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34)정보사회 `사이버 커뮤니티`

“지역별 사이버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자.”

 경남도는 최근 인터넷상에 고향을 만들어 출향인사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출향인의 애향심을 한데 모아 지역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e고향’을 만들어 오는 9월께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충북도는 지난해 10월 ‘e고향’ 사이트를 구축, 서비스에 들어간 결과 출향인과 지역민에게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e고향’이 이처럼 호응을 받는 것은 각종 지역정보는 물론 고향사람찾기, 지역 농특산품의 전자상거래, 지역발전참여 등 고향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서비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차원이기는 하지만 지역의 발전과 애향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출향민과 지역민 모두가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e고향’과 같은 사이버 커뮤니티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지역발전은 물론 지역간 정보격차를 크게 완화해줄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 인터넷 같은 정보화 자체에 거부감을 갖던 중장년층도 고향의 소식을 접하거나 옛친구를 찾아보기 위해, 혹은 특산물 구입 등과 같은 비즈니스성 목적을 갖고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에 관한 지식에 관심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 개인간, 혹은 지역간 생활의 정보화, 정보의 생활화를 촉진하고 있다. 농민은 농민대로, 도시민은 도시민대로 혹은 도시민과 농민이 지역커뮤니티를 통해 어우러져 사회의 결속과 통합화가 가속화된다는 얘기다. 물론 지역별 초중고교의 소단위별 커뮤니티도 이같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e고향’과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지역민을 위한 정보제공이나 관광성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사이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부산지역에 ‘부산넷’이 생겨나는가 하면 인천의 ‘인천넷’, 대구의 ‘코리아시티’, 고양의 ‘씨티고양’, 포항의 ‘포스타운’ 등도 포털사이트로써 지역 커뮤니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마디로 지역민을 위한 전령사로 출발은 했지만 지역내 고유 특성을 갖고 있는 종합포털로서 각종 정보제공은 물론 동호회 운영 등을 통해 지역민을 끌어들여 정보격차 해소의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 커뮤니티는 또 결혼·학교·취미·자료·유머 등 소커뮤니티를 통해 서로간의 릴레이션십을 가짐으로써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 아파트별 커뮤니티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서울시 양천구의 ‘신안약수아파트’나 안양의 ‘안양인포타운’ 등도 아파트내 생활정보나 동호회 모임 등 활발한 사이버 커뮤니티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지역내, 혹은 지역간 주부와 노인, 더 나아가 어린이의 정보화 길잡이가 되고 있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동호인, 혹은 친목회 등의 순수 커뮤니티의 출현 역시 지역의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새로운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TK386’은 대구경북지역의 386세대 지역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있고 ‘푸른아이’는 경기도 북부지역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청주사랑동호회’도 충북지역 네티즌의 친목도모를 위해 생겨났으며 ‘보리사랑’도 영남지역 커뮤니티로 동창회·향우회·친목회 모임을 지원하는 지역 커뮤니티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21세기 정치 커뮤니티’처럼 정치관련 커뮤니티도 생겨나고 있으며 ‘시티OK’처럼 먹거리나 공연예술 커뮤니티도 출현하고 있다. ‘외식클럽’이 있는가 하면 ‘서부산마라톤클럽’ ‘인디스쿨’ ‘배움품앗이’ 등도 비교적 활동이 활발한 커뮤니티 중 하나다. 목적은 다르지만 지역에서 시작해 지역의 정보격차를 없애는 전위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마디로 지역 커뮤니티가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전위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온다. 지역별·계층별·동호회별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자는 얘기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정부·지자체 역시 지역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각종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보화 시범마을과 같은 지역 커뮤니티 구축사업이다. 행자부에서 현재 기존 마을을 포함해 모두 21개 시범마을을 지정, 구축하는 작업에 들어간 이 사업은 말 그대로 정보격차를 줄여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자체 역시 각종 커뮤니티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정보화 교육을 위한 이동버스 운영 등 농어촌 정보화 교육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보격차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 커뮤니티가 자생적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지속적이지 못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령측면에서 보면 젊은층에 집중돼 있고 지역적으로는 도시지역에 쏠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도시보다는 농어촌 중심으로, 젊은이보다는 노인층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인 커뮤니티 구축을 유도하고 부촌보다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동네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구축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책과 유인책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역별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자는 이유도 결국은 여기에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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