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세상 화제와 이슈](13)일본 SW 수출 현황과 과제

 국산 소프트웨어업체의 일본 진출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국산 소프트웨어업체들이 7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시장을 겨냥해 남벌(南伐)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이 일본 지원센터인 아이파크도쿄 개설을 계기로 국산 소프트웨어업체의 일본 진출을 돕고 있으며 개별업체의 일본 수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일본정부가 정보화의 사활을 걸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보급사업이 시작되면서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진출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시장의 장벽은 높다. 미국제품을 제외하고는 외국제품을 배격하는 보수성이 강한 일본시장은 국내업체에 좀처럼 문을 열지 않는다. 일본시장의 특성과 국내기업 진출사례를 통해 소프트웨어 일본 수출의 해법을 찾아본다.

 ◇일본 소프트웨어 시장 현황=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일본은 여전히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다. IT산업의 규모도 매우 크다.

 일본 IT산업의 특징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불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슈퍼컴퓨터를 비롯해 PC·반도체·LCD·2차전지 등의 하드웨어제품은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비디오게임 위주의 게임 소프트웨어는 전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멀티미디어 콘텐츠 업체의 경쟁력도 높다.

 반면 시스템통합(SI)이나 패키지 소프트웨어 등 소프트웨어분야는 상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기술수준도 우리나라보다 높다고 볼 수 없다. 이 점이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로 하여금 일본시장을 노크하게 만드는 계기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정보 및 시장 접근 비용도 적게 든다.

 일본의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7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를 세분화해 보면 운용체계분야가 약 1조5000억원, 서버용 소프트웨어가 약 7000억원, 사무용 프로그램이 약 2조원, 기타 애플리케이션이 3조3000억원 정도로 이뤄진다.

 일본 우정성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소프트웨어시장은 지난 80년 500억원에 불과했지만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해 99년 5조9000억원, 지난해 6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최근 포스코경제연구소는 일본 소프트웨어 시장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본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할 분야로 △네트워크 보안 △웹 시스템 △전자문서교환(EDI) △전자상거래 솔루션 △전사적자원관리(ERP) △지식관리(KMS) 등을 꼽았다.

 이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초고속인터넷 보급사업과 관련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총리 주재로 IT 기본전략회의를 열고 오는 2005년까지 총 4000만세대에 초고속인터넷을 보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을 이용한 응용소프트웨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은 초고속인터넷 가운데 ADSL에 주력하기 때문에 ADSL 관련 솔루션의 수요가 당장 늘고 있으며 이를 응용한 솔루션들도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콘텐츠는 단기간내에 수요가 발생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산 소프트웨어분야 가운데 기술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전자상거래 솔루션이나 데이터 보호, ERP 등의 분야는 당장 일본시장에 내놔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 인터넷 보급과 함께 급성장할 ASP도 국내업체들이 관심을 가질 분야다.

 ◇일본 진출에 필요한 해결 과제=일본 소프트웨어 시장은 기회의 땅이다. 하지만 실패 확률도 매우 높다. 일본업체와 소비자들에게 뿌리깊게 박혀 있는 보수성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 진출을 추진하는 업체 관계자들은 일본시장의 보수성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미국을 제외한 외국업체의 제품을 배격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한다.

 이를 넘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문화적 특성을 배제한 상품으로 일본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국내 백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경우 지난해말부터 꾸준히 일본시장 진출을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품의 품질은 외국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고 유통사도 제대로 잡았지만 판매는 부진했다. 반대로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았던 데이터 보호 프로그램인 ‘앤디’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바이러스 확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지역 고유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백신은 문화적 특성을 많이 타는 분야”라며 “특히 백신시장은 이미 외국의 유명업체들이 포화상태의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신규참여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그룹웨어나 국민이 선호하는 글꼴에 신경을 써야 하는 워드프로세서 등은 일본 진출이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물론 문화적 특성에 영향을 받는 제품일지라도 시장의 요구 지점을 정확히 반영해 독특한 기능을 갖고 있다면 진출이 수월해진다.

 또 하나 제품 판매의 주체를 누가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일본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은 현지 협력사 선택이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올해 일본에서 50억원 정도의 수출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정소프트의 한동원 사장은 “일본에 진출하려는 소프트웨어업체가 혼자 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이어 “조건이 까다롭더라도 일본 현지의 유력업체를 판매사로 잡지 않으면 유통사를 설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확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경우 현지화에 주력해야 한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업체가 국내인력으로 수출용 제품의 포장이나 설명서를 만드는데 이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 행위다.

 한글과컴퓨터의 최진수 해외사업팀장은 “일본사람들은 편집증에 가까운 꼼꼼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품 설명서에서 패키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일본어로 설득력있게 만들지 않으면 눈길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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