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몇 번의 전환점을 맞는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한 길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삶은 또 하나의 ‘위기’이자 ‘도전’이다. 주변 사람이 보기에는 하찮은 변화겠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그동안 누렸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홀로 새 길을 찾는 사람을 보면 무한한 존경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제2의 인생’을 걷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보인다. 그동안 전혀 다른 삶을 걷다가 인터넷 벤처 분야에 인생의 승부수를 던진 사람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률사이트 로앤비(http://www.lawnb.com) 사령탑 이해완 사장(48). 이 사장은 불과 1년 전만해도 법복을 입고 있었던 정통 법조인이었다. 서울대 법대에 입학, 85년 사법시험을 패스하고 사법연수원 17기 수료 후 인천지방법원 판사로 법관의 삶을 시작했다. 로앤비를 창업하기 전까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등법원 판사로 10여년 동안 법관의 자리를 지켰다. 가난하고 청렴해야 하며 때론 가시밭길처럼 고달픈 길이었지만 보람찬 길이었다고 이해완 사장은 회고한다. 평생 판사의 길을 걷고자 했던 그가 법복을 벗은 이유는 명쾌하다.
“법이 존중되는, 법관이 존경 받는, 모든 국민이 법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법은 우리 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법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특별한 집단을 위해 존재한다는 뿌리 깊은 생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디지털’의 힘을 빌어 법을 낮추고자 하는 바람에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이 사장은 법원 내에서도 컴퓨터 박사로 불릴 정도로 일찍 IT분야에 눈을 떴다. 법관 가운데 처음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했으며 사법연수원 교수시절에는 연수원 홈페이지를 만들고 온라인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많아 ‘저작권법’을 집필했다. 이 사장은 두꺼운 법률서적 대신에 인터넷과 컴퓨터를 벗삼아 ‘디지털 법조인’으로 누구보다도 뿌듯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터넷 붐이 한풀 꺾인 지난 5월 커뮤니티사이트 에버클럽(http://www.everclub.co.kr)을 오픈한 장은석 사장(35) 역시 늦깎이로 인터넷에 목숨을 건 또 한 명의 별난 인물이다. 그는 30대 중반이지만 학교다닐 때부터 식당 청소·주방장·학원 강사·막노동·국회의원 선거비서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걸어왔다. 창업하기 전 인터넷과 전혀 무관한 카페를 경영해 사업에 대한 쓴맛, 단맛을 모두 겪었다. 당시 그는 홍대앞 피카소거리에서 언더밴드 음악을 주로 틀던 ‘지리산’이라는 뮤직 호프바를 운영하면서 당시 제법 큰 돈도 만졌다고 한다.
장 사장은 1년에 6일 밖에 쉬는 날이 없었지만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거리낌 없이 말한다. 인터넷과 무관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e메일을 갖게 된 것이 99년이라고 쑥스러워 하는 ‘초보’ 네티즌 장 사장이 갑자기 인터넷 회사를 창업한 것 또한 특이하다.
“다분히 충동적이었습니다.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이나 수익을 염두해두기보다는 인터넷에 거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아이러브스쿨사이트를 통해 옛 친구를 만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누구도 비전이 없다는 커뮤니티 분야에 뛰어든 것도 사업보다는 부푼 기대가 주효했습니다.”
그는 에버클럽이 비록 후발자지만 커뮤니티 분야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플래시사이트로 유명한 엑스뉴스(http://www.xnews.co.kr) 김문종 사장(34)도 이 사장이나 장 사장 만큼 특이한 인생 경력의 소유자다. 대학을 중퇴하고 대한항공 국제선에서 3년 정도 근무했으며 보다 적극적인 삶을 위해 사표를 내고 자신도 생소했던 플래시 전문회사를 창업했다. 말단 샐러리맨에서 최고경영자로 새 삶을 사는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미래를 확신한다.
“컴퓨터는 대한항공 다닐 때부터 즐겨 사용했지만 스스로 인터넷 회사를 운영할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르바이트 수준에서 시작했던 일이 인생을 거는 본업이 됐습니다. 하지만 플래시는 분명 인터넷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고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제는 ‘플래시 전도사’로 새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는 장 사장은 집에도 못가고 회사에서 24시간을 보내는 힘든 생활이지만 누구보다도 큰 ‘삶의 희열’을 느낀다며 즐거워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中 반도체 설비 투자, 내년 꺾인다…韓 소부장도 영향권”
-
2
기계연, '생산성 6.5배' 늘리는 600㎜ 대면적 반도체 패키징 기술 실용화
-
3
네이버멤버십 플러스 가입자, 넷플릭스 무료로 본다
-
4
KT 28일 인사·조직개편 유력…슬림화로 AI 시장대응속도 강화
-
5
삼성전자, 27일 사장단 인사...실적부진 DS부문 쇄신 전망
-
6
'주사율 한계 돌파' 삼성D, 세계 첫 500Hz 패널 개발
-
7
K조선 새 먹거리 '美 해군 MRO'
-
8
단독롯데, '4조' 강남 노른자 땅 매각하나…신동빈 회장 현장 점검
-
9
상장폐지 회피 차단…한계기업 조기 퇴출
-
10
GM, 美 전기차 판매 '쑥쑥'… '게임 체인저' 부상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