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전이 다가온다>(상)가전의 개념이 바뀐다.

가전이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그 형태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의 세탁기, 냉장고와 같은 단품 가전제품에 이제는 인터넷과 블루투스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가전의 개념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과연 다가올 미래 가전 시장에서는 어떤 제품들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으며 또 어떤 제품들이 우리의 가정공간을 채울 것인지에 대해서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이 시리즈와 관련한 사진 및 일부 내용은 네덜란드 필립스디자인연구소의 도움을 받았다.편집자

 ‘식품이 떨어지면 냉장고가 주인에게 이를 알리고 TV에서 요리강습이 진행되는 동안 오븐이 그 요리를 실시간으로 만들어준다. 사람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 등장하고 인터넷이 가능한 옷을 입고 외출한다.’

 이는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우리 가정의 모습이다.

 그동안 냉장고·세탁기 같은 백색가전과 오디오·TV 등의 전자제품은 안방과 거실·주방을 빽빽하게 메웠으며 이제 가정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돼 버렸다.

 그러나 사람과 가장 가까이에서 지내온 아날로그 가전제품은 새로 등장하는 디지털·신기능 제품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는 과거 대량생산품의 대량소비자이던 고객이 이제 새로운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한 개인들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미래사회 사람들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미래 전자업계의 선택은 무엇인가. 또 미래 가전은 어떤 요구를 수용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

 산업시대를 넘어 지식시대가 펼쳐지면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그동안의 물질 중심적 사고방식이 사람과 아이디어·정보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또 지식시대는 글로벌·사이버공간이 공존하는 다양성의 사회이며, 지식의 유통에 국경이 없는 시대이고, 다양한 선택이 공존하는 복잡성·불확실성의 시대다.

 산업시대 대량상품의 소비자던 사람들은 지식시대의 한 개인으로서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직접 생활에 이용되는 기술 및 제품 또한 이 같은 변화를 수용해야만 한다.

 미래의 개인이 표출할 라이프 스타일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미래의 개인은 우선 철저히 주관적인 관점을 가진다. 자기실현·자기신뢰를 위한 주관적 판단이 가장 중요한 새로운 개인주의다. 따라서 개개인에게 자기확신을 줄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교방식의 변화다. 전통적인 사회제도나 집단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사교방식은 개인 취향과 판단에 따른 사교방식으로 변하고, 개인의 선택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교제는 새로운 종류의 귀속의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동호회의 폭발적 증가는 이런 현상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서적·심리적 동질감은 자기 정체성 확인의 중요한 바탕이므로 이런 유대감을 유지하고 연결해주는 기술과 제품이어야 한다.

 세번째는 직접경험에 대한 욕구와 탐험정신이다. 물리적 개념의 국경이 무의미해지고 경험의 반경이 무한대로 넓어짐에 따라 사람들은 감각기관을 최대한 활용해 경험하고 탐구해 정신적·육체적 활력을 유지하려 한다. 따라서 이런 경험과 탐험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기술이 필요하다.

 네번째는 복잡하고 다양한 지식시대가 전개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단순성·선택가능성을 희구하고 안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런 단순성·선택가능성의 욕망에 대한 배려가 있는 제품과 기술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형태의 전체론(全體論)적 사고방식과 윤리개념이 등장함에 따라 개인은 전체와의 조화를 새롭게 추구하려는 경향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미래의 가전은 개인의 정체성 확인에 대한 욕구로 연결되며, 이런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개개인에게 독특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탐험심, 안정감, 전체와의 조화를 추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요약될 수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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