안해 놓고 있는데 AV 등 가정 내 기기를 상호 운용할 수 있는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기능을 하는 필립스, 소니, 히타치, 샤프, 도시바 등이 주도하는 ‘하비(HAVi)’가 대표적이다.
방송, 통신, 가전, 컴퓨터업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MHP는 TV, 멀티미디어, 양방향 서비스를 통합하는 응용기술로, 필립스, 노키아, 파나소닉, 소니,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220개 이상 방송사의 조직인 DVB(Digital Video Broadcasting)가 컨소시엄으로 추진하고 있다.
블루투스(bluetooth)는 영역을 급속히 넓히며 홈엔터테인먼트 네트워킹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신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필립스, 에릭슨, 노키아 등의 가전업계와 IBM, 인텔, 도시바 등이 결성한 블루투스SIG(Special Interest Group)에 의해 본격화돼 현재 1600개사 이상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차세대 기록미디어를 둘러싼 표준화 경쟁도 치열하다. DVD컨소시엄을 구성했던 필립스, 소니, 파이어니어, 마쓰시타, 타임워너 등 10개사가 95년 DVD포럼을 결성해 DVD+RW의 규격 표준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최근 유력 가전업체인 마쓰시타전기와 히타치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전제품 분야에서 포괄적 제휴를 벌이기로 했다. 두 회사는 포괄적 제휴협정에 따라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작동하는 세탁기, 냉장고 등 차세대 디지털 가전제품의 연구 및 공동개발을 실시하며 올해 안에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의 이런 움직임은 국제 가전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선 일본의 유력 가전업체도 제휴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대변하고 있다.
이같은 외국업체의 미래가전 시장으로의 진출에 비해 국내 가전업체들의 대응도 숨가빠지고 있다.
이미 LG전자는 지난 99년 필립스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를 설립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LCD를 생산하면서 차세대 가전시장을 준비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80년대까지도 일본업체의 독주체제였던 세계 브라운관 시장의 경우 LG전자와 네덜란드 필립스 합작법인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1위 자리를 탈환했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올해 안으로 ‘밀레니엄 뉴비즈니스’라는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최근 삼성전자도 경쟁업체인 소니 메모리카드사업 제휴요청을 받아들이는 등 선진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삼성은 개별 제품생산보다는 홈네트워킹 표준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전력선 통신을 이용한 홈네크워크 제품 상용화에 성공, 일반가정에 들어오는 전력선이 ‘게이트웨이(Gateway)’라는 세트톱박스를 통해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해 어느 곳에서나 가정 내 가전제품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국내 업체의 표면적인 대응은 일본 소니와 마쓰시타가 일본의 우정성과 함께 추진하는 ‘디지털가전’이라는 거대 프로젝트와 비교하면 1차원적인 준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선진업체와의 제휴나 단발적인 신제품으로는 미래의 가전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만족시키기가 힘들다. 특히 미래의 가전은 새로운 형태의 주거, 근무, 예술, 방송, 교육, 취미활동 등 선진화된 생활양식이 어우러져 정착된다. 따라서 산학협력과 이업종간 교류 등을 보다 활발히 진행해 새로운 기초기술의 확보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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