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지난 7월 29일에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개선 의석 121석 가운데 64석을 확보, 압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 결과는 4월 24일 고이즈미 총리 취임 이후 다소 소강상태였던 집권 여당의 재부상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내건 경제개혁에 관한 공약들은 이번 압도적인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민당 내 강력한 파벌들은 가시적인 경제개혁 성과를 이루어내기 전에 일본을 파멸에 몰아넣을지도 모르는 급격한 경제개혁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고이즈미 총리는 대중 지지도 하락뿐 아니라 자칫하면 정치적 생명도 끝날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휘황찬란한 ‘개혁’ 공약 뒤에 알맹이 없는 실천으로 일관할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경제개혁 공약에 지방정부에 대한 감세 및 은행 부문에서 성과없는 보조금의 폐지를 포함하고 있지만 세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경제개혁이 실시되면 실업률은 상승하고 상당수의 기업이 문을 닫을 것이며 일본이 10년 내에 4번째 경기침체를 맞고 있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의지할 곳을 잃게 될 것이다. 자민당은 지난주에 실시된 선거에서 3석을 얻는데 그쳤지만 지난 4월부터 자민당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히 상승했음을 나타낸다.
1998년에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61석 중 43석만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자민당은 신공명당 및 신보수당과 연립 내각을 구성하고 138석을 차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만일 고이즈미 총리가 경제개혁을 진지하게 이루어낼 의지가 있다면 연립 여당내 파벌을 추스려야 한다. 하시모토 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최대 파벌은 7월 29일 참의원 선거에서 40석을 확보했다.
자민당 내 다른 파벌들 가운데 15석 이상을 넘은 세력은 없다. 현재까지 고이즈미 총리가 자민당 내 파벌주의 및 부패척결을 촉구한 것은 대부분 ‘소 귀에 경 읽기’에 그쳤다.
하시모토 파벌의 중견이자 자민당의 원내 총무인 미키오 아오키는 원칙적으로 연립 여당은 고이즈미의 개혁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키오 원내 총무는 경제개혁안이 실행되기 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시모토 파벌이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안을 지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냐하면 이 개혁안이 많은 원로 의원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위협하고 지지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내 광범위한 지지세력의 뒷받침 없이는 고이즈미 총리는 힘겨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어떤 개혁이라 할지라도 처음에는 경제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조악한 경제시스템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단순하게 보이지만 결정적인 개혁안, 예를 들면 산업 전반에 걸친 보조금 폐지는 자민당의 든든한 후원 세력인 전체 건설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경제계는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안이 초래할 단기적인 부작용을 이해하고 있다.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지수는 참의원 선거 결과 발표 후 218.81포인트 떨어진 1만1579.27에 마감됐다. 이는 1985년 이래 최저수치에 해당한다. 증권시장은 다음 날 반등했지만 극적인 하강은 4.9 %에 달하는 실업률과 감소하는 산업 산출 수준에 대한 시장의 실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재계가 두려워하는 이런 문제들은 고이즈미 총리 하에서 더욱 악화될 것이다. 참의원 선거 후 일본 엔화는 7월 27일까지 달러당 123.54엔에서 125.08엔으로 상승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2 회계연도를 위한 예산을 12월에 발표할 것이다. 강력한 개혁이 초래할 영향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 최고의 지지율을 누리는 가운데 고이즈미 총리가 여당 및 가신에게 문제만 가져올 수 있는 과격한 조치를 실행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고이즈미 총리에게는 한가지 선택만이 남는다. 그것은 요란한 개혁안을 지속적으로 홍보하지만 실질적인 변화
를 추구하지는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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