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XX년 인간 게놈 유전자가 완전 해독된 후 인간복제가 유행처럼 퍼져 나간다. 무절제한 복제가 사회문제로 이슈화되고 결국 안드로이드 관련법이 제정된다. 즉 3D 업종이나 생명의 위험이 있는 업무 등에만 복제인간 안드로이드가 허가된다.’
지앤지엔터테인먼트가 10월 출시할 비디오 전용 애니메이션(OVA:Original Vedio Animation) ‘러브머신’의 주요 배경이다. 애니메이션 인트로가 이 정도면 ‘신세기 에반게리온’류의 철학적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지만 거기까지 미리 짐작해 나갈 필요가 없다.다음을 보자.
‘불법유통이 횡횡하자 다이아몬드사는 100% 완벽한 미모의 여성을 안드로이드로 만들어 이른바 단란주점에 투입한다.’
이쯤 되면 피식 웃고 만다. 노골적인 애로비디오인 셈이다.
TV 방영이나 극장 상영 없이 처음부터 비디오 대여 및 판매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OVA가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출시된 지앤지엔터테인먼트의 ‘러브칵테일’, 대원씨앤에이홀딩스의 ‘용하다 용해 무대리’가 비디오 대여점을 통해 일반인에게 색다른 눈요기를 선사하고 있다.
OVA가 재미있는 이유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상상력과 해학, 불가능할 게 없는 표현력에 있다.
‘러브칵테일2’에서 주인공인 여기자 미오는 만원 전철 속에서 성추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수십명이 주위에 있음에도 악질 치한들이 그녀에게 몰려든다. 또 수십명의 여자가 사이비종교단체에 납치돼 나체로 재단에 바쳐지는 장면도 있다. 웬만한 애로비디오는 울고 갈 정도로 스케일이 큰 ‘애로 신’이다. 애니메이션이니까 표현 가능한 장면이다.
‘용하다 용해 무대리’에는 해학이 있다.
첫 에피소드인 ‘1분’에서 무 대리는 지각률 92%를 기록하고 고민에 빠진다. 항상 1분이 늦어 고생하는 그는 1분과의 전쟁에 들어간다. 결국 아내인 하소연과의 잠자리에서 1분 빠르게 끝내는 성과를 이루고 기뻐한다. 그리고 마누라 하소연으로부터의 엄청난 ‘하소연’을 뒷감당해야 한다.
‘정관수술’ 에피소드에서는 고통스런 정관수술을 한 박 과장이 등장한다. 박 과장은 의사로부터 15회 가량 부부관계를 하고 나서 다시 검사하러 오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그는 사흘 만에 횟수를 채우고 의사 앞에 나타나서 쌍코피를 흘린다.
상반기 인기 작품에 이어 주목받고 있는 하반기 작품으로는 앞서 얘기한 ‘러브머신’ 외에 에이씨씨엔터테인먼트의 ‘미아리제국’, 대원씨앤에이홀딩스의 ‘열혈강호’ 등이 꼽힌다.
이름부터 눈길을 끄는 ‘미아리제국’은 북한 특수부대 모란꽃소대원 11명이 남한 제일 홍등가인 미아리에 서울 지부를 창설한다는 이야기다. 서울 지부의 이름은 ‘미싸모(미아리를 싸랑하는 모임)’. 미아리를 드나드는 각계 각층의 인사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이들의 주임무다.
대원이 연말에 내놓을 ‘열혈강호’는 만화 단행본 사상 300만부 판매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운 동명의 출판만화를 원작으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또 3차원(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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