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사고(Thinking Strategically)
에비나시 미지트 외 지음, 다다미디어 펴냄
인생과 사업을 일종의 게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축구경기와 사업의 필승전략, 심지어 연애의 성공전략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게임이론’ 소개서인 이 책을 읽어둘 필요가 있다. 이론적으로 훨씬 더 무장될 것이다.
게임이론에 의하면 인류의 역사는 곧 게임의 역사요, 인간이란 게임을 하는 존재다. 인생, 사업, 연애, 정치, 전쟁도 다 게임이다. 그렇다면 게임이란 무엇인가. 무릇 게임은 자신과 다른 의사를 갖고 움직이는 상대를 전제한다. 상대가 적군의 지휘관이든 사업상의 경쟁자든 애인이든, 또는 자신의 자식이든 그들은 결코 내 뜻대로 움직여 주는 존재가 아니다. 자기 고유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독립자존의 존재다. 따라서 상대방의 시각으로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그 행동을 예측해 적합한 대응행동을 취하면 목적한 바를 얻을 수 있다. 내 수만 생각하고 상대의 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게임 이론의 화두인 셈이다.
이 책에 나온 ‘죄수의 딜레마’의 경우를 보자. 스탈린시대 소련의 어느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연주회장으로 가는 전차 안에서 그날 밤 지휘할 곡의 악보를 훑어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KGB요원이 이를 보고 악보 속에 암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 그들은 그를 간첩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단순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라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틀째 되는날 KGB요원이 말했다. ‘숨김없이 말하는 게 좋을거야. 당신 친구 차이코프스키도 우리에게 체포됐어. 그리고 이미 다 털어놓았으니까.’
KGB는 이름이 그저 차이코프스키라는 이유만으로 체포된 다른 사람도 지휘자와 같은 방식으로 다른 방에서 심문했다. 만약 죄없는 두 사람이 심문을 잘 견디면 두 사람은 3년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만약 지휘자는 공범자가 있다고 거짓 자백을 하고 차이코프스키가 자백하지 않으면 지휘자는 1년형을 받고 반항적인 차이코프스키는 25년의 중형을 받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자백하면 둘 다 10년형을 선고받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지휘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차이코프스키가 자백할 경우 자신이 자백하면 10년, 그렇지 않으면 25년형이 되므로 자백하는 편이 좋다. 그가 자백하지 않을 경우에도 자신이 자백하면 1년, 자백하지 않으면 3년형이기 때문에 역시 자백하는 편이 좋다. 따라서 지휘자 입장에서는 자백하는 것이 절대우위전략이다.
문제는 차이코프스키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데 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자백했고 수용소에서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비교해본 결과 실수를 알아차렸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두 사람 모두 자백하지 않았다면 가장 짧은 투옥기간으로 끝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나 혼자 살 길이 아니라 함께 살 길을 찾으면 문제는 풀린다. 그러나 이런 게임을 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과 국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죄수 딜레마’에 처해 위와 같은 행동을 한다.
시장에서 우리는 이런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 우위의 자유경쟁시장에서 공급자들은 서로 싼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경쟁한다. 그러나 공급자 입장에선 가격경쟁보다 가격 카르텔이 유리하다. 무조건 저가경쟁만을 하다가는 너도 나도 싸구려로 팔게 돼 모두 망하고 만다. 오일 쇼크 이전의 아랍 산유국들이 그랬다. 그러나 아랍민족주의의 대두로 그들 내부의 결속력이 강해져 이탈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지자 그들은 가격 카르텔을 형성할 수 있었다.
물론 한 나라 내에선 가격 카르텔은 불법이다. 그러나 게임이론을 활용하면 합법적으로 가격 카르텔을 형성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어느 공급자가 ‘최저가격보상제’를 내걸었다고 하자. 즉 나보다 더 싸게 파는 자가 나오면 그 차액만큼, 혹은 그 두 배를 보상해 주겠다는 정책이다. 이보다 더 강력한 가격경쟁전략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100만원으로 형성된 PC시장에서 A라는 공급자가 어느날 90만원으로 공급가를 낮췄다. B는 최저가격 보상제를 내걸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을 내린 A가 아니라 오히려 B에게로 가서 보상을 받게 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선 가격인하가 수익성 감소라는 직접적 처벌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급자간 합의 없이 소비자에게 싸다는 인식을 주면서도 강력한 가격 카르텔이 성립된다.
이 책에는 수많은 게임 사례들이 등장한다. 그중 상당수는 독립자존하는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데서 게임의 실마리가 풀린다. 상대방의 눈으로 상황을 보고 상대라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에 관한 수읽기를 멀리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게임에 성공한다. 목적 달성을 위해 자신의 행동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객관적 계산 위에서 차분하게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자가 게임의 승자다.
<조유식 알라딘 대표 sindbad@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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