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e북)은 소리도 나고 그림도 있는 편리한 책이다. 그래서 근래 영어 e북, 동화 e북, 학습용 e북 등 기능성을 강조한 e북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e북을 기능성 도서로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콘텐츠를 담는 그릇 형태가 다를 뿐 e북도 엄연한 책이다. 여느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깊이 있는 문학’을 담아낸다.
지난해 ‘개교기념일’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김인숙씨의 장편소설 ‘커튼’이 예스24(http://www.yes24.com)에 의해 e북으로 출간됐다. 흥미위주의 대중문학도 아니요, 영어공부를 위한 학습서도 아닌 이른바 ‘본격문학’ 범주에 들어가는 작품이 e북으로 출간된 셈이다.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면서도 개인의 정체성을 꾸준히 탐구해온 소설가 김인숙씨의 신작 e북 소설 ‘커튼’은 창 너머 커튼 안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나는 문득 내 창에도 블라인드 커튼이라는 게 있다는 것이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때로는 가려진 창 안에 있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마치 그 누구도 들여다보아서는 안되는 삶을 비밀스럽게 간직한 여자처럼…’(본문 중에서)
‘커튼’은 한 여자에게 어느 여름에 일어난 이야기다. 그녀의 방 건너편 집에 묘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새로 이사온다. 그녀는 후텁지근한 여름날 영화 베티 블루의 포스터가 걸려 있는 그들의 삶을 몰래 엿보게 된다.
작가는 처음 집필을 시작했을 때 종이책과 e북의 글쓰기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쓰고 나니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한다. e북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얽매여 새로운 글쓰기 양식을 찾기보단 소설 그 자체의 깊이를 찾아가는 데 더 공을 들였다 했다. 매체가 바뀌더라도 콘텐츠를 잉태해 내는 창조의 작업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커튼’을 e북으로 만든 예스24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종이책을 파는 인터넷서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이번 ‘커튼’ 발간을 계기로 e북 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플래시, 동영상, MP3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새 뷰어를 채택하고 보안결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앞으로 국내 대표작가의 신작 e북 시리즈와 우수 페이퍼북의 e북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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